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타블로이드 매체 뉴욕포스트가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과 그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에 관한 의혹을 ‘폭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은 바이든의 부패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단서라고 주장하며 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보도의 신빙성과 자료의 출처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허위정보 유포와 해킹으로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던 러시아의 ‘작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이 보도가 제기하는 ‘스캔들’의 전제에 관한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트위터는 해당 기사 링크의 공유를 금지했고, 페이스북은 이 기사의 뉴스피드 노출을 제한했다. 공화당은 ‘검열‘이자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두 기업의 CEO를 의회에 출석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포스트가 보도한 ‘스모킹 건’...?
뉴욕포스트는 14일(현지시각)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이메일을 입수했다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보수성향 타블로이드인 이 매체가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당시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에서 임원으로 일하고 있던 헌터가 다른 임원의 청탁을 받고 당시 부통령으로 있던 부친에게 로비를 주선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로비의 내용은 이렇다. 우크라이나 검찰이 부리스마의 부패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었는데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검찰총장을 해임하도록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력을 넣어달라고 미국 정부에게 요청했다는 것. ‘바이든 부통령 부자(父子)’가 그 연결 고리로 지목된 것이다.
뉴욕포스트는 바이든이 헌터의 주선으로 부리스마의 ‘넘버3’라는 임원 바딤 포자스키를 만났음을 시사하는 이메일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포자스키가 2015년 4월17일에 헌터에게 보냈다는 이메일에서 ”(워싱턴)DC로 초대해주고 부친을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적었다는 것.
뉴욕포스트는 ‘아들과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전혀 없다’는 바이든의 해명과 완전히 배치되는 대목이라고 적었다. 또 ”이 이메일이 발송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바이든이 이 회사를 수사하고 있던 검찰총장을 해임하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이 아들의 회사를 보호하려는 사적인 목적으로 부통령 권한을 남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다.
뉴욕포스트는 이 자료를 입수하게 된 경위도 밝혔다. 이 매체는 2019년 4월에 바이든이 거주하고 있는 델라웨어주의 한 컴퓨터 수리점에 헌터로 추정되는 고객이 침수된 맥북프로를 맡겼는데, 수리대금을 지급하지도 않고 기기를 찾아가지도 않자 FBI(연방수사국)에 신고했다고 해당 수리점 주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주인은 FBI가 이 컴퓨터를 가져가기 전에 하드드라이브 복사본을 만들었고, 이후에 이를 트럼프의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의 변호인 로버트 코스텔로에게 전달했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지난 9월에 스티브 배넌(전 트럼프 대선캠프 수석전략가)에게 이 자료의 존재 사실을 들었고, 보도 사흘 전인 지난 11일에 줄리아니로부터 이 자료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뉴욕포스트의 바이든 의혹 보도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들
뉴욕포스트의 이 보도에는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자료 입수 경위가 석연치 않다.
자신을 그 컴퓨터 수리점의 주인이라고 밝힌 존 폴 맥아이작은 이 보도가 나간 이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엇갈리는 설명을 내놨다.
그는 노트북 수리를 맡긴 고객이 헌터라는 걸 몰랐다고 했다가 헌터가 직접 자신을 소개했다고 말을 바꿨고, 줄리아니와 알던 사이였냐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FBI가 이 자료를 가져간 경위에 대해서도 FBI가 먼저 자신에게 접근해왔다고 말했다가 FBI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연락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대선이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지금 이 시점에 하필 이 보도가 나온 것에도 의문이 나온다. 뉴욕포스트가 헌터의 노트북에 담겨있던 이메일이라며 공개한 PDF 파일은 메타데이터상으로 1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탐사보도 기자 케빈 폴센은 지적했다. 입수했다는 원본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게 아니라 누군가 미리 준비해둔 자료로 보인다는 것다.
보도에 등장하는 이메일의 진위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뉴욕포스트가 ‘스모킹건’이라는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면서 보도 하루 전에 만든 이미지를 첨부한 것은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뉴욕포스트는 포렌식 등으로 이 이메일 자료의 진위를 확인했는지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의심스러운 건, 이 매체가 밝혔듯 자료의 출처가 루디 줄리아니라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