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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운영자가 아닌 회원들이 '공범'으로 묶일 가능성

성착취영상물 소지 및 유포 행위를 경찰이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텔레그램 ‘엔(n)번방’에서 미성년자를 비롯해 여성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박사’ 조아무개씨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20만명을 넘긴 가운데, 엔번방에 가입한 ‘회원’에 대한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회원 신상을 공개해 달라는 국민청원도 150만명이 넘었다.

23일 <한겨레> 취재 결과, 엔번방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지난 20일까지 박사 조씨를 비롯해 텔레그램 대화방 운영자와 제작자, 유포자, 소지자 등 124명을 붙잡아 18명을 구속했다. 이들 외에 돈을 내고 엔번방에 가입하는 등 박사의 성범죄에 가담한 회원들은 많게는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엔번방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의 행위 정도를 살펴 처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번방 사건의 일명 '박사' 조모씨. 2020. 3. 19.
N번방 사건의 일명 '박사' 조모씨. 2020. 3. 19. ⓒ한겨레

성착취피해자가 19살 미만 아동·청소년이라면, 가해자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이 적용된다.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성착취영상물을 다운로드하거나 캡쳐하는 등 성착취 영상물을 소지하면 청소년성보호법(11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나아가 성착취영상물을 단순 배포할 경우 징역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서혜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텔레그램 방에 사진이나 영상이 오간 흔적이 없다면 아동·청소년 성착취영상물을 소지한 것조차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소지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전과가 없는 초범이라면 200만~300만원 정도의 벌금형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19살 이상 성인일 경우 처벌은 더욱 제한된다. 성착취영상물 유포 행위만 처벌할 수 있고, 법정형도 낮아진다. 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거나, 성착취영상물이 일반 음란물과 같이 취급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다만, 엔번방 회원이 어떤 식으로 활동했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영상물을 제작한 이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받는데, 박사에게 특정한 성착취영상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등 성착취영상물 제작에 관여했다면 회원들도 박사 조씨와 공범으로 묶일 가능성이 있다. 박수진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특정 영상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박사가 이를 수용해 실행에 옮겼다면, 아동·청소년 성착취영상물 제작의 관여도가 크다고 봐 공범 적용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동·청소년에게 스스로 음란행위를 촬영하게 시킨 경우도 청소년성보호법상 ‘제작’에 해당할 수 있다. 2018년 9월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박아무개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하면서 “직접 면전에서 촬영하지 않았더라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만드는 것을 기획하고 타인에게 촬영하게 하거나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적 지시를 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작’으로 봐야 한다. 박씨가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음란물을 촬영하게 한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결국 회원들의 성착취영상물 소지 및 유포 행위를 경찰이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신속하고 광범위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사 조씨의 휴대전화 등으로는 수십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회원들의 범죄 행태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원 개인 소유의 휴대전화나 디지털 매체 이용기록을 신속히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엔번방 회원들은 텔레그램 방에서 영상을 내려받은 뒤 다른 방을 만들어 영상을 배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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