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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건'이라는 뉴욕포스트의 헌터 바이든 우크라이나 의혹 보도는 좀 수상하다

러시아의 '정보전 타깃'으로 지목되는 트럼프 변호인 루디 줄리아니가 얽혀있다.

  • 허완
  • 입력 2020.10.16 17:16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이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마리마, 플로리다주. 2020년 10월13일. 뉴욕포스트는 14일 보도에서 바이든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부패 의혹을 입증할 '스모킹건'이라고 주장하는 이메일 자료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이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마리마, 플로리다주. 2020년 10월13일. 뉴욕포스트는 14일 보도에서 바이든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부패 의혹을 입증할 '스모킹건'이라고 주장하는 이메일 자료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ASSOCIATED PRESS

미국 대선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타블로이드 매체 뉴욕포스트가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과 그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에 관한 의혹을 ‘폭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은 바이든의 부패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단서라고 주장하며 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보도의 신빙성과 자료의 출처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허위정보 유포와 해킹으로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던 러시아의 ‘작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이 보도가 제기하는 ‘스캔들’의 전제에 관한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트위터는 해당 기사 링크의 공유를 금지했고, 페이스북은 이 기사의 뉴스피드 노출을 제한했다. 공화당은 ‘검열‘이자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두 기업의 CEO를 의회에 출석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BC뉴스가 주최한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2020년 10월15일.
ABC뉴스가 주최한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2020년 10월15일. ⓒJIM WATSON via Getty Images

 

뉴욕포스트가 보도한 ‘스모킹 건’...?

뉴욕포스트는 14일(현지시각)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이메일을 입수했다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보수성향 타블로이드인 이 매체가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당시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에서 임원으로 일하고 있던 헌터가 다른 임원의 청탁을 받고 당시 부통령으로 있던 부친에게 로비를 주선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로비의 내용은 이렇다. 우크라이나 검찰이 부리스마의 부패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었는데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검찰총장을 해임하도록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력을 넣어달라고 미국 정부에게 요청했다는 것. ‘바이든 부통령 부자(父子)’가 그 연결 고리로 지목된 것이다.

뉴욕포스트는 바이든이 헌터의 주선으로 부리스마의 ‘넘버3’라는 임원 바딤 포자스키를 만났음을 시사하는 이메일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포자스키가 2015년 4월17일에 헌터에게 보냈다는 이메일에서 ”(워싱턴)DC로 초대해주고 부친을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적었다는 것.

뉴욕포스트는 ‘아들과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전혀 없다’는 바이든의 해명과 완전히 배치되는 대목이라고 적었다. 또 ”이 이메일이 발송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바이든이 이 회사를 수사하고 있던 검찰총장을 해임하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이 아들의 회사를 보호하려는 사적인 목적으로 부통령 권한을 남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다.

뉴욕포스트는 이 자료를 입수하게 된 경위도 밝혔다. 이 매체는 2019년 4월에 바이든이 거주하고 있는 델라웨어주의 한 컴퓨터 수리점에 헌터로 추정되는 고객이 침수된 맥북프로를 맡겼는데, 수리대금을 지급하지도 않고 기기를 찾아가지도 않자 FBI(연방수사국)에 신고했다고 해당 수리점 주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주인은 FBI가 이 컴퓨터를 가져가기 전에 하드드라이브 복사본을 만들었고, 이후에 이를 트럼프의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의 변호인 로버트 코스텔로에게 전달했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지난 9월에 스티브 배넌(전 트럼프 대선캠프 수석전략가)에게 이 자료의 존재 사실을 들었고, 보도 사흘 전인 지난 11일에 줄리아니로부터 이 자료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자료사진) 장남 보 바이든의 추도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가운데)와 차남 헌터 바이든(왼쪽). 2016년 8월17일.
(자료사진) 장남 보 바이든의 추도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가운데)와 차남 헌터 바이든(왼쪽). 2016년 8월17일. ⓒASSOCIATED PRESS

 

뉴욕포스트의 바이든 의혹 보도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들

뉴욕포스트의 이 보도에는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자료 입수 경위가 석연치 않다.

