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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발표가 보여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이한 근무형태

연휴를 앞두고 있을때, 스케줄링은 더 꼼꼼했다.

  • 강병진
  • 입력 2018.03.29 11:21
  • 수정 2018.03.29 13:23

3월 28일, 검찰은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 보고 시각 조작 및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불법 변개와 관련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머물렀던 관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밝혀졌다. 알고보니 ‘아무 일도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10시 22분이 되어서야 침실에서 나왔고, 그때 국가안보실장에게 구조지시를 했다. 세월호는 이미 선체가 침몰한 상태였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면서 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근무형태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했던 걸까?

 

ⓒ뉴스1/청와대 제공

 

1. 주로 ‘내실’에만 있었다.

이 내용은 청와대 관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생활을 도왔던 요리연구가 김막업씨가 2017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매일 관저에 있었습니까?”란 질문에 김씨는 “외부 일정이나 수석비서관 회의가 안 잡혀 있으면 안 나갑니다. 종일 내실에만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언제 대통령이 인터폰으로 부를지 모르니··· 제가 쉬지도 못하고 숨도 제대로 못 쉬었어요. 세월호 사건 때 ‘7시간 행적’이 어떠니 온갖 말들이 있었지만, 그냥 평소처럼 내실에 계셨던 겁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외부 일정이 없었다.

 

2. 2014년 4월 한 달 간 매주 수요일은 일부러 일정을 비워놓았다.

2014년 4월 16일은 수요일이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시 22분까지 침실에 있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외부일정이 없으면 관저 내실에서만 생활했다. 그런데 그 달의 ‘수요일’은 좀 특별했다. 3월 28일 JTBC 뉴스룸의 ‘비하인드 코너’에서 박성태 기자는 “2014년 4월 수요일은 자체 휴일이었다”며 “3월에 출장을 갔다 온 뒤에 피곤하다는 것 때문에 4월의 수요일은 자체적으로 일정을 뺐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3.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독 일정이 적었던 대통령이었다.

집권 2년차였던 2014년을 기준으로 볼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은 1년 중 129일을 공식일정 없이 지냈다. 2016년 12월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수치는 이명박 전 대통령(64일)과 비교할 때도 두 배나 많았다. 특히 연휴가 있을때, 박 전 대통령의 스케줄링은 더 꼼꼼했다.

“주말엔 거의 일정을 잡지 않는 주 5일 근무 원칙을 지켰고, 심지어 주 7일 중 4~5일 동안 아무 일정이 없는 때도 많았다. 추석연휴나 여름휴가 때는 미리 앞뒤로 하루 이틀씩 아무 일정도 잡지 않았다.” (경향신문 2016년 12월 17일)

 

4. 그럼 관저에 있는 동안에는 어떻게 일을 했을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14년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근무시간에 대해 “아침에 일어나셔서 주무실 때까지가 근무시간이고 어디에 계시든지 간에 집무를 하고 계시고 관저도 집무실의 일부인 것이 틀림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결과를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의 내실에 머물고 있을때는 누구도 방해할 수 없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박 전 대통령이 휴대전화로 2번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또한 상황보고서 1보의 경우 국가안보상황실 상황병이 관저에 전달한 후, 관저 경호원이 이를 다시 내실 근무자인 김막업씨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김막업씨가 해당 보고서를 “평소와 같이 별도의 구두 전달 없이 박 전 대통령의 침실 앞에 있는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는 김막업씨도 지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별채의 경호원이 받아서 인터폰으로 대통령께 연락합니다. 관저 내 전달은 제가 하지요. 내실 문밖에 탁자가 있습니다. 거기에 두고 ‘서류 갖다 놨습니다’ 하고 말하지요.” (조선일보 2017년 5월 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저 내실에 있는 동안에는 누구도 직접적으로 말을 꺼낼 수 없었던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그나마 이러한 규칙에서 예외적인 인물이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20분. 내실에 들어가 침실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부른 건, 바로 이영선 전 행정관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박 전 대통령은 그날 10시 20분에도 침실에서 나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5.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날의 일에 대해 거짓말을 했었다.

2017년 1월 1일.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그는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그날 사건이 터졌다는 것을 정상적으로 계속 보고받으면서 체크하고 있었다”며 ”마침 그날 일정이 없어서 관저에서 일을 챙기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상적으로 계속 보고받았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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