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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편집장] 신종 코로나 때문에 서는 데가 바뀌자, 풍경도 달라졌다

지난 2월 24일, '중앙일보' 1면은 트위터에서 큰 화제가 됐다.

  • 강병진
  • 입력 2020.02.27 16:39
  • 수정 2020.02.27 16:45
중앙일보 2월 24일자 1면
중앙일보 2월 24일자 1면 ⓒ중앙일보

지난 2월 24일, ‘중앙일보’ 1면은 트위터에서 큰 화제가 됐다. 1면 맨 윗부분에 위치한 제목과 바로 아래 위치한 제목의 연결이 드러낸 기이한 모습 때문이었다. ‘중앙일보‘는 이날 1면 위에 사설을 배치해 ‘중국서 오는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하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 아래 기사에는 ‘코리아 포비아... 한국인들 비행기 탄 채 쫓겨났다‘는 제목으로 이스라엘에서 입국 금지당한 한국인의 고충을 보도했다. 이날 1면 이미지를 공유해준 페이스북 이웃은 ‘정신분열증‘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나는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최규석 작가의 '송곳' 속 한 장면
최규석 작가의 '송곳' 속 한 장면 ⓒ네이버웹툰

웹툰 ‘송곳‘은 이야기 속 구고신 부진노동상담소장의 말을 통해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라는 명대사를 남긴 바 있다. 사회적 지위에 따라 입장도 수시로 달라진다는 인간의 속성을 지적한 대사다. 그러한 인간의 속성은 ‘내로남불’이란 또 다른 속성과 연결된다. 서는 데가 바뀌고, 풍경이 달라지면, 원래 서 있던 자리에서 보던 풍경을 부정한다. 그래서 내가 했을 때는 되지만, 지금 남이 하면 안 된다.

‘중앙일보’ 1면의 제목 배치 또한 코로나19가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감염자를 늘리자 서는 데가 바뀌고 풍경도 달라진 탓에 나온 것이다. 미래통합당의 입장 변화도 마찬가지다. 미래통합당은 자유한국당 때부터 ‘중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해왔다. 그런데 중국이 한국인을 입국금지하려 하자,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국으로부터 조롱받는 현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수모”라며 ”세계로부터 삼류 국가 취급을 받는 대한민국의 명예와 국민의 자존심은 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또 미래통합당은 그동안 ‘우한 폐렴’ 명칭을 고수해왔는데, 이 당의 민경욱 의원은 이후 “중국에 혹시나 흠이 갈까 봐 우한폐렴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펄쩍 뛰던 사람들이 이제 아예 대구 코로나라고 부르나”고 비판하기도 했다. ‘우한폐렴‘은 되지만, ‘대구 코로나’는 절대 안된다는 논리인데, 왜 처음부터 둘 다 안된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는지 궁금한 부분이다.

 

정말 급격한 태세전환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건, ‘원래 그런 것‘이다. ‘내가 하면 되고, 남이 하면 안 되는 것‘도 원래 그러했던 것이다. 또 흔히 이러한 태세 전환에는 적당한 시간차가 있다. (KBS의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종종 약 4,5년 차를 두고 이뤄진 조선일보의 태세 전환 사례를 보여주곤 한다.) 그런데 미래통합당의 태세 전환에는 약 한 달이 걸리지 않았고, ‘중앙일보’ 1면의 태세 전환은 약 0.3cm 만에 이뤄졌다. 너무나 급격한 태세전환이다. 그래서 기이해 보일 수 밖에 없다. 또 그래서 ‘정신분열증’이라는 말까지 듣는 상황이다. 트위터에서는 ”하려면 하나만 하라”는 비난이 일었다.

이런 태세 전환은 환영!

어쩌면 이들은 자신들의 태세 전환이 태세 전환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의 입장에서 ‘중국서 오는 외국인‘과 ‘비행기 탄 채 쫓겨난 한국인‘을 어떻게 똑같이 볼 수 있냐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과 다른 나라 사람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도 원래 그러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세대의 시선은 원래부터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한국에 살고 있지만, 한국에서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중국인을 입국금지 시키면, 중국도 한국인을 입국금지 시킬 수 있다고 여긴다. ‘우한 폐렴‘과 ‘대구 코로나’를 다른 말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지금처럼 하나의 전염병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만약 이 세대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원래 서있는 데가 달라서, 보이는 풍경도 다른 거라고 여기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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