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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변호인' 배급사가 '꾸.안.꾸한 날' 홍보물에 대해 사과했다

사과문이 올라온 뒤에도 비판 여론은 계속되고 있다.

  • 김태우
  • 입력 2019.05.30 11:22
  • 수정 2019.05.30 11:31

CGV아트하우스가 앞서 질타받은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홍보물에 대해 사과했다. 

ⓒUNIVERSAL PICTURES/CGV 아트하우스

CGV아트하우스는 29일 저녁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온라인 콘텐츠를 게시하면서 여러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리게 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라고 전했다.

CGV 측은 이어 ”해외 이미지를 활용해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의미를 본의 아니게 훼손했다”라며 ”여러분들의 질책과 고견 감사드리며 영화의 의미에 맞는 적절한 콘텐츠 구성을 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하겠다”라고 밝혔다.

논란은 지난 28일 CGV아트하우스가 ‘세상을 바꾼 변호인’ 홍보물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CGV 아트하우스

이날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포스터에는 ”리더(leader), 변호사(lawyer), 인권활동 (activist), 재판관(justice)” 등 기존 포스터 속 단어들 대신 ”독보적인 스타일, 진정한 힙스터, 시대의 아이콘, 핵인싸, 데일리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 ”영웅적인(heroic)”이라는 문구는 ”러블리한 날”로, ”펠리시티 존스(의 연기)는 경탄할 만하다(marvelous)”은 ”꾸.안.꾸한 날(꾸민 듯 안 꾸민 듯한 날)”로 오역됐다. 

ⓒUNIVERSAL PICTURES/CGV 아트하우스

포스터에 새겨진 문구는 오역됐을 뿐만 아니라 영화의 실존 인물을 완전히 왜곡했다. ‘세상을 바꾼 변호사’는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소재로 한 실화 바탕의 영화로, 긴즈버그가 변호사로 활동하던 1970년대 남성 보육자와 관련한 재판에 나서는 과정을 그린다.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긴즈버그는 미국 연방대법원 역사상 두 번째로 대법관에 임명된 여성으로, 성차별이 만연했던 시대에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힘써온 인물이다. 그는 1996년 군사대학인 버지니아밀리터리인스티튜트(Virginia Military Institute)의 여성 입학 금지 정책에 성평등 침해 판결을 내린 ‘미국 대 버지니아 사건’ 판결문을 작성했다. 그는 컬럼비아대학교 재직 당시 성차별에 대한 최초의 판례집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포스터 속 문구는 긴즈버그의 업적을 무시한 채 그의 겉모습에만 초점을 뒀다. 특히 ”핵인싸”라는 단어는 긴즈버그가 젊은 시절 겪어야 했던 차별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긴즈버그는 1960년 연방대법원 서기직 지원 당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불합격 통보를 받았고, 럿거스 법학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에도 ‘남편이 돈을 잘 번다’라는 이유로 남성 교수보다 낮은 연봉을 받은 바 있다. ”핵아싸”라는 표현이 오히려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CGV아트하우스 측은 게시물을 조용히 삭제했다.

사과문이 게시된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CGV아트하우스 인스타그램에는 지금도 ”담당자 원래 의도가 뭐냐”, ”구멍가게도 아니고 컨펌 떨어지는 과정에 아무도 잘못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게 더 문제 아니냐” 등 비판 댓글이 달리고 있다.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오는 6월 13일 개봉한다.

 

김태우 에디터: taewoo.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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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성 #세상을 바꾼 변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