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8월 28일 16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8월 28일 17시 01분 KST

[공화당 전당대회] 코로나? 무슨 코로나? 마스크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없었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원격 전당대회와 극적으로 대조되는 '현장'을 연출해냈다.

ASSOCIATED PRE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행사에서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0년 8월27일.

워싱턴(AP) - 부모들과 자녀들이 사랑하는 가족들이 지켜보지 못한 가운데 땅에 묻히고,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학교들이 완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고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건 너무나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27일 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웅장한 청중들 앞에서 공화당 대선후보직을 수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500여명의 사람들이 백악관 사우스론에 운집했다. 마스크 착용은 의무가 아니었고, 의자는 불과 몇 인치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배치돼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능했다. 보건당국의 지침에 위배되는 일이다.

대통령 및 부통령과 ”매우 가까이”에 자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만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ASSOCIATED PRES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지켜보기 위해 백악관 사우스론에 운집한 청중들. 대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2020년 8월27일.

 

트럼프가 경제를 황폐하게 만들고 자신의 재선 성공 가능성을 위협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밀쳐내려 하는 가운데 공화당은 바이러스를 리어뷰 미러로 집어넣고 미국의 성과들을 강조하는 무대로 전당대회를 꾸며냈다.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확산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전날 4만20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왔고, 이번주에만 2700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전당대회 연사로 나선 이들 중 바이러스를 언급한 사람은 드물었고, 어떤 연사들은 코로나19를 과거형으로 언급했다.

″이건 끔찍했다. (코로나19의) 보건, 경제적 영향은 비극적이었다.”전당대회 둘째 날 연설에 나선 백악관 경제고문 래리 커들로가 말했다. ”그러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비상한 구제책으로 대통령의 리더십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발휘되어 코로나바이러스와 성공적으로 싸워냈다.”

이날 행사는 모든 연설에서 일체의 청중을 배제하고 원격으로 진행된 지난주 민주당 전당대회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대선후보 조 바이든과 러닝메이트 카말라 해리스는 야외에서 서로 거리를 두고 서있었음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ASSOCIATED PRESS
지난주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는 청중 없이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와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수락연설은 청중 없이 진행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졌나? 코로나19가 끝났나?” 바이든 선거캠프의 선임고문 시몬 샌더스가 27일 기자들에게 말했다. ”어젯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연설에서 마스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뤄지는 걸 전혀 못 봤다. 그러니까 현실은, 리더십의 부재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공화당의 전당대회는 이전과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공화당은 노스캐롤라이나나 플로리다에서 수많은 청중들을 끌어모았을 대규모 집회를 취소했고, 코로나19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왔다. 실내 연설은 청중 없이 진행됐다. 반면 실외 행사에는 청중이 등장했다.

2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된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의 연설도 그랬고, 가족과 상이참전용사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6일 볼티모어 맥헨리 요새에서 진행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연설도 마찬가지였다.

펜스의 연설이 끝난 후,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펜스와 트럼프 내외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청중들이 의자에서 일어나 무대 가까이로 모여든 것이다.

ASSOCIATED PRESS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청중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볼티모어, 메릴랜드주. 2020년 8월26일.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가 거리를 유지한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펜스 부통령은 악수를 나누고, 주먹 인사를 주고받고, 한 청중으로부터 작은 선물을 건네받기도 했다. 누구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청중들 중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없어보였다. 몇몇 사람들은 행사 참석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최근 25명 이상이 모이는 외부행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볼티모어 시장 버르나드 잭 영은 공화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법과 질서의 대통령을 자임하는 사람들이 겉잡을 수 없이 계속되고 있고 그들이 정치화하고 통제에 실패한 팬데믹으로부터 우리 주민들을 지키기 위한 나의 적법한 2020년 8월7일자 행정명령을 무시한 것이야말로 위선의 극치다.” 그가 성명에서 밝혔다. 

ASSOCIATED PRESS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및 펜스 부통령과 "매우 가까이"에서 접촉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만 사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트럼프 선거캠프는 행사 참석자들 중 몇 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지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백악관 대변인 저드 디어는 ”대통령 및 부통령과 매우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만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워싱턴DC 정부가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밤 백악관에 초대된 청중들에게 발송된 지침에는 (실외인) 사우스론에서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백악관에 입장할 때와 스크리닝 구역에서는 착용해야 하며, ”화장실이나 연회 공간 등 사람이 많은 구역”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초청객들에게는 ”가능하면 항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고, 코로나19 증상이 있거나 최근 양성 판정을 받았거나, 감염자와 밀접접촉했다면 집에 머물러달라는 안내도 전달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냈던 ‘파트로누스 메디컬’의 최고의료책임자 로버트 달링은 ”전당대회장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적절한 프로토콜을 시행”하기 위해 공화당 측과 협의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프로토콜이 시 정부 및 연방정부의 지침에 부합하며, ”전당대회가 최고 수준의 공공안전 기준 속에서 치러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스크리닝”을 위해 현장에 보건 전문가들이 투입됐다고 덧붙였다. 

ASSOCIATED PRESS
의자 간 간격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2020년 8월27일.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보건기관들이 권장한 조치들을 비롯한 코로나19 확산 방지 권고 지침들을 준수하기를 거부한 것은 자택에서 이를 지켜본 공중보건 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대통령과 전체 공화당 전당대회는 우리 일생일대 최악의 공중보건 위기인 이 팬데믹의 심각성을 보여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예방조치들을 논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우리의 공중보건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한 건 극도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응급의사이자 볼티모어의 보건국장을 지낸 레아나 웬 박사(조지워싱턴대 보건정책 방문교수)가 말했다.

그는 대규모 집회는 매우 높은 바이러스 전파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하며 (펜스 부통령의 연설이 진행된) 볼티모어의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이 행사를 지켜본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단체로 모여도 된다’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보건정책 교수 로버트 블렌던은 이 행사가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높인다’는 다른 목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일터로 돌아가고, 자녀들이 실제 학교로 돌아가고,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느끼게 된다면 선거에서 유리해진다는 점을 대통령과 부통령은 잘 알고 있다.” 그가 말했다. ”그들은 공중보건 전문가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는 코로나의 위험이 훨씬 낮다는 말을 하려고 그런 행동들을 하고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