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디터의 신혼일기] 코로나19로 인한 감금상태가 부부에게 미치는 영향

그 어느 때보다 재미 없는 감금의 3월이다.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중국발 괴질의 창궐로 그 어느 때보다 재미 없는 3월을 보내고 있다. 나는 항상 매년 봄이 오면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그 약간 간질간질하고 요망하고 그런 기분이 들곤 했다. 아주 봄바람이 코끝에 살랑이는 것이다.

물론 그런 마음이 들어 봐야 하는 거라곤 기껏해야 좀 예쁘게 차려입고 평소보다 찐한 루즈나 바르고 연트럴파크를 걷는 정도였다. 화장이 잘 됐으니 셀카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고, 예쁘다며 허례허식적인 댓글을 남겨준 친구들한테 봄인데 만나자~ 해서 꽃 보러 다니고. 그 정도가 엄격한 유교걸인 내가 봄에 저지르는 일탈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 2020.2.25
코로나19 여파로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 2020.2.25

하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못 하는, 정말 너무 재미가 없는 봄이다. 지하철에 여전히 아주 자유분방하게 비말(飛沫·침 및 콧물 같은 거)을 뿌리고 돌아다니는 어르신들이 있다는 걸 고려하면 재택근무는 정말 너무 좋지만, 또 이렇게 되면 밖에 나갈 일이 없다. 이런 시국에 친구들과 약속 잡기도 어렵고, 나갈 곳이라고는 장 보는 정도인데 요즘은 B마트가 진짜 너무 잘 돼 있다. 정말 자의적, 타의적 감금의 끝인 상태.

그 와중에 재미있는 뉴스를 봤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마비 상태였던 중국 산시성 수도 시안시가 공적 업무를 재개하자마자 이혼 신청이 물밀듯 쏟아졌다는 것이다.

시안시 베이린구 혼인등기소에서 일하는 왕모씨는 폭스비즈니스에 ”많은 부부들이 한 달 이상 집에서 둘만 마주하고 지내다 보니 충동적으로 이혼율이 급증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게 얼마나 충동적이냐면, 이혼 신청을 했다가 하루 만에 다시 결혼하겠다고 찾아와 ‘재혼’ 처리된 부부도 있었다.

처음 봤을 땐 꽤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이게 남의 일이 아니었다. 만약 이 괴질 사태가 장기화된 끝에 우리 부부가 결국 집에 갇힌 채로 한 달을 보내야만 한다면? 특히 이사 이래 심해진 신랑의 물음표살인마 증상을 고려했을 때 정말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을 수도 있었다.

본인 방금 코로나19 때문에 하루종일 둘이 집에 있는 상상함ㅋㅋ
본인 방금 코로나19 때문에 하루종일 둘이 집에 있는 상상함ㅋㅋ

#상황 1

″(부엌에서) 여보! 근데 그거 어딨지!”

″(방에 누워 있음)그거 뭐?”

″그거!! 부엌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뭔데!!”

″그거~~ 그거. 와인따개!!”

″싱크대 첫 번째 서랍 봐봐.”

″없는데?”

″그게 왜 없어. 거기 있어.”

″없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싱크대로 가서 첫 번째 서랍을 열고 조금 뒤적이면 바로 나옴) 왜 없어?”

″어. 내가 찾을 땐 없는데 신기하네.ㅎㅎ”

″👿🤬🤯”

#상황2

″(방에서)여보!! 나 그 추리닝이 어딨지!!!”

″(거실에서 책 읽으면서 커피 마시는 중)거기 서랍 봐봐. 있어.”

″없는데!!!”

″있다니까??”

″없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가서 옷장 서랍을 열면 바로 나옴) 이거 말한 거 아니야?”

″어 맞아. 진짜 신기하네.ㅎㅎ”

#상황3

″여보!!! 여보!!!!!!! 나!!!”

″으아아악”

코로나19가 온 도시를 흉흉하게 뒤덮은 동안 시안시 부부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혼인등기소 관계자들은 시민들에게 ”결혼과 이혼은 인생의 큰 일이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잠시의 불화로 가볍게 이혼을 결정하지 않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정말 맞는 말씀이다. 그런 고로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해서는 퇴근 이후, 저녁이 있는 삶만을 함께 누리는 것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어서 이 역병이 사라지길 바랄 뿐...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