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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오영수가 한국 배우 최초 골든글로브 수상 직후 인터뷰를 거절한 멋있는 이유

“(오영수는)무대를 통해 자신을 담금질하고 또 이겨내고 그 불길 속에서 타오르는 배우다”- 배우 박정자

골든글로브 시상식
골든글로브 시상식 ⓒAFP통신

지난 10일, 한국인 최초 골든글로브 수상자가 탄생했고 모두가 들뜬 분위기 속에서 이를 축하했지만 막상 당사자 오영수(78)는 덤덤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남우조연상 수상 소식도 기자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알았다며 “내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한테 ‘괜찮은 놈’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고. 

하지만 이어 오영수는 뒤따라온 인터뷰 제안을 거절했다. 사유는 다음 날 올려야 하는 연극 무대 때문. 그는 “내일 연극이 있다. 그 준비가 나에게 더 중요한 일”이라며 현재 공연중인 연극 ‘라스트 세션’에 대한 책임감을 표했다.

골든글로브 홈페이지 캡처
골든글로브 홈페이지 캡처 ⓒ골든글로브 홈페이지

1967년 극단에 들어가 처음 연기를 시작한 오영수는 이후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우직하게 연극 배우로서의 길을 걸었다. 과거 인터뷰에서 “한마디를 하더라도 생명력 있는 역할”이라면 고민 없이 배역을 맡는다고 밝힌 그는 ‘오징어 게임’ 이후 높아진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연기자로서 벌이를 할 수 있는 쉬운 길을 걷는 대신 자신의 철학을 굳건히 하는 쪽을 택했다. 

그가 “작품에서 연기한 장면의 의미가 흐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깐부치킨’의 광고 모델 자리를 거절한 것은 이미 유명한 사연이다. 이어 지난 해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그는 “진정한 승자는 하고 싶은 일을 최선을 다해서 어떤 경지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이라며 일을 단순히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 자아 실현의 수단으로 삼으며, 자신의 철학이 오롯이 담긴 연기와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MBC '놀면 뭐하니?'
MBC '놀면 뭐하니?' ⓒMBC '놀면 뭐하니?'

한 편의 작품으로 순식간에 유명세를 얻고 이제는 ‘한국 최초 골든글로브 수상자’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지만, 다음 날 있을 연극 준비에 매진하는 것을 보면 오영수는 여전히 명예와 출세에는 욕심이 없는 듯하다. 집에서 공연장인 대학로까지 지하철로 왕복 3시간을 걸려 이동하며 대사를 외우는 그는 이전 기자간담회에서 차기작으로 연극 ‘라스트 세션‘을 선택한 것에 대해 “‘오징어 게임‘으로 (작품과 광고 등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자제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지금까지 지향해온 모습을 지켜나갈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추구하는 그의 태도는 우리 세대가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닐까.

다음은 넷플릭스를 통해 밝힌 오영수의 수상소감이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다.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

 

문혜준 에디터: huff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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