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다 아던(40)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노동당이 17일 치러진 뉴질랜드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과 전 세계의 찬사를 이끌어 냈던 아던 총리의 리더십에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100% 끝난 현재 노동당은 49.1%를 득표해 26.8%를 얻는 데 그친 국민당을 따돌렸다.
노동당은 전체 의석 120석 중 과반을 넘는 64석을 확보했다. 3년 전 총선 때보다 18석이나 늘어난 것이다. 혼합비례대표제(MMP)가 도입된 1996년 이후 한 정당이 차지한 의석으로는 가장 많은 것이다.
노동당은 단독으로 정부를 꾸릴 수 있게 됐다. 노동당은 지난 총선 이후 중도우파 성향인 뉴질랜드제일당(9석), 진보 정당인 녹색당(8석) 등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한 바 있다.
반면 지난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던 중도우파 국민당은 21석이나 감소한 35석을 얻는 데 머물렀다. 득표율은 17.64%p나 하락했다.
아던 총리는 승리가 확정된 후 노동당에게 “50여년 만의 가장 큰” 격차로 승리를 안겨준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우리는 여러분들의 지지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뉴질랜드인들을 위한 정당이 될 것이라고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국민당의 주디스 콜린스 대표는 패배를 시인하면서 ”강력한 야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다음 총선까지) 3년은 눈 깜짝 하는 사이에 지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총선의 최대 화두는 코로나19였다. 지난달에 치러질 예정이었던 선거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연기됐기 때문 만은 아니다.
뉴질랜드는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인구 480만여명인 뉴질랜드의 누적 확진자는 1886명, 사망자는 25명으로 집계된다.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는 400명이 채 안 된다. 2만명이 훌쩍 넘는 미국, 브라질, 1만명이 훌쩍 넘는 유럽의 프랑스나 영국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한국은 492명이다.)
3년 전 뉴질랜드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로 취임한 아던 총리는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기난사 테러, 화이트섬 화산 폭발, 코로나19 등을 거치는 동안 보여준 리더십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그가 백인 우월주의 테러에서 보여준 ‘단호하고 다정한(be strong, be kind)’ 리더십에는 전 세계에서 찬사가 이어졌다. 로이터는 아던 총리가 코로나19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신속한(go hard, go early)’ 리더십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해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