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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자 무연고 공동묘지가 '임시 매장지'로 거론되고 있다

뉴욕시의 코로나19 사망자수가 급증하자 하트 아일랜드 공동묘지로 옮겨지는 시신들도 함께 늘어났다.

  • 허완
  • 입력 2020.04.10 17:23
  • 수정 2020.04.10 17:50
(자료사진) 미국 뉴욕시 브롱크스 북동쪽에 위치한 하트 아일랜드(Hart Island)는 미국에서 가장 큰 공영 공동묘지다. 사진 뒷편으로 보이는 붉은색 벽돌 건물은 1967년 문을 열었던 약물·알콜중독 재활 센터 '피닉스 하우스' 옛 건물.
(자료사진) 미국 뉴욕시 브롱크스 북동쪽에 위치한 하트 아일랜드(Hart Island)는 미국에서 가장 큰 공영 공동묘지다. 사진 뒷편으로 보이는 붉은색 벽돌 건물은 1967년 문을 열었던 약물·알콜중독 재활 센터 '피닉스 하우스' 옛 건물. ⓒDavid Dee Delgado via Getty Images

미국 뉴욕시를 구성하는 40여개의 섬 중 하나인 하트 아일랜드의 쓰임새는 다양했다.

길이 1.6km, 너비 530m에 이르는 이 작은 섬은 미국 흑인부대(USCT) 31 보병연대의 훈련장, 남북전쟁 포로 수용소, 정신병원, 결핵 환자 수용소, 공동묘지, 노숙인 쉼터, 소년원, 감옥, 약물·알콜중독 재활 센터 등으로 쓰였다. 1870년 활열병이 유행하던 시기에 이 곳은 격리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사람이 살지 않게 된 하트 아일랜드가 본격적으로 공동묘지로 사용되기 시작한 건 1860년대 후반부터였다. 남북전쟁 당시 목숨을 잃은 북부군 군인 20명이 이곳에 묻힌 게 시작이었다.

1958년이 되자 섬에 묻힌 시신은 50만구를 넘어섰다. 1985년에는 에이즈(AIDS)로 사망한 16명의 시신이 섬의 남쪽에 묻혔다. 그 이래로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는 에이즈 환자들이 이 섬으로 옮겨져 집단으로 매장됐다.

그밖에도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사람들, 유산된 태아 등이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된 이 고립된 섬에 묻혔다. 길쭉하게 파낸 좁은 도랑 안에 지금까지 100만명 넘는 고인이 그렇게 나름의 사연을 품은 채 잠들었다.

배를 통해서만 닿을 수 있는 이 섬에는 이제 곧 새로운 쓰임새가 주어질지도 모른다.

주로 무연고 공동묘지로 활용되고 있는 하트 아일랜드에서 보호장비를 착용한 인부들이 시신을 매장하고 있다. 최근 이곳으로 옮겨지는 시신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로 추정된다. 2020년 4월9일.
주로 무연고 공동묘지로 활용되고 있는 하트 아일랜드에서 보호장비를 착용한 인부들이 시신을 매장하고 있다. 최근 이곳으로 옮겨지는 시신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로 추정된다. 2020년 4월9일. ⓒASSOCIATED PRESS

 

코로나19 사망자가 연일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지금, 뉴욕시가 이 섬에서 시신 매장 작업을 담당해왔던 재소자들을 대신할 민간 업체 노동자들을 고용했다고 로이터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동안에는 인근 라이커스섬 교도소에 수감중인 재소자들이 그 일을 맡아왔다.

보통 이곳으로 옮겨지는 시신은 가방에 싸여진 뒤 목재 관으로 옮겨지게 된다. 관에는 사망자의 이름이 ”큰 글자로 아무렇게나” 휘갈겨 쓰여진다. 이건 중요한 일이다. 나중에 누군가는 이곳에서 가족을 찾으려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주일에 하루, 25구 정도의 시신이 그렇게 처리되곤 했다. 

그런데 3월부터 뭍에서 이곳으로 옮겨지는 시신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뉴욕주가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핫 스팟’으로 떠오르던 시기다.

