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10월 07일 19시 02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0월 12일 15시 56분 KST

집에서 일할 때 전기료는 누가 내나? 재택근무 시대의 중요한 질문에 대한 네덜란드의 결론

네덜란드만큼 재택근무 추가비용 지원 문제를 깊이 검토한 나라는 없다.

Eva Plevier / Reuters
재택근무 중인 한 여성이 집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네덜란드 노동자들은 재택근무에 관한 추가 비용을 회사가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센헤임, 네덜란드. 2020년 10월2일.

암스테르담 (로이터) - 코로나19 위기로 전 세계가 격변하는 지금, 오랫동안 재택근무를 하는 이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질문이 있다. 차(茶)와 화장실 휴지 비용은 누가 내야 하는가?

대답은, 네덜란드에 따르면, 여러분의 회사다.

그럼 얼마나? 근무일 하루 평균 약 2유로(약 2720원).

이건 일하면서 마시는 커피나 차, 그리고 화장실 휴지 같은 비용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가스비와 전기료, 수도요금에 더해 책상과 의자 같은 필수 품목의 감가상각액처럼 사무실에서 일하면서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비용까지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우리는 말 그대로 한 가정에 평균적으로 찻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까지 계산했다. 비용을 산정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재택근무의 추가 비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정부출연 연구기관 NIBUD의 가브리엘러 베톤빌러가 말했다.

전 세계가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팬데믹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어쩌면 이런 계산은 다소 사소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중요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사무실 근무 비율 대폭 감소가 코로나19 위기가 남긴 영구적 유산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당국은 이미 NIBUD의 연구 결과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에 봉쇄조치가 내려진 3월부터 재택근무를 하는 공무원들에게 363유로의 코로나19 ‘보너스’를 올해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하루 2유로라는 수치는 평균적인 노동자를 기준으로 산정한 평균 비용이다. 가정 난방 및 상수도 비용이나 단열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재택근무에 필요한 가구나 컴퓨터, 전화기 등의 장비에 관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NIBUD는 이런 것들은 필요할 경우 회사가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말한다.

Eva Plevier / Reuters
재택근무 중인 한 남성이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사센헤임, 네덜란드. 2020년 10월2일.

 

프랑스, 스페인, 영국의 사례

다른 국가들도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상당수 직원들은 풀타임으로 사무실에 출근하는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

스페인은 고용주들에게 재택근무 유지비용 지급 의무를 부과했다. 독일은 재택근무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법안을 논의하고 있고, 프랑스는 퇴근 이후 노동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것을 금지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은 팬데믹 기간 동안 구입한 업무 연관 장비에 대해 세금공제 규정을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만큼 구체적인 기준을 깊이 고민한 나라는 없다.

″정부가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네덜란드 최대 노동조합인 FNV의 요서 카허르가 말했다. 이들은 NIBUD가 제시한 기준에 더해 재택근무 노동자들에게 추가 보상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재택근무에 관한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비용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거다.”

FNV의 조합원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일터에 직접 나가야 한다. 악조노벨(AkzoNobel; 세계 최대 페인트 그룹)의 공장이나 하이네켄의 브루어리처럼 말이다. 반면 대부분의 은행 직원들과 보험회사 직원들, 콜센터 직원들, 그밖에 다른 많은 노동자들은 3월부터 줄곧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 전체 노동자의 약 80%는 노조의 단체협약을 적용 받는다.

은행 ABN암로는 직원들에게 재택근무 장비 구입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일상적인 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회사 대변인 야르코 더스바르트는 직원들이 일주일에 사흘 이상 사무실에 나와 일하는 일은 이제 다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va Plevier / Reuters
재택근무 중인 한 여성이 집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사센헤임, 네덜란드. 2020년 10월2일.

 

카푸치노 머신 필요한 사람? 

그러나 늘 그렇 듯 여기에도 동전의 양면이 있다. 고용주들은 코로나19 위기로 경제가 파탄날 지경인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건 납득이 잘 안 된다고 주장한다.

네덜란드 경영자들의 협회인 AWVN의 대변인 야너스 판데르펠더는 NIBUD의 계산에는 재택근무 중인 노동자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이제는 집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 마시니까 모두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노조 측에서는 주장하는데, 노동자들이 그 대신 더 많은 자유시간을 누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그가 (재택근무로) 절감된 통근시간이 평균 한 시간에 달한다면서 한 말이다.

그는 노동자들이 재택근무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상 받더라도 차량이나 출장 등의 지원비용 감소로 상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의 모든 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전부 임금에 더해 추가적인 ‘보너스’를 주는 식은 되지 않을 거다. 이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분명 안 될 거다.”

그리고 물론 한계도 있다.

고용주들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여줄 카푸치노 머신을 내놓는 것도 완전히 맞는 말인 것 같은데?

네덜란드 내무부 장관 예룬 판펠전에 따르면, 그건 또 아니라고 한다. 내무부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재택근무 추가 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아니다, 당연히 여기에는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데 필요한 것들(관련 비용)이라는 제한이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