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시가 고위직의 60% 이상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벌금을 물게 됐다. 안 이달고(61) 파리 시장은 “벌금을 물게 됐다는 걸 알았을 때 기쁨이 차올랐다”고 말했다.
15일 영국 <가디언>은 프랑스 공공서비스부가 2018년 인사에서 성평등 관련 국가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파리시에 9만유로(1억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2013년 제정된 이 법은 관리직을 임명할 때 60% 이상을 특정한 성으로 채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파리시는 2018년 16명의 관리직 중 11명(69%)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이달고 시장은 “(벌금을 물게 돼) 기쁘다. 우리 시의 관리직이 별안간 너무 페미니스트가 되어버렸나 보다”라며 의연하게 반응했다. 이달고 시장은 그러나 이 벌금이 “명백하게 터무니없고, 불공정하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여성들은 여전히 활발하게 승진해야 한다. 프랑스 안의 (남녀간) 격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언젠가 (남녀의) 동등함에 이르기 위해서는, 속도를 올려 더 많은 여성들이 주요 보직에 임명되어야 한다.”
이달고 시장은 부시장을 비롯해 시에서 그와 함께 일하는 모든 여성들과 함께 직접 수표로 벌금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2020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달고 시장은 1977년 파리 시장직이 부활한 뒤 처음으로 당선된 여성 파리 시장이다. 사회당 소속인 그는 지난 6월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파리시장 선거에서 1~3위 후보는 모두 여성이었다.
벌금 부과 주무 부서인 아멜리 드 몽샤랭 프랑스 공공서비스 장관도 이번 벌금 부과가 이상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몽샤랭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 조항이 이미 2019년에 폐지되었으나, 2018년 인사에 대해서는 벌금 적용을 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몽샤랭 장관은 “나는 파리시가 지불한 벌금이 공공부문에서 여성을 고용하기 위한 재원으로 쓰이길 바란다. 시장님을 그 논의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몽샤랭 장관 역시 이달고 시장처럼 여성이다.
여성이 고위직에 ‘너무 많이’ 임명돼 벌금까지 물게 된 파리시와 비교하면, 한국 사정은 궁색하다. 서울시의 경우 2019년 5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전체 공무원 가운데 50.8%가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불균형이다. 그나마 2015년의 20.3%와 비교하면 4.7% 가량 늘어난 수치다. 서울시는 “최근 5년간 서울시 여성공무원 비율, 5급이상 여성공무원 비율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역량 있는 5급이상 여성관리자 비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여성승진목표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보면 더 심각하다. 현재 인사혁신처의 여성 고위공무원(1급, 2급) 임용 ‘목표치’는 전체 공무원 대비 7~8% 수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