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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팁 때문에 고민할 필요 없다" : 영국 저널리스트가 "한국을 사랑한다"고 고백한 진짜 이유

팁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한국인들은 알고 있을까?

일러스트
일러스트 ⓒ한겨레/일러스트 이민혜

 

 <편집자 주> 마이클 부스는 여행과 음식, 문화에 관한 글로 이름을 알린 영국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입니다. 그가 북유럽 5개국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파헤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은 2016년 영국 여행작가협회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여러 나라에 번역돼 출간됐습니다.

 

난 한국에 갔을 때 정말 즐거웠다. 독자 여러분이 떠올리는 바로 그 이유만은 아니다.(맛나고 푸짐한 먹거리 말이다.) 그렇다. 난 한국인들이 정말 정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국인들의 유머 감각을 사랑하게 되었다. 한국 음식은 흥미롭고, 역사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며 인상적이다.

하지만 내가 한국을 사랑하는 진짜 이유는 팁 계산을 하느라 머리 아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레스토랑에서도, 바에서도, 택시에서도, 도어맨에게도, 여행 가이드에게도, 호텔 직원에게도 팁을 얼마를 줘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세상천지에 천국이 따로 없다.

팁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한국인들은 알고 있을까? 미국이나 캐나다로 여행 갈 일이 있으면 그제야 비로소 깨달을 것이다. 한국의 ‘노 팁’ 문화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말이다.

레스토랑의 팁 계산이 제일 골치 아프다. 코로나 시대에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이다 싶은 게 있다면 그건 진짜 진짜 비싼 뉴욕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가뜩이나 비싼 음식값에 15%를 더 내야 한다는 것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 비싼 음식값에서 15%를 자발적으로 더 내야 한다니. 월급에 이미 음식을 테이블로 가져다주는 노동과 식사가 끝난 테이블을 치우는 노동의 대가를 월급으로 받고 있을 텐데 말이다. 팁을 받아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 분명 나는 계산이 끝났는데도 팁을 또 달라는 웨이터 앞에서, 그뿐만 아니라 나에게서 또 팁을 받아가려는 버스 보이 앞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해외 팁 문화 (자료 사진) 
해외 팁 문화 (자료 사진)  ⓒvinnstock via Getty Images

 

심지어 미국인들도 자기네 팁 문화를 싫어한다. 팁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이고 임의적인 것, 주는 사람 마음에 달린 것이라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미국 레스토랑에서 팁을 주는 것은 정말로 손님, 즉 팁 주는 사람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행여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팁 없이 레스토랑을 나가려 했다가는 웨이터가 이때다 싶어 문밖, 길거리까지 쫓아 나와 당신의 비열함에 대해 동네방네 떠들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난 정말 팁 계산 비율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식사가 끝나자마자 휴대전화 계산기 앱을 열고 쪼잔하게 수학 문제 풀듯이 계산하고 싶지도 않다. 팁은 쉽게, 기쁘게, 아무 생각 없이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팁은 꼼꼼하게 계산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건 팁을 주지 않는 것만큼이나 당혹스러운 것이다. 식당 주인들은 웨이터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것인가. 이 우스꽝스러운 협박 퍼포먼스는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가.

전 세계 다른 문화권에서 팁은 어떻게 작동할까? 중국, 일본, 싱가포르는 한국과 비슷하다. 이 나라에 여행 와서도 자기 살던 습관대로 팁을 놓고 가는 미국인들을 제외하고는 이 문화권에 사실상 팁이란 없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와 인도에서는 관광객이 오면 당연히 팁이 있다고 생각한다. 팁은 바이러스 같은 것인데 감사하게도 팁의 전염력은 지각없는 서구권 사람들이 모이는 코사무이와 호이안에선 더 퍼져나가지 않고 있다.남아메리카와 유럽의 팁 문화는 나라마다 미묘하게 차이를 보인다. 잘사는 나라일수록 팁의 액수가 커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에서는 1955년부터 음식값에 서비스 요금을 별도로 청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래전에 팁의 전산화(?)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사람들은 아직도 식사 후에 1유로 동전을 한두개 정도 테이블에 놓고 일어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손가락이 부러지기라도 한다는 듯이. 독일에서도 계산서에 이미 15% 정도의 서비스 차지가 붙어서 나오지만, 손님들은 거스름돈을 활용해 ‘교묘하게’ 팁을 준다. 음식값이 8.5유로가 나오면 10유로를 내며 1유로만 거슬러 받는 식이다.

대부분의 유럽도 이와 마찬가지다.(물론 이탈리아의 일부 지역 레스토랑에서는 때때로 ‘코페르토’라고 부르는 일종의 자릿세를 받는 엉큼한 추가 비용을 붙이기도 하지만.) 영국에서는 더 복잡하다. 오늘날 팁은 당연히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대도시에서는 더하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1파운드를 남기는 것부터 음식값의 20%를 다 받는 것까지 다양하다. 이 경우도 대개는 이미 계산서에 포함되어 있다.

외국인들은 이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팁을 두번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미 팁이 포함된 계산서를 결재하면서 한 번, 그리고 식탁에서 일어날 때 또 한 번.
스칸디나비아에서 살 때 그 누구도 정말 팁을 바란 적이 없었다. 웨이팅 스태프들이 넉넉하게 월급을 받아서이기도 하지만 외식비 자체가 억 소리 나게 비싸기도 했던 터라 거기에 더해서 자발적으로 팁을 더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여기 스칸디나비아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코로나 때문에 팁의 중요성이 전례 없을 정도로 커진 곳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록다운 등의 여파로 레스토랑들이 줄도산하는 와중에 간신히 살아남은 곳들 역시 금전적인 문제로 사투를 벌이고 있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홀 직원 임금은 삭감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허리띠를 조르고 또 졸랐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고정비로 들어가는 것 중 임대료, 관리비 등 따져보면 줄일 수 있는 비용이 인건비밖에 없을 테니까. 자발적이든 그렇지 않든 월급을 삭감당한 홀 직원에게 드문드문 방문하는 손님이 주는 팁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진다.

그러니 이런 상황을 마음속에 꼭 담아두길 바란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이 오면, 그때는, 그때가 오면 난 기쁘게 팁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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