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8년 04월 27일 15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27일 15시 29분 KST

패럴림픽이 차별일까(영상)

huffpost
JAYKEEOUT x VWVB

콘텐츠를 만드는 건 특별한 일이다. 물건을 만든다면 그 물건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하지만, 영상 콘텐츠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에서 더 많은 것을 얻는다.

우리가 알아가고 싶은 주제를 잡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포인트를 담아 제작하는 과정 속에서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아간다.

이번 콘텐츠에선 다른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처음 시작은 시각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을 만 들어 입장을 들어보고, 어떻게 도우면 좋을지 물어보는 흔하게 느껴지는 주제에서 시작했다.

시각장애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시각장애 복지관에 갔다. 시대가 바뀌어 대놓고 차별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가끔 사람들은 무례하게 확 잡아채는 식으로 도움을 주었다. 차별이라 생각하지 않는 행동들에 차별을 당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놓고 혀를 끌끌 차며 “젊은데 참 불쌍해”라며 눈물짓는 사람, 갑자기 잡아끌며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 사람, 물어보지 않고 안내견을 만지는 흔히 말하는 ‘경우 없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 수십 년 전에는 혐오로 차별받았다면 요즘은 동정이었다. 웃긴 농담을 해도 그 농담을 하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며 우는 어르신들을 보면 시각장애인도 즐겁게 살 수 있다는게 부정 당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이다. 장애인을 불쌍하게 여기는 대신 한 사람으로 존중하며 살아 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지금이라면 한 번 쯤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며 시각장애인들과 처음 이야기해보고, 길을 안내해드려봤다. 정말 불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불쌍해보이거나 불쌍하게 여기려 하진 않았다. 왜냐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 자체가 그들을 비참하고, 화나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획을 하고 촬영을 하며 항상 점점 고민이 커져갔다. 누구나에게 상식적인 이야기, 관심있는 사람들이면 이미 알고있을 이야기를 또다시 들려주는 콘텐츠들이 과연 큰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러다 안승준 선생님을 만났다.

안승준 선생님은 한빛맹학교의 교사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이다. 교사이며 동시에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으로 본인이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분이다.

처음 선생님을 만나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런 콘텐츠들을 하겠다고 말하니 선생님은 같이 할 수 없다고 하셨다. 너무 뻔한 주제들이고, 이런 이야기는 이미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정말 사회를 바꾸고, 사람들이 인식을 확장할 수 있는 상이 되려면 모두가 아는 이야기 대신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한다 말했다.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웠다. 사실 사람들의 인식을 확장시켜줄 콘텐츠를 만든다고 했지만, 이미 아는 이야기를 반복하려 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선생님께 질문했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까요?’

그러자 선생님께서 요즘 많은 생각이 담긴 주제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이라고 하셨다.

패럴림픽이 올림픽과 나눠진 것이 차별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다.

장애인에 대한 의식이 점점 높아지고,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생각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떠올리지 못하는 생각들이 있다.

선생님은 장애인을 돕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 ‘그들과 우리가 다르지 않다’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말에는 모순이 있다는걸 알려주셨다.

“‘그들(장애인)’과 ‘우리(비장애인)’이 이미 나눠져있다면 그것이 어떻게 차별 없는 세상일까?”

패럴림픽과 올림픽이 그랬다. 장애인들을 위한 올림픽, 패럴림픽은 장애인을 위한 큰 배려인 것 같지만, 실상은 시작부터 ‘그들’과 ‘우리’로 나누어진 축제인 것이다.

선생님의 말을 듣자마자 우리는 콘텐츠 주제를 바꾸었다. 부랴부랴 패럴림픽 경기를 예약하고, 관련된 사람들을 섭외하여 인터뷰를 준비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영상에 담았다.

영상은 총 두 편으로 완성됐다. 1편에선 문제를 제시하고, 2편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대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1편

2편 

세상 모든 문제는 알려지는 순간 해결이 시작된다. 언젠가 패럴림픽이 올림픽과 따로 나뉘어 있었다는 사실이 말도 안되는 재밌는 일로 받아들여질 세상이 올거라 믿는다.

문제가 알려지면 해결 방법을 찾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해결해낸다. 정말 힘든 것은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 서 우리는 새로운 시선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바라보는 그런 콘텐츠들을 하고싶다.

문제인지도 모른채 소외 당하는 이야기들, 우린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싶다.

* 필자의 유튜브에 실린 영상을 소개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