자신을 그 컴퓨터 수리점의 주인이라고 밝힌 존 폴 맥아이작은 이 보도가 나간 이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엇갈리는 설명을 내놨다.

그는 노트북 수리를 맡긴 고객이 헌터라는 걸 몰랐다고 했다가 헌터가 직접 자신을 소개했다고 말을 바꿨고, 줄리아니와 알던 사이였냐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FBI가 이 자료를 가져간 경위에 대해서도 FBI가 먼저 자신에게 접근해왔다고 말했다가 FBI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연락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대선이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지금 이 시점에 하필 이 보도가 나온 것에도 의문이 나온다. 뉴욕포스트가 헌터의 노트북에 담겨있던 이메일이라며 공개한 PDF 파일은 메타데이터상으로 1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탐사보도 기자 케빈 폴센은 지적했다. 입수했다는 원본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게 아니라 누군가 미리 준비해둔 자료로 보인다는 것다.

보도에 등장하는 이메일의 진위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뉴욕포스트가 ‘스모킹건’이라는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면서 보도 하루 전에 만든 이미지를 첨부한 것은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뉴욕포스트는 포렌식 등으로 이 이메일 자료의 진위를 확인했는지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의심스러운 건, 이 매체가 밝혔듯 자료의 출처가 루디 줄리아니라는 부분이다.

검찰 출신으로 뉴욕 시장을 지낸 루디 줄리아니가 백악관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년 9월16일. </p></div>
<p>미국 정보기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이자 오랜 측근인 줄리아니가 러시아 정보당국의 '정보전' 타깃이라는 사실을 파악해 이를 백악관에 알리며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출신으로 뉴욕 시장을 지낸 루디 줄리아니가 백악관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년 9월16일.

미국 정보기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이자 오랜 측근인 줄리아니가 러시아 정보당국의 '정보전' 타깃이라는 사실을 파악해 이를 백악관에 알리며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ASSOCIATED PRESS

 

루디 줄리아니 : 러시아의 ‘허위정보 유포 작전’ 타깃

트럼프의 개인 변호인이자 오랜 측근인 줄리아니는 이 의혹이 당시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였던 바이든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판단하고 관련 자료 수집에 열을 올려왔다. 관련 정보와 증거를 수집하겠다며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줄리아니는 검찰로 일하던 1980년대에 뉴욕 ‘마피아와의 전쟁’을 이끌면서 유명세를 탔고, 이를 바탕으로 뉴욕 시장에 당선됐던 인물이다.)

줄리아니가 줄기차게 제기한 소위 이 ‘바이든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결과적으로는 거꾸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이어졌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군사지원을 조건으로 이 의혹에 대한 수사를 압박하면서 수사 착수를 공개적으로 발표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탄핵소추안에는 트럼프가 정치적 경쟁자가 될 바이든에게 해를 입힐 목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줄리아니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마구잡이로 유포해왔던 것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미국 정보기관들은 그가 이른바 자료 조사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만난 사람들이 러시아 정보당국과 연루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파악했고, 이 내용을 이미 지난해에 백악관에 전달하면서 주의를 당부했다고 WP가 15일 보도했다.

WP는 러시아 정보당국이 유포한 허위정보가 줄리아니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흘러들어가서 영향을 끼치게 될 가능성을 미국 정보기관들이 우려했다고 전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줄리아니가 우크라이나에서 가져왔다는 정보는 러시아 정부에 의해 오염된 정보’라고 주의를 당부하기까지 했다는 것.

즉, 바이든에게 흠집을 내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허위정보 유포 작전을 벌이면서 내건 미끼를 줄리아니가 덥썩 물었다는 얘기가 된다. 뉴욕포스트는 그 줄리아니에게서 건네받은 자료를 별다른 검증 없이 보도한 셈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월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16년 대선 직전에 유출된 미국 민주당 내부자료를 해킹했던 러시아 군사정보국(GRU) 소속 요원들이 부리스마도 해킹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정보당국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이 해킹 자료들이 다른 날조된 자료들과 함께 ‘옥토버 서프라이즈’(대선 직전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사건이 깜짝 등장하는 일) 형식으로 유출될 것이라는 통신 내역을 감청한 이후 사건 진행 추이를 예의주시 해왔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수사당국은 뉴욕포스트가 보도한 자료들이 외국 정부(러시아)의 첩보 작전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NBC뉴스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만약 정말로 ‘스모킹건’이 될 민감한 자료가 가득했다면 헌터가 노트북을 찾아가지 않고 방치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증거 자체가 조작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2015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키예프, 우크라이나. 2015년 12월7일.
2015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키예프, 우크라이나. 2015년 12월7일. ⓒASSOCIATED PRESS

