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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거면 왜 '해설'이 필요할까?

알파인 스노우보드와 프리스타일 스노우보드는 전혀 다르다

  • Onetech Lee
  • 입력 2018.02.16 16:06
  • 수정 2018.02.19 17:48
ⓒhuffpost

지난 2013년 넬슨 만델라의 추모식에서 가짜 수화 통역사가 엉터리 수화로 전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은 가짜 수화를 통해 수많은 청각장애인들을 기만한 행위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2018 평창 올림픽에서도 비슷한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모 방송국의 배우 출신 해설위원이 스노우보드 시합 중계를 하고 있는 행위가 바로 그것과 같다.

그 해설위원은 알파인 스노우보드 선수 출신으로, 국제 심판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알파인 스노우보드와 프리스타일 스노우보드는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현재 스노우보드 전 종목의 해설을 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프리스타일과 알파인은 똑같이 ‘스노우보드’를 타고 시합을 뛴다는 것 뿐, 공을 가지고 운동을 한다고 해서 축구 선수에게 야구 종목 해설을 맡기는 것 만큼이나 연계가 거의 없고, 지식 역시 다르다. 물론 그가 해당 종목에 대한 합당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면 논외겠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하다. 올바른 기술명을 전혀 숙지하고 있지 않고, 흔히 말하는 ‘아무말 대잔치’식으로 세 바퀴 회전을 한 선수에서 ”다섯 바퀴 회전입니다.”라고 외치는 등 아마추어 수준의 시선으로 중계석에서 전국민에게 아무말이나 던지고 있는 상황.

 

ⓒKai Pfaffenbach / Reuters

그는 그의 중계나 최근 인터뷰 등을 통해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편한 단어들을 선정해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기술명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해설위원은 왜 필요할까? 피겨스케이트의 ‘트리플 악셀’이 ‘공중 3회전(정확하게는 세 바퀴 반)’ 기술이라는 것을 이제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 기술명이 어렵다고 “공중 3회전 기술”이라고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은 그의 말대로 해설자의 ‘역량’과 ‘취향’일 수 있다. 하지만 “다섯 바퀴 회전 했습니다!”라고 전달하는 것은 명백한 ‘자격 미달‘이다. 그 대신 시합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도중 선수의 기술 해설보다 선수와의 친분, 그리고 자신의 에피소드를 떠드는 것을 ‘해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려운 스노우보드 기술명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는 그 노력이야 가상하다만, 최소한 그 정보가 맞아야 한다. 아쉽지만 그의 해설은 대부분 틀렸고, 그걸 정정 없이 그대로 TV로 송신하는 것은 거짓이다. 그는 프리스타일 스노우보드에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어깨 너머 익힌 견문 수준으로 세계 탑클래스 선수들의 시합을 전국민에게 해설하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스노우보드 경기에서 순간적으로 기술을 착각하는 것은 일상다반사다. 그렇기 때문에 “다섯 바퀴입니다!”라고 해설하고, ”죄송합니다. 느린 화면으로 확인해보니 세바퀴입니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실수를 정정하는 것을 거짓이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잘못된 지식에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고, 그 넘치는 자신감으로 국민들에게 거짓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그의 해설 중 틀린 내용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선수의 기술에 대한 설명보다 자신과 선수의 친분을 과시하는 내용이 더 자주 들릴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노우보드 경기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일반인들은 연일 그의 해설이 듣기 편하다는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그의 해설이 알기 쉽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알고보니 잘못된 정보라면? 듣기 편한 해설이 거짓된 정보라면, 그래도 단순히 듣기 편하고 알기 쉬운 것일까?

이건 단순한 취향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과 거짓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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