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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가 리니지 등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상반기 안 공개를 목표로 준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경기도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경기도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일명 ‘이중뽑기’(컴플리트 가챠)를 포함해 모든 확률형 아이템 상품의 확률을 상반기 안에 공개하기로 했다.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상품의 확률을 공개하면서 ‘무작위’와 ‘균등’ 등 이용자 눈높이에 맞지 않는 표현을 쓰고 확률형 아이템 상품으로 이룰 수 있는 등급 중 일부를 막아놨던 것으로 드러나 ‘확률 조작’ 또는 ‘사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라 눈길이 쏠린다. 이른바 ‘메이플스토리 사태’로 커지고 있는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상품 규제 요구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넷마블 등 다른 게임업체들도 뒤따를지와 게임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끈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것까지 모두 공개”

엔씨소프트의 한 임원은 14일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리니지와 블레이드앤소울 등 모든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상품의 확률 가운데 유료와 무료, 유료와 유료가 결합된 것 등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것까지 모두 공개하기로 방침을 굳혔다”며 “상반기 안 공개를 목표로 준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메이플스토리 사태로 촉발된 확률형 아이템 상품 확률 조작 및 사기 논란 파장이 대응이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며 “게임산업과 게임업체에 대한 인식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확률형 아이템 상품의 확률을 공개해 조작·사기 논란부터 잠재워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공개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엔씨소프트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내부 검토 결과 조작 내지 사기 논란을 받을 대목은 없는 것으로 일단 파악됐다”며 “다만, 확률을 너무 낮게 책정했다는 지적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엔씨소프트 게임 이용자들은 주로 “확률형 아이템 상품의 확률이 너무 낮은 것 같다”는 지적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확률은 게임 종류와 이용자의 게임 이용 능력 등에 따라 상대적이다. 재미, 난이도, 매출에 미치는 영향 등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밸런싱) 상태에 맞춰진다. 확률이 낮다고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10년 게임개발 노하우 내어놓는 꼴?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 상품이란 아이템을 ‘럭키박스’ 형태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만한다. 이른바 ‘뽑기’ 형식을 가미해 이용자가 스릴감을 더 많이 느끼게 하면서 매출을 극대화하는 사업 모델이다. 2000년대 중반에 도입됐고, 지금은 거의 모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채택돼 있다. 초기에는 각 아이템이 뽑힐 확률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게임업체들로 구성된 게임자율정책기구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2015년부터 유료 아이템의 확률이 공개되면서부터는 “게임업체들이 아이템 매출 극대화를 위해 확률 수치를 너무 낮춰놨다”거나 “공개 수치가 실제와 다른 것 같다” 등의 의혹도 끊이지 않았다. 덩달아 확률형 아이템 규제 목소리도 커졌다.

이후 정부와 정치권 등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쪽과 게임업체들의 숨박꼭질이 이어졌다. 확률형 아이템 상품을 사행성 내지 도박 행위로 간주해 규제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고, 게임업체들은 럭키박스 형태의 유료 아이템 확률은 공개하는 대신 게임 속 캐릭터의 신발과 검 등에도 잠재능력을 부여하면서 옵션을 더하거나 확률형 아이템 상품에 확률형 옵션을 추가한 이중뽑기 형태의 부가 상품을 추가로 내놓는 방식으로 매출 극대화 방안을 찾아왔다. 규제 강화를 동력으로 확률형 아이템 상품이 고차 방정식 형태로 진화한 셈이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확률형 아이템 확률 완전 공개 요구에 대해 “게임개발 10여년 노하우와 비법을 공개하라는 것과 같다”며 반발해왔다. 확률 수치는 게임의 재미와 매출 극대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지점과 환경으로 게임 개발 노하우의 결정체라고 했다. 공개된 확률 수치를 악용하는 ‘짝퉁’ 서비스 사업자들의 등장 가능성도 걱정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자 겸 대표도 2018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확률형 아이템 상품 게임을 사행성 게임물로 몰아부치는 지적에 대해, “도박이라고 하면 금품을 걸고 하는 것이다. 사행성은 요행으로 금품을 얻을 수 있는 놀이를 말한다. 하지만 리니지는 요행으로 금품을 얻지 않는다. 베팅하지 않는다. 유저들이 얻는 것은 게임 아이템이다. 복권 등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게임시장 다변화·대중화 계기 될 수도”

엔씨소프트가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상품 추가 공개 대상과 범위는 업계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앞서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에 한해 확률형 아이템 상품 확률 추가 공개 일정을 내놓으며 유료에 무료를 더한 것 등 일부 상품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외산 게임들은 게임자율정책기구 가이드라인조차도 따르지 않고 있다.

엔씨소프트 임원은 완전 공개 쪽으로 방침을 바꾼 배경에 대해 “버티다가는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확률 공개로 게임의 재미와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막을 방안은 따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선 그동안 메이플스토리 사태를 계기로 이전에 도입됐다가 2019년 완화된 ‘결제액 상한제’가 다시 강화되거나 ‘게임 중독 질병화’ 같은 규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확률형 아이템 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게임산업 대중화 과정으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전직 게임업체 최고경영자는 “게임 이용자가 50~60대와 엄마·주부 등 모든 계층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이런 흐름은 더욱 강화됐다. 그에 맞춰 게임·게임업체의 소통 대상과 눈높이도 바뀌어야 하는데, 엔씨소프트가 한발 앞서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피시(PC)·모바일 게임 중심의 국내 게임산업이 컨솔게임 등으로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게임업체 팀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게임업체들은 피시·모바일 중심의 게임사업을 콘솔게임 쪽으로 확장하는 내용의 중장기 성장 계획을 갖고 있다. 카트라이더와 리니지 등을 엑스(X)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으로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게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동남아 등과 달리 미국·일본·유럽에선 콘솔게임이 더 인기를 끌고, 세계 콘솔게임 시장 규모도 피시·모바일 게임보다 크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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