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2018년 04월 13일 20시 17분 KST

가수 닐로, 음원 역주행의 진실

'음원 사재기'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페이스북 등에서 '스텔스 계정'을 사용한 것은 사실임이 확인됐다.

닐로 SNS

사재기로 순위를 조작해서 음원 차트 순위를 점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일으키고 있는 가수 ‘닐로’의 마케팅 방법이 일종의 ‘스텔스 마케팅’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초 문제가 불거진 것은 12일 새벽.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가수 닐로의 곡 ‘지나오다’가 이날 오전 1시부터 4시까지 멜론 차트 1위에 올랐다. 당시 차트에는 트와이스 엑소(EXO)의 유닛 첸백시, 위너 등 음원 차트 강자들이 도사리고 있어서 이들 가수의 팬덤을 중심으로 “닐로의 소속사가 취약한 새벽 시간을 노려 음원 사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다른 의혹도 있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그동안 ‘너만 들려주는 음악’, ‘역대급 노래 동영상’ 등의 몇몇 페이스북 계정이 유독 닐로에게 우호적인 포스팅을 해왔다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 계정들이 닐로의 소속사인 리메즈 컴퍼니가 소유한 ‘스텔스 계정’(소유자를 알 수 없게 감춰 둔 계정)이고, 리메즈 컴퍼니가 이 스텔스 계정들을 이용해 닐로의 음원들을 마케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리메즈 컴퍼니에서 과거 음원 역주행(통상 음원 차트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가 떨어지는데 거꾸로 서서히 인기가 올라가는 흐름을 일컫는 말)을 했던 일부 뮤지션들에게도 의혹의 불똥이 튀었다.

그러나 소속사는 ‘반복 스트리밍’이나 ‘음원 사재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리메즈 컴퍼니의 대표 이시우 씨는 1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리메즈는 결단코 사재기를 하지 않았고, 하는 방법도 모르며, 알고 싶지도 않다”며 “자본력이 있지도, 방송에 출연시킬 수 있는 능력도 없다. 가장 효율적이고, 유일하게 대중에게 뮤지션을 알릴 수 있는 창구가 뉴미디어라고 생각했다. 진입 장벽이 없고, 누구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저희가 생각한, 지금 이 순간의 유일한 답이었다”고 반박했다.

리메즈 컴퍼니가 ㄱ레이블에 보낸 제안서 일부. 

소속사 쪽은 ‘일요신문’ 등에 “음원 사재기나 편법은 쓰지 않았다. SNS를 기반으로 한 바이럴 마케팅 전문회사이기 때문에 노출에 효과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 결과, 음원 사재기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나 페이스북 등에서 스텔스 계정을 사용한 것은 사실임이 확인됐다. ‘한겨레‘가 입수한 리메즈 컴퍼니의 2017년도 제안서 및 계약서 사본 등을 보면, 이 회사는 다른 가수들의 소속사를 상대로 한 달에 300만원에서 500만원 가량의 돈을 받고 약 18개 채널에 동영상을 노출하는 계약을 제안했다. 바이럴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리메즈 컴퍼니는 이 계약서에 영상 제작에 200만원, 해당 영상을 3회 노출하는 데 300만원의 금액을 책정해 놓았다. 특히 이 회사가 보유하거나 제휴한 계정 중에는 일부 누리꾼들이 ‘스텔스 계정’으로 지적한 ‘너만 들려주는 음악’, ‘요즘 핫하다는 노래’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현재 리메즈 컴퍼니가 제휴를 맺거나 이 회사가 소유한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는 비판 댓글이 달리고 있다. 평소 이들 페이지에서 추천하는 음악을 자주 듣던 20대 사용자는 ‘한겨레’에 “지금까지 이 페이지에서 유통되는 음원들을 주로 들었는데 속은 것 같아 괘씸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에선 스텔스 마케팅이 영세 제작자들의 사실상 유일한 돌파구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달리) 방송을 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대적인 홍보비를 들일 수도 없는 제작자들의 입장에서는 사실 페이스북이 좋은 음악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라며 “대형 소속사 가수들이 앨범이 나올 때마다 방송에 나가는 것은 괜찮고, 인디레이블에서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마케팅한 것은 안 된다고 한다면 이는 역차별로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모든 가수가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상황에서 닐로가 역주행을 했다면 노래가 좋은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마케팅을 수익 도구로 삼는 것이 리메즈 컴퍼니만도 아니다. ‘한겨레’에 제안서 등의 자료를 제공한 ㄱ레이블은 “리메즈 뿐 아니라 다수의 바이럴 마케팅 업체에서 비슷한 제안서를 받았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리메즈 컴퍼니의 관계자들은 제안서와 관련한 ‘한겨레’의 인터뷰 요청에 “공식 입장을 정리 중”이라며 응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닐로의 음원이 멜론 차트에서 1위를 한 것과 관련해 “리메즈 컴퍼니와 멜론이 관계사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멜론 관계자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음원 사재기나 총공격 스트리밍 등의 논란에 대해 “멜론은 차트의 공신력을 위해 필터링의 로직을 발전시켜왔다”며 “비정상적인 이용 패턴은 순위 집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