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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마스크 착용이 '불법' 될 위기에 처한 사연

미국 곳곳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 허완
  • 입력 2020.06.27 17:44
  • 수정 2020.06.27 17:46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발표한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주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롤리, 노스캐롤라이나주. 2020년 6월26일.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발표한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주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롤리, 노스캐롤라이나주. 2020년 6월26일. ⓒASSOCIATED PRESS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주의회 의원들은 26일(현지시각) 새벽까지 마스크 착용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1950년대부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해왔다. 얼굴을 가리는 특유의 복장으로 유명한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를 겨냥한 조치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자 주의회는 올해 초 표결을 통해 8월1일까지 마스크 금지법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2시경 민주당 의원들이 유예조치 시한 연장을 시도하자 공화당 의원들이 이를 가로막고 나섰다. 노스캐롤라니아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음에도 말이다.

민주당은 공화당 의원들이 26일 오후 5시부터 시행될 주지사의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무효화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하며 이를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인 로이 쿠퍼 주지사는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발표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역이 마주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완전히 동떨어져있다. 주민들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들은 쓸 데 없는 당리당략 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다.” 민주당입법운동위원회의 제시카 포스트 위원장이 입장문을 내고 밝혔다.

'(중국) 후베이성에서도 마스크는 안 통했다' - 롤리, 노스캐롤라이나주. 2020년 6월26일.
'(중국) 후베이성에서도 마스크는 안 통했다' - 롤리, 노스캐롤라이나주. 2020년 6월26일. ⓒASSOCIATED PRESS

 

공화당 의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의무화’ 조치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각자 알아서 자유롭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벌금을 물리거나 억지로 착용하게 하지 않도록 타협점을 찾자는 얘기다.” 공화당 소속 주의원 랠프 하이스가 새벽 3시경에 한 말이다. 

하지만 마스크 금지법 유예 시한이 8월1일자로 만료되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행위는 불법이 된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사람들, 특히 고령층이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연방정부의 보건 컨트롤타워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고, 압도적 다수의 전문가들이 마스크 착용 필요성을 강조했음에도,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은 정치적 이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80%에 가까운 미국인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는 사람들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롤리, 노스캐롤라이나주. 2020년 6월26일.
롤리, 노스캐롤라이나주. 2020년 6월26일. ⓒASSOCIATED PRESS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 각 지역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두고 입씨름을 벌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애리조나주의 한 의원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반대 시위에 참여해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라고 발언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 말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목조르기 체포로 숨지기 직전에 했던 것으로, 그의 죽음 이후 전국으로 번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상징하는 구호로 등장한 바 있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에서는 공청회에 참석한 한 주민이 커미셔너를 향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선택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민은 이 조치를 도입하려는 당국자들이 ”악마의 법에 복종하고 있다”며 ”하나님의 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주민은 5G와 빌 게이츠, ‘딥 스테이트’ 등이 등장하는 각종 황당무계한 음모론을 늘어놓은 뒤에 ”트럼프 2020!”이라는 말로 발언을 마쳤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에서는 마스크 반대 시위자들이 마스크 착용 중요성에 대한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회견을 방해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단 한 번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50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사망자는 125000여명에 달한다. 바이러스 확산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 허프포스트US의 Masks Could Become Illegal In North Carolina (Again) Under KKK-Inspired Law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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