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다음 커뮤니티에 올라온 질문이다. 검색창에 ‘여성 서사 웹툰’이라 쳐도 느낌은 비슷하다. 상위에 뜨는 링크는 “OOOO 웹툰 추천한다”는 포스팅들인데, 하나 같이 여성 ’서사’를 강조한다.
최근 몇 해 동안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대중문화 작품이 크게 늘었다. 웹툰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갈증은 여전하다. 왜일까? 독자들은 단지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을 원하는 게 아니다. 여성 캐릭터가 욕망을 드러내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주인공이길 바란다. 반대로 여성 캐릭터를 편협하게 소모하면 반발을 일으킨다. 최근 기안84 웹툰 ‘복학왕’ 논란이 단적인 예다.
‘여성 서사’라는 니즈에 잘 들어맞는 웹툰 중 ‘정년이’가 있다. 1020 웹툰 독자 사이에선 ‘여캐(여성 캐릭터) 맛집’이라 불린다.
웹툰 ‘정년이’는 1950년대 주연부터 단역까지 여성 국악인들로 꾸려졌던 ‘여성 국극단’이 소재다. 당시 ’민족 오페라’로 불리며 전성기를 누리다 1960년대에 사라졌다. 한국전쟁 뒤 침체된 대중문화계를 이끌었던 여성 예술가 집단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정년이’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을까? 지난 24일, 서이레(스토리), 나몬(작화) 작가를 서면 인터뷰했다.
- 여성 국극이란 소재가 색달라요. 국극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요?
= 이레 : 국극은 소리,춤,연기가 어우러진 종합 예술인데, ‘여성 국극’은 여성이 모든 배역을 연기해요. 그 연기자들의 ‘젠더 무법자’다운 면모가 좋았어요. 남성을 연기하는 여성 배우들은 남성의 몸놀림과 눈빛, 말투 등을 연구하고 훈련해요. 남역 배우의 인기가 높았다는 점도 재밌었어요. 숙소에서 단체 생활을 하기도 하니까 캐릭터 간에 충돌하는 욕망을 보여주기에도 적절한 소재죠.
이 장르가 전국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고 해요. 채 100년도 되기 전에 잊혔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 나몬 : 각 캐릭터가 갈등과 화합을 반복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는 소재라는 것이 매력적이에요. 극단 안에 연구생 시스템이 있다는 것도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많이 나올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여성들끼리 모여있으니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아주 많이 그릴 수 있는 점이 제일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