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디터의 신혼일기] 신혼 엔딩

눈에서 꿀을 흘리며 달콤한 말을 속삭이던 때가 언제였던가~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었던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의 [뉴디터의 신혼일기] 마지막화입니다.

지난 주말, 친한 학교 선배가 결혼했다. 특이하게도 전통 혼례식이었는데, 드레스 대신 한복을 입고 연지곤지를 찍은 선배의 모습은 이색적이고 굉장히 예뻤다. 다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참석자 중 신랑신부 그리고 혼주를 제외한 하객들은 죄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나 역시 신부와 사진을 찍을 때만 마스크를 잠깐 벗었고 그 외에는 계속 마스크를 쓴 채 그 전통혼례를 지켜봤다.

전통혼례를 직접 본 건 처음인 터라 한복을 입은 신랑신부와 식을 알리는 풍물패의 공연, 사랑가 창을 부르는 축가까지 모든 게 흥미롭기 그지없었다. 식이 마무리될 무렵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신랑신부 친구들이 신랑신부에게 다가갔고 그 모습을 함께 지켜보던 절친한 언니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아, 너 결혼식 때 신랑 친구는 전부 남자, 신부 친구는 전부 여자였던 거 생각난다. 어쩜 그렇게 성비가 1:1이었는지..”

“맞아요 언니. 그때도 웃기긴 했는데 나중에 사진 보니까 더 웃기더라고요. 무슨 단체미팅이야 뭐야 ㅋㅋㅋㅋ”

“너 결혼식 날도 아침에 태풍 와서 난리였잖아. 그 날 현수막 건 분들도 고생했겠더라.”

그렇게 잠깐 내 결혼식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시간.

″그래도 지금 코로나에 비하면 차라리 태풍이 나았던 거 같다. 2년 전이지?”

두둥.

그렇다. 벌써 결혼한 지 거진 2년이 흘렀다. 매일이 매일이고 그날이 그날같이, 놀기만 하면서 보낸 지 2년이 지난 것이다.

결혼한 지 벌써 그렇게 됐다니!

아직도 신혼이라고 봐도 되는 건가?

생각해보면 신혼의 뜨거움은 식어버린 지 오래였다. 몇 달 전 MBC 예능 ‘부러우면 지는거다’를 보는데, 아나운서 출신 최송현이 너무너무 아기같은 말투로 남자친구를 대하는 걸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런 최송현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 남친을 보고 있자니 솔찍헌 심정으로다가 조금은 부러웠다. 신랑은 “애교가 과하네 참...”이라며 혀를 찼지만 그러는 당신도 오래 전에는 스스로혀를 썰어먹은 것 같이 말했었지.

당연하지만 사랑이 없는 건 아니고, 사랑의 형태가 바뀐 셈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와 함께 가고 내가 지켜야 할 내 가족이자 친구이지만, 연인 같은 감각은 줄어들었다. 길거리를 걸으며 손을 잡지 않은지도 오래되었고, 집에서도 별 대화 없이 다른 행동을 할 때가 많다. 닭살 돋는 대화도 2년 전에 비하면 엄청 줄었다. 눈에서 꿀을 흘리며 달콤한 말을 속삭이던 때가 언제였던가~

어쨌든 신혼은 끝났다는 판단이다. 그러므로 신혼일기라는 주제로 쓸 글도 없어졌다. 우리 부부가 나누는 대화 주제도 이제 부동산, 재테크, 2세 계획 등 진지한 것들로 옮겨갔기에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별로 재밌지 않을 것이고, 매일매일 다이나믹했던 연남동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진짜 부부(?)마냥 조용한 주택가로 이사하며 일상도 잔잔하고 평온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껏해야 금요일 밤 퇴근 후 둘이 동네 이자까야에서 술 한 잔 하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다. 그 이자까야에는 엄마아빠 손잡고 온 어린이 손님들이 많고...

비혼을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요즘같이 먹고살기 힘든 시기에- 세상천지 만인들에게 결혼을 추천하며 부러움을 샀던 게 뉴디터의 신혼일기 아니었던가. 하지만 더 이상 신혼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한 터, 이제 신혼일기를 접습니다. 롯데리아 폴더버거같은 낚시가 아니라 진심이다. 그간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사랑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PS. 비혼의 시대이지만, 잘 맞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건 정말 큰 행복이다. 그 증거는 아래 그간 연재됐던 ‘뉴디터의 신혼일기’ 시리즈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