하트 아일랜드를 관리하는 뉴욕시 교정국(DOC)의 대변인 제이슨 커스텐은 현재 하루에 20여구씩, 일주일에 하루가 아니라 닷새 동안 계속해서 시신을 매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시 필요할지도 모르니 (시신을 묻을) 도랑 두 개를 새로 팠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하트 아일랜드가 코로나19 사망자의 임시 매장지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공동묘지'나 '집단 매장' 같은 방식은 '절대로'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하트 아일랜드가 코로나19 사망자의 임시 매장지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공동묘지'나 '집단 매장' 같은 방식은 "절대로"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Lucas Jackson / Reuters

 

지난 1일, 인터셉트는 뉴욕시가 하트 아일랜드에 매장지를 추가로 조성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시 정부는 라이커스섬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교도소 노동(임금) 기준으로는 거액”에 해당하는 시급 6달러와 마스크와 보호복 같은 개인보호장비(PPE)를 제안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6일 지역 방송사 NY1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다소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그는 ”지금은 (어디에) 사람들을 묻을 것인지, 그런 고통스러운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을 때가 아니”라 ”목숨을 구하는 일”에 초점을 맞출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더블라지오 시장은 ”(장소가 부족해 추가로) 시신을 매장할 곳이 필요해지면, 그건 하트 아일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사망자들은 집단으로 매장되는 게 아니라 각각 따로 묻히게 될 것이라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코로나19 사망자들에 관해) 이른바 ‘공동묘지‘나 ‘집단 매장’ 같은 일은 뉴욕시에서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매장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한 명씩 따로 묻어서 나중에 이 위기 사태가 끝나면 가족들이 시신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더블라지오 시장이 말했다.

뉴욕시는 2008년에 수립한 ‘전염병 팬데믹 비상대응 계획’에서 시 정부가 운영하는 시신 안치소들이 가득차는 상황이 되면 이곳을 임시 시신 매장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2007년 현재, DOC는 하트 아일랜드에 1만9200명의 사망자를 수용할 수 있는 두 곳의 부지가 마련되어 있고, 향후 매장에 필요할 경우 추가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부지가 있다고 보고했다.” 

병원 앞 등 뉴욕 곳곳에는 코로나19 사망자를 임시로 안치할 냉동트럭들이 배치됐다. 뉴욕, 미국. 2020년 4월8일.
병원 앞 등 뉴욕 곳곳에는 코로나19 사망자를 임시로 안치할 냉동트럭들이 배치됐다. 뉴욕, 미국. 2020년 4월8일. ⓒDavid Dee Delgado via Getty Images

 

뉴욕시의 코로나19 사망자는 9일 또 한 번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뉴욕주 전체에서 지난 하루 동안 799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면서다. 사흘째 하루 최다 신규 사망자라는 불운한 기록이 쓰여진 것이다.

뉴욕주 전체 사망자는 7067명이 됐다. 그 중 뉴욕시의 사망자는 4778명에 달한다. 그러나 병원이 아니라 자택에서 사망한 사람은 이 통계에 일부만 반영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한 채 숨진 사람도 현재로서는 통계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장의사로 일하는 토마스 치즈맨씨는 사망자가 넘쳐나는 바람에 ”화장터조차 2주째 시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AP에 말했다. 현재(8일) 시신 수습 작업 지원을 위해 뉴욕시에 220명의 군 병력이 파견돼 주야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한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수색 구조 업무를 담당하던 공군 주방위군 병력들도 이 지원 병력에 포함됐다.

로이터는 냉동트럭을 태운 배가 9일 오전 하트 아일랜드에 도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트럭에는 20여구의 시신이 실렸다. 시 정부 당국자는 아직 정확한 집계는 되지 않았다면서도 최근 이곳에 묻힌 시신들 중 일부는 코로나19 환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 이곳이 임시 매장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시 당국자와 커스텐 DOC 대변인은 아직 그 정도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뉴욕시 수석부검의사무실(OCME) 건물에 800~900구의 시신을 안치할 장소가 있고, 냉동트럭 40여대에 4000여구를 추가로 보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까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커스텐 대변인이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우리는 (작업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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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로나19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