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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임원의 반려견을 모델로 한 메신저 스티커가 논란이다. "위계 이용한 사적 지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무슨 의도로 만든 건가”, “회사가 개판(엉망)이다” - 앞서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채아무개 네이버 부사장의 반려견을 모델로 만들어진 라인 스티커
채아무개 네이버 부사장의 반려견을 모델로 만들어진 라인 스티커 ⓒ한겨레 독자 제공

 

네이버의 메신저 앱인 ‘라인’에 회사 고위임원의 반려견 ‘장미’를 모델로 한 스티커(이모티콘)가 출시됐다, 판매가 중단돼 네이버 직원들 사이에서 입길에 오르고 있다. 해당임원은 “제작을 지시한 게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내부에서는 “위계를 이용한 사적 지시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3일 <한겨레>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스티커 ‘회사원 장미의 스펙터클 오피스 라이프’는 지난 3월 라인 스티커샵에 출시됐다. 갈색 푸들인 장미의 사진 40여장으로 만든 스티커로, 장미가 밥을 먹거나 뛰어노는 모습 등을 담았다. 가격은 1200원 상당인 50라인코인이었다. 판매자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을 사랑스러운 반려견을 통해 승화해보고자 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문제는 ‘장미’가 네이버의 인사·총무·홍보 등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채아무개 부사장의 반려견이라는 점이다. 스티커 출시 뒤 직원들은 장미가 채 부사장의 반려견인 것을 한눈에 알아본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일부 스티커에 그의 직함인 ‘씨씨오(CCO·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가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채 부사장은 계열사인 네이버아이앤에스(I&S) 대표도 겸하고 있다.

고위 임원의 반려견으로 만든 스티커가 나왔다는 소식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등에는 “무슨 의도로 만든 건가”, “회사가 개판(엉망)이다”라는 네이버 직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모티콘 하나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보통 디자인을 마치고도 검수, 스티커샵 등록 등에 2개월 정도가 걸린다. ‘임원 한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이만큼의 노력을 들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요지의 글이 블라인드에 계속 올라왔다.

한 리더급 직원은 “회사는 수년 전부터 인테그리티 코드(integrity code·윤리경영규범)를 내세우며 ‘우월적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을 서약 받기도 했다”며 “직원들은 외부에서 선물 하나만 받아도 기안을 써가며 회사에 보고하는데, 정작 경영진이 구태를 보이니 혀를 차게 된다”고 말했다.

네이버를 비롯한 아이티 기업들은 창의성 발현을 위해 직원들 간의 호칭에서 직급을 빼는 등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표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티(IT)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의 뒤에는 회사에 대한 일부 부서의 ‘과도한 충성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센티브(성과급) 위주의 임금 구조에서는 성과 평가의 전권을 쥐고 있는 ‘실세’ 임원에 대한 눈치보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익명 게시판에 “(임원) 밑에 있는 ‘딸랑이(아첨꾼)’들은 근무 시간에 스티커 만든 것이냐. 양심이 있으면 그 시간은 제외하고 근무시간 기록하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현재 이 스티커는 네이버 검색창에서 검색만 될 뿐 라인 앱의 스티커샵에서는 사라진 상태다.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블라인드의 게시물들도 삭제됐다.

이에 대해 채 부사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인사팀 직원들이 제 입사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한 스티커였다”라며 지시에 의한 작업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스티커 판매 중단에 대해서 채 부사장은 “스티커는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없어 지금은 다운로드 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10주년이나 20주년이 되면 회사에서 선물을 하는데 특히 20주년은 상징적인 근속연수여서 라인 스티커를 만들어 주게 된 것이다”며 “다른 회사들이 선배에게 꽃다발을 주듯, 아이티 회사 직원들이 좋은 뜻으로 스티커를 선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채 부사장의 직함인 ‘CCO’가 라인 스티커에 새겨져 있다.
채 부사장의 직함인 ‘CCO’가 라인 스티커에 새겨져 있다. ⓒ한겨레/ 독자 제공.

 

한겨레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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