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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농구, ‘중국 애국주의’와 정면 충돌

시범 경기에 오성홍기를 든 중국 팬들이 몰려들었다

NBA 마크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로 가린 중국 관중
NBA 마크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로 가린 중국 관중 ⓒTyrone Siu / Reuters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와 가장 중국적인 정서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프로농구(엔비에이·NBA)와 애국주의다. 미-중 갈등을 이보다 극적으로 드러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2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미 프로농구 엘에이 레이커스와 브루클린 넷츠 간 시범경기는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경기에 앞선 공개 훈련과 팬미팅은 물론 생중계와 기자회견조차 없었다. 경기장을 가득채운 중국인 관중 상당수는 국기(오성홍기)를 들고 있었다. ’항의’의 표시였다.
논란의 발단은 엔비에이 소속 휴스턴 로켓츠 구단의 데릴 모리 단장이 지난 4일 트위터에 올린 “자유를 위해 싸우는 홍콩과 함께 한다”는 글이다. 모리 단장은 곧바로 글을 내렸지만, 파장이 컸다. 구단 쪽은 같은 날 저녁 “모리 단장의 글은 구단을 대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정치단체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이튿날 중국 <중앙방송>(CCTV)와 온라인 중계권자인 텐센트 쪽이 시범경기 생중계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상하이푸동은행을 비롯한 로켓츠 구단 후원사가 줄줄이 후원중단을 선언했다. 엔비에이 쪽이 서둘러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해야 한다. 모리 단장의 트윗은 부적절했다”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중국 쪽의 반발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농구는 중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다. 동호인만 3억명에 이를 정도다. 13일 <시앤비시>(CNBC) 방송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엔비에이와 중국의 인연은 1987년 엔비에이 쪽이 <중앙방송>에 무상 녹화 중계권을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엔비에이 인기몰이는 2002년 중국을 대표하는 선수 야오밍이 휴스턴 로켓츠에 진출한 게 결정적 계기였다.
지난해 말 기준 한해 매출이 4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엔비에이의 두번째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2015년 5억달러에 5년치 온라인 중계권을 사들였던 텐센트 쪽은 올 7월 계약을 5년 연장하기 위해 15억달러를 투자했다. 엔비에이 경기 온라인 시청자가 지난해 5억명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엔비에이의 ‘사과’에 미국에선 “중국의 돈에 굴복했다”는 비난이 폭주했다. 두번째 큰 시장을 지키려다 가장 큰 시장을 놓칠 위기에 처한 엔비에이 쪽은 결국 7일 성명을 내어 “선수와 구단이 특정 사안에 대해 발언하거나 침묵하는 걸 규제할 뜻이 없다”고 해명했다. 중국 쪽 반발은 더 거세졌다. 25개 엔비에이 공식 후원사 중 11개사가 후원을 잠정 중단하거나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중국계 기업이다. 중국 외교부까지 나서 “표현의 자유는 존중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다수 중국인들의 정서를 알아야 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미국 <애틀랜틱>은 10일 “중국이 지구촌 시장에서 일종의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중국 당국에 대한 비판이나, 티벳·대만·천안문·신장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에 ’의심스런’ 반응을 보이기만 해도 중국이 ’경제적 처벌’에 나선다”며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은 돈 대신 ’가치’를 관세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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