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디터의 신혼일기] 처음으로 혼인신고를 빨리 한 것을 후회했다

매매는 갑자기 찾아온다.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거의 5년을 살았던 신혼집과 작별하게 됐다. 누군가는 집이 인간과 인간 사이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데, 부모님 집에 안락하게 얹혀 살던 학창시절이나 월세 원룸을 전전하던 대학시절에는 전혀 그 말을 공감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별은 갑작스러웠다. 집을 내놓은지는 어느새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지만 매매하겠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집을 보러 온 사람은 지난 1년 동안 셋 정도였고, 그 중 하나가 며칠 전 찾아온 가족들이었다.

어느 날 저녁, 나와 신랑은 저녁으로 전골을 끓여 먹다가 반주나 한 잔 할까? 했고 (늘 그렇듯 아주 철도 대책도 없이) 결국 흥이 올라 귀가 움직이는 토끼 털모자를 쓰고 태국에서 사 온 플래시라이트를 번쩍거리며 놀다가 먹은 음식을 하나도 치우지 않고 잠들었다.

ㅎㅇ
ㅎㅇ

그리고 아침에 후다닥 출근. 식탁 위에는 누룽지가 눌어붙은 전골 냄비, 하늘색 소주 2병과 물건너 온 맥주 캔 nx4개(맥주는 항상 4의 배수) 그리고 블루투스 스피커와 플래시라이트가 놓인 채였다. 무슨 이유에선지 토끼 털모자는 텔레비전 모서리에 씌워져 있었다(...)

출근 후 벌개진 얼굴로 한참 바쁘게 일하고 있는 와중에 신랑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 지금 누가 집 보러 왔다는데 들어가라고 해도 되려나?”

″...그 난리통을...?”

″지금 갑자기 와서 한 번 보고 싶다고 했대.”

″에휴... 어차피 안 할 거 보여주라고나 하지 뭐.”

″맞아. 어차피 보면 더러워서 안 할 것 같아. 나같아도 그런 술꾼들이 산 집은 싫어.”

그런데, 그렇게 집을 보고 간 가족들은 충격적이게도 집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계약을 하고 싶다고 했다.

대체 어디가...? 텔레비전에 씌워져 있던 토끼 털모자에 반했나 Hoxy?

어쨌든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그 가족은 한 달 안에 집을 비워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그렇게 이별은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집을 내놓은 지 1년이 다 됐지만 아무도 사 가지 않아 거의 반 포기 상태에서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어안이 벙벙하고 현실적이지가 않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내가 항상 갑이라고 생각해 함부로 대했던 나보다 조금 못난 애인이 날 돌연 걷어찬... 그런 느낌...? 그러고보니 우리 참 좋은 추억이 많았잖아... 그치? 하지만 내가 잘못한 건 맞으니까 널 더 이상 붙잡을 수도 없고 천천히 마음을 비워볼게... 이런 기분.

끄옦옦,,,
끄옦옦,,,

이 집에 처음 왔던 날이 아직 생생하다. 결혼하면 이 집에서 시작하면 된다고, 이제부터 같이 꾸미자고 신랑이 내 눈을 가리고 추억의 러브하우스 노래를 부르면서 데려왔던 게 5년 전 연애할 때 이야기.

그 5년 동안 이 집에서 살면서 좋은 일이 많이 있었다. 취직도 했고 신랑도 좋은 부서로 옮기고 곧장 승진하고 둘이 별 탈 없이 결혼도 잘 하고 신혼도 행복하게 잘 보냈다. 가끔 의견차이로 싸우기도 했고, 숙취에 쓰러져 고통에 몸서리치기도 했고, 합심해서 벽간소음에 맞섰던 등 소소하게 네거티브한 일들은 있었지만, 그래도 대체로 행복했던 기억 뿐이라서 마음이 더욱 허한 느낌이다. 정이 많이 든 집이기에 안 팔고 우리가 가진 채 세를 주며 살았으면 정말 좋았겠다만, 40% 대출 제한은 컸기에 결국 우리는 매매를 선택했다.

잠시 혼인신고를 너무 급히 한 걸 후회했다. 한 기사에서 본 건데, 어떤 부부는 결혼 후 혼인신고 안 하고 법적 남남인 상태에서 아내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서 남편의 집에 전세로 들어가고, 남편은 그 돈으로 아파트를 구매해 서류상 아내에게 전세를 준 것으로 되어 있는 집은 월세로 돌려 수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걸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아, 세상에. 우리가 진짜 사랑에 눈이 멀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쳤군! 하지만 저런 편법이 횡행해서는 우리 사회가 결코 건전해질 수 없겠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혼인신고 한 지 2년 만에 첫 후회라니 너무 알콩달콩하게 잘 산 건 분명. 집이 나가자마자 순식간에 다른 집으로 가는 길이 타이밍 좋게 딱딱 이어진 걸 보면 이 좋았던 집과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 모양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우리 다음으로 사는 사람들도 잘 살아주면 좋겠어. 평생 잊지 못할 내 신혼집 안뇽.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