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썰기 달인의 연봉은 1억원, 전라남도 신안군 '홍어썰기학교' 경쟁률이 지열하다

캬~ 홍어 좋지~
전남 신안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홍어 써는 법 등을 교육하는 홍어썰기학교를 열고 있다.
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홍어 써는 법 등을 교육하는 홍어썰기학교를 열고 있다.

“삭힌 것으로 국을 끓여 먹으면 장이 깨끗해지고 숙취를 해소하는 데 매우 좋다.”

200여년 전 정약전이 지은 어류도감 <자산어보>에 나오는 홍어에 관한 설명의 한 대목이다. 특유의 톡 쏘는 암모니아 향 때문에 삭힌 홍어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손꼽힌다. 홍어는 흑산도가 대표 산지인데, 나주 영산포로 4~5일 동안 옮겨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효되면서 삭혀 먹는 게 별미인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흑산도나 서남해안에서는 생홍어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남도에서는 제사와 차례 때 필수 음식인 데다 전국적으로 마니아급 애호가가 많기에 ‘없어서 못 먹는’ 고급 어종인 홍어는 6월1일부터 45일 동안인 금어기를 제외하곤 연중 잡힌다. 명절 등 성수기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여러 해 전부터 홍어를 부위별로 잘 구분해 깨끗하고, 빠르고, 보기 좋게 ‘작업’하는 ‘달인’이 줄어들어 문제가 됐다.

6년 전 귀향해 홍어 판매업을 하는 최서진(66) 신안군 관광협의회흑산지회장은 “명절 때면 홍어 주문은 넘치는데 정작 홍어를 잘 써는 사람이 부족해 제때 발송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에 신안군과 신안군 관광협회흑산지회, 수협 등은 2020년 흑산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6개월 과정 ‘홍어썰기학교’를 열었다. 주민들 사이에 화제가 됐고,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홍어썰기학교는 2기까지 26명이 수료했는데, 지난해엔 14명의 초급 홍어썰기 민간자격증 합격자를 배출했다. 자격증은 초급·중급·고급·장인 등 네종류로 나뉜다.

올 4월 둘째주부터 시작하는 3기 홍어썰기학교 입학 경쟁도 치열했다. 애초 모집인원 20명보다 많은 32명이 지원해, 면접을 거쳐 15명씩 2개 반으로 편성했을 정도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 연해에서 잡힌 홍어.
전남 신안군 흑산도 연해에서 잡힌 홍어.

홍어썰기의 비법은 평범하면서도 어렵다. 제3기 홍어썰기학교 강사 조형자(69)씨는 “홍어와 다른 생선은 생김새도 다르고, 부위별로 자르는 법도 다르다. 우선 암치와 수치를 잘 구별해야 하고, 날개살, 뱃살, 아가미살, 볼살 등을 구분해 잘 발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엔 홍어 껍질을 칼로 벗기는 게 고된 일이었지만, 요즘은 기계화돼 한결 수월해졌다. 20여년 동안 홍어를 썰어왔다는 조씨는 “하루 20~30마리까지 썰 때도 있었다. 개인용 칼을 가지고 다니며 일한다”고 말했다.

초급자의 경우 홍어 한마리를 손질하는 데 2시간가량 소요된다. 같은 작업을 40분~1시간 만에 해내는 ‘달인’은 경우에 따라 한해 1억원 넘는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홍어썰기학교가 있는 흑산도는 행정구역상 최서남단 해역에 있는 섬으로 목포에서 서남방 해상 92.7㎞ 떨어진 곳에 있다. 흑산 홍어잡이 어업은 2020년부터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흑산 홍어잡이 어선 16척으로 총허용어획량(TAC) 583톤의 물량을 확보해 조업 중이며 연간 60억원의 위판고를 올리고 있다. 흑산도 홍어는 5㎏ 한 마리에 20만~30만 정도 할 정도로 국내에서 나는 어류 중 가장 비싼 어종인데도 수요가 늘고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