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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발언 이틀만에 국세청이 재벌가 50곳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14일 "탈세는 반사회"라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한겨레

한진과 엘지(LG)그룹 총수일가의 탈세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국세청이 편법 상속이나 증여로 세금을 빼돌린 혐의가 포착된 대기업과 사주 일가 50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2, 3세로 대물림되는 과정에서 편법과 탈법으로 경영권과 부가 세습되는데 이런 대기업 사주 일가의 ‘세금 없는 부의 세습’에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국세청은 대기업 자본변동 내용과 경영권 승계과정, 국내외 계열사 간 내부거래 및 사주 일가의 재산·소득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탈세 혐의가 짙은 대기업(연 매출 1천억원 이상)과 사주 일가를 선정했다.

조사 대상에는 자녀 출자법인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이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챙기는가 하면, 친인척·임직원 명의로 협력·하청업체를 세워 비자금을 조성하고 가족이 임원 등으로 근무한 것처럼 속여 수년간 고액 급여를 챙긴 사주 일가 등이 포함된다. 또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회사 등에서 분산·관리하던 명의신탁 주식을 자녀에게 싼값에 넘기거나, 계열기업을 분할·합병하거나 우회로 상장하는 과정에서 변칙 상속·증여한 행위도 조사할 방침이다. 김현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 대상 대기업에는 사회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100대, 200대 기업 등이 들어 있다. 업체별로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천억 원대의 탈세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조사대상 기업의 정상적인 거래까지 전방위로 검증하는 ‘저인망식’ 조사가 아니라, 사주 일가의 편법 상속·증여 혐의만 뽑아내 집중적으로 검증하는 ‘현미경식’ 조사가 될 것이라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이른바 ‘핀셋’ 세무조사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세무조사로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국세청은 탈세 혐의가 드러나면 세금 추징은 물론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적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지난해에도 국세청은 대기업·사주 일가의 변칙적·지능적 탈세 1307건을 조사해 2조8091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 이 가운데 40명은 범칙조사로 전환해 23명을 고발 조치했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 ㄱ사의 선대 회장은 계열사 임직원에게 ㄱ사의 주식을 명의신탁했다. 선대 회장이 사망한 뒤 상속인이 된 사주는 임직원 명의의 이 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하지 않고 물려받아 상속세를 포탈했다. 또 일부 주식은 넘겨받았지만 명의자가 소액주주라는 이유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상속세와 양도소득세 수백억원을 추징하고 사주를 조세포탈로 고발했다.

국세청은 앞으로 경영권 편법 승계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에 대한 검증 및 관리를 강화하고, 대기업 사주일가의 인별 재산변동 및 거래내용과 관련 법인의 자본변동 흐름도 상시로 관리·검증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정보공유를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앞서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에 도피 은닉해 세금을 면탈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인 반사회행위”라며 검찰, 국세청 등 관련 국가기관이 엄정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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