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뉴질랜드 인근 국가인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는 15일(현지시각) 해저 화산 분출로 15m 쓰나미가 해안을 덮치며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큰 피해를 남겼다.
이 쓰나미 당시 27시간을 바다에서 헤엄치고 버티며 살아남은 장애인이 화제다.
통가 출신의 남성 리살라 폴라우(57)는 은퇴한 목수로 두 다리에 장애가 있어 평소 아기보다도 느리게 걷는다. 쓰나미가 발생하기 직전인 15일 저녁 6시쯤(현지시각) 그는 아들과 조카와 함께 그의 집인 ‘아타타 섬’에 함께 있었다.
리살라와 다른 두 사람은 미리 쓰나미 경고를 듣고 나무 위로 대피했다가 첫 번째 쓰나미를 무사히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쓰나미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나무 밑으로 내려온 순간, 두 번째 쓰나미가 발생해 세 사람 모두 휩쓸렸다.
리살라는 바다에 빠진 직후 아들과 조카가 그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만 애써 외면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그는 ”일부러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 괜히 나를 구하려 하다가 아들이나 조카가 위험에 빠지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아들은 항상 아버지를 구하려고 할 거다. 하지만 나 때문에 위험에 빠지게 할 수는 없었다. 내가 아들의 부름에 답했다면 틀림없이 나를 구하려 했을 거다. 최악의 상황이 와도 나 혼자 숨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리살라의 이런 가슴 아픈 선택에도 현재 그의 아들과 조카는 행방불명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리살라는 도움을 구하는 것을 포기하고 바다에 빠져 혼자 최대한 살기 위해 노력했다. 평지에서 걷는 건 힘들었지만 아직 수영은 잘 할 수 있었다. 그는 바다에서 부러진 나무를 발견하고 몸을 맡겼다. 리살라는 ”숨지더라도 나무를 잡고 있으면 어쩌면 나중에 내 몸이라도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과 달리 그는 숨지지 않았고 나무를 잡고 인근의 토케토케 섬으로 흘러갔다. 이 섬은 무인도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섬에 도착한 리살라는 잠시 쉬다가 지나가는 두 개의 배를 보고 도움을 요철했다. 하지만 두 개의 배 모두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리살라기 토케토케 섬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다음날 아침이었다.
리살라는 결국 선택을 해야 했다. 다행히 그 지역 지리를 잘 알고 있던 리살라는 본섬과 더 가까이에 가기 위해 다시 수영을 하기로 결심했다. 다음 목표는 약 6km 떨어진 폴로아 섬이었다. 이 섬도 무인도였지만 통가 본섬인 통가타푸 섬과 더 가까운 곳이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리살라는 무려 8시간을 바다에서 수영해 폴로아 섬에 저녁 6시쯤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섬에서 쉬다가 리살라는 다시 또 1km를 수영해 본섬으로 헤엄쳐 갔다. 그렇게 힘들게 수영한 끝에 그는 16일 저녁 9시쯤 통가 본섬 수도 끝자락에서 지나가던 운전 기사에 의해 발견됐다.
그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안 후 남아 있던 그의 가족은 모두 기뻐했다. 리살라의 딸은 페이스북을 통해 ”아빠가 사라진 후 계속 울었다. 아빠가 바다에서 살아남도록 도와준 신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록 아직 리살라의 아들과 조카의 행방은 알 수 없지만, 그의 가족들은 또 다른 기적을 바라고 있다.
안정윤 에디터: jungyoon.ahn@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