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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환경·도시·에너지 전문가들 “새 감염병 발생 주기, 3년 이내로 단축될 것”

1970년대 이후 신종 감염병은 30개가 넘는다

ⓒRomeoLu via Getty Images

“2000년대 들어 신종감염병이 많이 발생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국의 도시화나 국제화와 관계가 있나요?”

지난달 27일 오후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한국기후변화학회 온라인 워크숍에서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근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기후변화와 민감 감염병’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마친 뒤였다. 41명의 워크숍 참가자 중 7명이 ‘신종감염병의 주기’, ‘기후변화와 신종감염병의 연관성’, ‘신종감염병 예방법’ 등을 연이어 질문했다.

이날 이 교수는 “신종감염병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모기가 전파하는 지카바이러스의 경우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감염병은 백신을 개발해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답했다.

신종감염병이 기후변화때문이라는 전 세계 전문가들의 성찰이 이어지면서 코로나19 이후 그 둘의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은 가장 뜨거운 연구 주제로 떠올랐다. 학회 회원들은 대학, 연구소, 기업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연구를 하거나 관련 업종에 종사하며 기후변화와 감염병 관계에 대한 정보와 관심이 가장 많은 전문가 집단이다. 이들은 이 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 7일~13일 <한겨레>는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원 70명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들 중 일부 회원들을 상대로 추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아이의 일상
코로나 시대를 사는 아이의 일상 ⓒd3sign via Getty Images

코로나19가 생긴 이유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난개발 등 환경파괴(66%·46명)에 이어 기후변화가 2위(51%·36명)로 꼽혔다. 도시화(33%·23명), 지구화(24%·17명), 공장식 축산(17%·12명)이 뒤를 이었다(중복 답변).

한 회원은 “어느 하나가 직접 영향을 주었다기보다는 여러 요인이 코로나19 발생에 촉매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며 “환경 파괴는 동물의 개체 수를 줄이고 인수공통감염을 더욱 부추겨 코로나19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기타 원인으로 ‘정치적·경제적·군사적 독점을 위한 욕심’, ‘밀집된 인구’, ‘열악한 사육조건’, ‘특이한 음식문화’ 등의 답변도 있었다.

코로나19는 기후변화와 관계 있는가?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기후위기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77%(54명)가 연관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매우 그렇다’는 답변이 44%(28명), ‘그렇다’는 답변은 33%(23명)였다. ‘연관되지 않는다’고 답변한 이들은 16명(23%)에 불과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조경 전공의 한 회원은 ‘매우 그렇다’고 답변한 이유를 “기후변화는 여러 가지 환경문제를 발생시킨다. (신종 감염병은) 환경이 변하면서 최적화된 상태가 깨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연관이 있다고 답변한 이유를 보면 “박쥐 등 동물의 생태환경이 기후변화로 바뀌면서 (감염병이)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환경 변화가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을 부추길 수 있다”, “기후변화 경향과 질병 발병 경향이 유사하다”, “장기적으로 병원체의 적응과 진화와 관련이 있을 것”, “기후변화는 생태계 변화와 인간 활동의 변화를 야기한다. 이런 과정에서 신종감염병이 발현된다” 등이었다.

반면 지상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단언하기에는 아직 과학적 자료가 부족하고 연관성을 밝히는 체계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유로는 “연관성에 대한 알려진 설명이 부족하다”, “기후변화보다 지구화와 자연환경 파괴가 더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sorbetto via Getty Images

신종 감염병은 더 자주 유행할 것이다’

신종감염병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주기가 단축됐고, 앞으로도 그 주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기후변화로 신종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고 주기도 빨라졌다는 답변이 76%(53명)였다. 또 10명 중 9명 이상(94%)은 세계적 대유행을 부르는 감염병의 발생주기가 앞으로 더 단축할 것이라고 답했다. 새로운 신종감염병이 또 발생할 시기는 ‘3년 이내’가 40%로 가장 많았다. ‘5년 이내’라고 답한 비율은 32%, ‘10년 이내’는 16%였다.

‘3년 이내’라고 답변한 이건원 호서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그 영향이 누적돼 생물이 가지고 있는 회복력의 임계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러스 변이가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예상했다.

박종길 인제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북쪽의 찬 공기가 남하해 저위도의 따뜻한 공기와 혼합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지금 대처를 잘하지 못하면 이른 시일 내에 발생할 수 있다”며 ‘3년 이내’라고 답변했다.

대기과학 전공의 박사과정생은 “신종 감염병의 발생주기가 짧아졌지만, 발생 전 대처 능력 또한 발전한다고 가정했을 때 다음 신종 감염병의 출현은 3년 정도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 속도가 과거에 비해 빨라지고 있고,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다습한 환경이 바이러스 매개체의 서식 환경을 확대하고 있다”며 ‘5년 이내’ 또 다른 신종감염병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한 회원도 있었다.

대기환경을 연구한다는 한 회원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힘들고 무증상 감염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1년 이내’라고 응답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H1N1), 2013년 조류인플루엔자(H7N9),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016년 지카바이러스 등 2000년대 들어 감염병 발생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것도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1970년대 이후 등장한 신종 감염병은 에이즈, 니파바이러스 등 30개 이상이다.

서울의 거리에 붙은 안내문
서울의 거리에 붙은 안내문 ⓒASSOCIATED PRESS

기후변화 대책은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10명 중 8명(83%)은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뿐 아니라 에너지, 산업구조의 재편과 친환경 도시 구축 등 기후변화 대책이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노동운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에너지 전환 등을 강조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기후변화 진행을 억제해야 바이러스 활동도 억제할 수 있다. 또 이미 변해버린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정책도 감염병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관련 컨설팅을 하는 한 회사 대표는 “기후변화가 그 지역의 생태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에 이를 막으면 일부 해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 한 회원은 “(기후변화는) 불가항력”이라고 대답했다.

신종 감염병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기후변화 대책(중복 답변 가능)으로는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61%·42명), 탈탄소사회를 위한 에너지·산업구조 재편(54%·37명), 기후변화에 대응할 친환경 건강도시 만들기, 보건복지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의 협업(각각 51%·35명), 대기오염 해결(30%·21명), 동물과 사람, 생태계의 건강을 하나로 묶는 원헬스(one-health) 정책 구현(26%·18명) 순서로 꼽혔다. ‘녹색소비’, ‘육식 줄이기’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있었다.

아직 감염병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기후변화와 감염병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81%(57명)이었다. 10명 중 9명 이상(94%)이 관련 연구 지원을 활발히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필요한 연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코로나 19 이후의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대책’, ‘감염병 바이러스의 생태적 특성과 감염병 발생 및 전염, 확산과의 관련성, 감염병 바이러스의 자연환경에서의 천적 등’, ‘인공위성을 활용한 바닷물이나 담수 수온 상승과 병원 미생물 증식 분포 모니터링’, ‘국가 간 정책 및 제도의 협력’, ‘기후변화를 고려한 보건대책 수립 시 전 지구, 국가 및 지역차원 단계별 연구 필요’, ‘대기질 농도 변화와 감염병의 상관관계’ 등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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