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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성추행 고소 피해자에 대한 연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력 정치인 등이 과하게 애도의 뜻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전날 직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를 고소한 피해자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박 시장의 죽음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리고 심지어 ‘신상털이’를 하는 2차 가해가 발생하자, 이에 대항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정치인들이 고인의 경력을 치켜세우며 애도하거나 공식 조화를 보내는 행위에 대해 “피해자의 존재를 삭제하는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0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란 해시태그와 함께 “위력에도 용기를 낸 피해자와 연대한다” “당신의 용기를 지지한다” “피해자의 곁에 있겠다”는 등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뜻을 밝힌 글들이 이어졌다.

박원순 빈소. 2020. 7. 10
박원순 빈소. 2020. 7. 10 ⓒ뉴스1

“공개적으로 연대한다”는 글을 올린 직장인 이관식씨는 “그를 애도하는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보다 지금 두려운 마음으로 떨고 있을 피해 당사자들에게 공감한다”고 말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피해자에게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했던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고인을 두둔하거나 옹호하고 되레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2차 가해성 발언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실제로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 박 시장과 2017년 함께 일한 비서진을 찾아낼 것”이라며 피해자를 특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래서 여성 직원을 채용하면 안 된다”는 식의 무분별한 비난 댓글도 이어졌다.

유력 정치인 등이 피해 당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고려치 않고, 과하게 애도의 뜻을 밝히는 경우에 대해서도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직장인 이주현씨는 “공적인 장에서 애도를 하는 글을 올리고 고인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를 반복해 적는 것도 피해자를 향한 폭력이자 그 자체로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살아서 규명했어야 할 일”을 극단적 선택으로 피하면서 초래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날 소설가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에 나온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는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성추행 혐의에 대해 규명하거나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등 책임있는 조처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피해를 고발한 이가 마치 가해자인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비판과 우려를 담은 것이다.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피해자 고소장을 내고 피해 사실을 호소했는데, 마치 피해자의 고통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2차 가해”라며 “고소 이후 사회가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에 대한 비호, 옹호에만 초점이 맞춰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돼 사건에 대한 법적 다툼은 어렵더라도 직장 내에서 발생한 일인만큼 서울시 차원에서 추가 조사가 이뤄지거나 피해자를 위한 보호 조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공직자들의 ‘위계에 의한 성폭력’ 범죄가 계속되는 만큼, 이를 개인의 일탈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위력을 이용한 성폭력’ 가해자로 고소되었다는 사실이 ‘훌륭한 사람의 안타까운 오점’ 같은 수준의 이야기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그는 살아서 자신이 저지른 모순과 위선, 폭력의 무게를 감당했어야 한다. 그의 죽음은 공직사회에 대한 분명한 경고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 박신영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성폭력 문제에 발벗고 나섰던 진보적 남성마저 권력을 갖게 되니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구조적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정말 고인을 아끼고 사랑했다면 고민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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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서울 #박원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