 

바이든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진실

뉴욕포스트의 기사, 그리고 줄리아니가 제기해온 의혹의 핵심 줄기도 이미 여러 차례의 보도와 검증을 통해 확인된 사실과는 배치된다.

소위 ‘바이든 우크라이나 의혹‘를 요약하면 ① 우크라이나 검찰이 헌터 바이든이 몸 담고 있던 부리스마를 수사하려고 하자 ② 헌터가 부친에게 도와달라는 ‘로비’를 했고, ③ 실제로 당시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해 검찰총장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했고, 결국 안드레이 쇼킨 검찰총장은 2016년 3월 물러났다(③). 그러나 ①과 ②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트럼프 탄핵 사태 때 이미 나온 얘기다.)

바이든이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한 건 쇼킨 검찰총장이 부리스마를 수사해서가 아니라, 수사를 미적거렸기 때문이었다. 쇼킨 검찰총장은 민주화 시위 이후 새로 출범한 정권의 부패 청산 작업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그의 해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했는데, 검찰이 주축이 되는 부패 청산 작업도 요구사항 중 하나였다. 오바마 정부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주도적으로 담당했던 게 바로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었다. 몇몇 공화당 의원들도 쇼킨 해임을 촉구했었다. 바이든은 이후 공개 강연에서 이 당시 상황을 회고하기도 했다. (굳이 숨길 만한 일이 전혀 아니었다는 얘기다.)

쇼킨 검찰총장의 해임을 촉구한 건 미국 뿐만이 아니었다. 우크라이나에게 자금을 지원했던 다른 서방 국가들, 국제통화기금(IMF)도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바이든은 미국 부통령으로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압박을 주도했을 뿐이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부리스마에 대한 수사를 직접 벌이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든이 아들이 일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압박에 나섰다’는 의혹과는 거리가 멀다.

또 뉴욕포스트 기사에 등장하는 이메일이 설령 진본이라고 하더라도 바이든이 부정한 청탁을 받았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이 메일에는 ‘덕분에 부친(바이든)을 만나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고마웠다’는 내용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선거캠프 측은 보도 이후 입장문을 내고 바이든이 이 이메일에 등장하는 부리스마 임원과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뉴욕포스트가 이 기사를 작성하면서 해명을 요청해온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뉴욕포스트의 기사 공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뉴욕포스트의 기사 공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Dado Ruvic / Reuters

 

기사 공유 차단한 트위터·페이스북, 반발하는 공화당

트위터는 뉴욕포스트의 기사 공유를 원천 차단하는 초유의 조치를 취했다. 이 기사의 주소(URL)을 올리려고 하면 ‘트윗을 전송할 수 없다‘는 안내 문구가 뜨도록 한 것이다. 트위터는 ‘해킹된 자료들’의 게시를 금지하는 자체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도 팩트체킹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기사의 노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의 뉴스피드에 이 기사가 잘 뜨지 않게 조치했다는 의미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이같은 조치가 타당한지 여부는 또 다른 논쟁거리다.)

공화당은 즉각 반발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이 대선에 개입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두 회사의 CEO들을 의회 청문회에 소환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뉴욕포스트 기사를 홈페이지에 올려두고는 ‘차단된 링크 대신 이 링크를 공유해달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의 ”스모킹건” 보도에 대한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조치를 ”끔찍하다”고 표현하며 바이든을 ”부패한 정치인”으로 몰아세웠다.

그러나 이 보도의 신빙성에 폭넓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 이같은 ‘폭로’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들이 이끌고 있는 정보기관들은 거듭 러시아가 올해 대선에도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고경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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