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20년 09월 29일 18시 08분 KST

국방부는 북한 군 무선통신 듣고 있었다

"시신에 연유(燃油)를 발라 소각했고 이를 우리 군이 확인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47) 피격 사건 당시 상황을 둘러싸고 남한과 북한의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국방부가 ”사살하라” ”정말이냐”고 주고받는 북한 군의 무선통신을 듣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함께 북한의 ‘시신 훼손’ 여부 역시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뉴스1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회의실에서 연평도 실종공무원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할 때, 사건 당시 한국 군은 시긴트(SIGINT·신호정보) 첩보자산을 활용 북측 통신 내용을 감청한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정보 자산이 북측에 노출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구체적 정보 공개를 피하는 상황이다.

여당과 정부당국은 이러한 첩보 내용을 보고받은 뒤 A씨가 앞서 우리 군의 최초 설명대로 월북 의사를 표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는 A씨가 신원 확인 요구에 ‘불응’했다는 북한의 주장과 배치된다.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한편 29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시신에 연유(燃油)를 발라 소각했고 이를 우리 군이 확인했다”고 발언했다. ”연유라는 게 북한 용어로 휘발유나 디젤처럼 무엇을 태우는 데 쓰는 연료를 말하는 모양이다. 국방부가 그냥 판단한 게 아니라 정확하게 들었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국민의힘 측 주장과 관련 ”피격 사건과 관련한 첩보 재분석 작업을 진행중”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군이 첩보 내용을 그대로 공개할 수 없는 상황과 이번 사건에 대한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남북관계 개선 계기로 삼으려는 청와대 사이에서 자기 모순에 빠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른 쪽에서는 군이 통제하려는 대북 정보 자산을 국민의힘 쪽에서 공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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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의 형 이래진씨가 29일 서울 외신기자클럽에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시신 훼손 여부’는 북한의 국제협약 위반과 잔혹성을 규명할 핵심이기도 하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앞서 25일 ”북한의 행위는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규약에서 보장하는 생명권과 신체의 안전 위반일 뿐 아니라 전시 적용되는 제네바협약과 추가의정서 등 국제인도법 위반”이라며 ”향후 책임자를 전쟁범죄로 처벌 가능한 중대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시신 훼손이 사실일 경우 이번 사건은 유엔 인권이사회나 국제사법재판소(ICC)로 전선이 옮겨갈 수 있으며, 이는 그간 ‘정상국가’를 강조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