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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02일 15시 37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5월 02일 15시 37분 KST

팝업 올림픽

huffpost

지난 2월9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막식이 열린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을 찾았다. 성화봉송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연아의 환상적인 피날레 장면 외에 눈길을 끌던 것은 바로 건축물이었다. 3만5000명이 앉아 화려한 무대를 바라볼 수 있던 펜타곤 모양의 대형 건축물에서는 콘크리트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앉을 수 있는 의자라든가, 그 의자가 놓여 있는 바닥재 등은 ‘비가소성’ 소재인 콘크리트 대신 철골을 많이 활용해 사용 후 얼마든지 해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관람석과 조명시설 등은 모두 조립식으로 설치 되어 있어 올림픽이 끝나면 철거해 재활용할 수 있다. 컨테이너 박스 등과 같은 임시 구조물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스타디움을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올림픽 이후 특별한 쓰임새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구 4만5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인 평창에서 이 거대 규모의 스타디움은, 올림픽 이후에도 제대로 활용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떠올린 대안이 바로 가변형 구조물이다. 스타디움은 올림픽이 끝나면 구조물을 손쉽게 철거한 뒤 공원으로 바꿀 예정이다.

올림픽 스타디움의 사례처럼 불확실성이 클 경우 ‘팝업‘(갑자기 툭 튀어나옴)의 가치는 커진다. 건축물은 이 같은 팝업이라는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조립식‘이라는 대안을 내놓는다. 애초 용도가 끝나면 해체 후 얼마든지 재조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공장에서 건축물 구조를 모두 만들어낸 뒤 현장에서는 설치만 하는 ‘프리패브’(pre-fabricated) 건축이 각광을 받고, 조립식 건축물이 등장하는 이유는 불확실성에 맞서는 한 가지 대응방식이기도 하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행사는 한꺼번에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가 행사가 끝난 뒤에는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행사를 위해 영구적인 인프라를 구축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올림픽스타디움만 이 논리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숙박시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대형 행사 이후 발생하게 될 높은 공실률은 도시를 망가 뜨리는 커다란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과 공유경제가 주는 가치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한 해법을 제공해준다.

지난 6일, ‘온라인 숙박 예약 서비스’ 부문 공식 서포터인 에어비앤비는 동계올림픽대회 기간(2월 9~25일) 동안 에어비앤비로 숙박을 해결하는 관광객 수를 발표했다. 에어비앤비 집계 결과, 2일 기준 대회 기간 강원 지역의 에어비앤비 이용 관광객은 1만5000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강원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자신의 집을 활짝 열어 이들을 맞이하면서 그간 주최 쪽의 큰 고민이었던 숙박 부족 문제, 높은 숙박료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플랫폼을 활용한 공유경제는 접근성을 넘어서 친환경적, 경제적인 가치를 만들어낸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1만5000명에 해당하는 관광객 규모는 다음과 같이 환산될 수 있다. 호텔 방 하나에 2명이 묵는다고 가정할 때 7500개의 호텔 방이 필요하며, 이는 163개 객실을 가진 평균 규모의 호텔 46채에 해당된다.

공유경제는 이 같은 인프라를 건설을 위해 굳이 자원을 투입하지 않을 수 있게 도와줬다. 기존의 자원인 주택 등은 관광객이 몰리면 숙박용으로 활용했다가 행사 이후에 관광객이 줄어들면 원래의 용도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7월,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한국 사회는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호텔을 크게 늘렸다. ‘호텔 용적률 특례’로 불린 이 법은 2016년 12월31일까지 4년 이상 한국의 도시 풍경을 뒤바꿔놨다. 호텔 건설을 크게 늘렸고, 특례로 인해 도시계획의 균형도 흔들렸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감소하면서 많은 호텔이 공실난을 겪어야만 했다. 2012년 당시에도 공유경제가 잘 알려져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밀려오는 유커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여행객이 급격히 감소해도 원래의 용도로 활용하며 충격은 훨씬 덜 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도시 풍경 역시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