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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몰라도 겁 안나요”···AI 번역 서비스·기기 봇물

업무협의에 거의 불편이 없다.

  • 김원철
  • 입력 2018.03.08 11:27
  • 수정 2018.03.08 22:42
삼성전자 갤럭시S9의 실시간 사진 번역 기능. 카메라를 ‘coupon book’에 비추자 화면에 ‘쿠폰 북’으로 번역돼 보인다.
삼성전자 갤럭시S9의 실시간 사진 번역 기능. 카메라를 ‘coupon book’에 비추자 화면에 ‘쿠폰 북’으로 번역돼 보인다. ⓒ삼성전자

#지난달 가족과 일본여행을 떠난 회사원 김민수(가명)씨는 번역앱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길 안내문이나 식당 메뉴판을 찍으면 바로 번역해주는 기능 덕분에 여행이 훨씬 수월해졌다. 다음 여행에서는 음성통역 기능도 이용해볼 작정이다.

#네이버 직원 박현희(가명)씨는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의 관계자들과 업무협의를 할 때 번역챗봇을 쓴다. 네이버 메신저 라인의 대화방에 라인 관계자와 챗봇 ‘라인일본어통역’을 함께 초대한 뒤 대화를 하면 챗봇이 중간에서 바로바로 번역을 해준다. 일어를 할 줄 모르지만 업무협의에 거의 불편이 없다. 박씨는 “일본으로 출장을 가서 마주 보고 회의를 할 때도 메신저를 켜고 챗봇을 이용했다”며 웃었다.

인공지능(AI) 번역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자동통·번역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기기가 쏟아지고 있다. 과거 주로 글자를 입력하면 번역해주던 방식에서, 음성인식 통역, 카메라 사진 번역, 챗봇 등으로 서비스 형태가 확대되고, 기기도 모바일, 이어폰, 인공지능스피커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 챗봇·카메라·이어폰 등 봇물

카카오는 5일 자사의 번역서비스 ‘카카오 I 번역’의 챗봇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톡에서 플러스친구 형태로 이용 가능하며 일어, 영어, 중국어의 번역을 제공한다. 네이버 라인의 번역봇과 같은 대화방 초대 기능은 아직 없다. 배재경 카카오 인공지능부문 컨텍스트파트장은 “카카오가 구글, 네이버 등보다 다소 늦게 번역서비스에 뛰어들었지만, 인공지능 쪽은 모두 공개기술인 만큼 빨리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연내 번역전용 앱도 출시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7월 인공지능 번역서비스 ‘파파고’와 관련 앱을 출시했다.

카카오의 ‘카카오 I 번역’ 챗봇
카카오의 ‘카카오 I 번역’ 챗봇 ⓒ카카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 갤럭시S9의 카메라에 ‘실시간 사진번역’ 기능을 추가했다. 카메라로 외국어를 비추기만 해도 화면에 번역 결과를 보여준다. 54개 언어를 인식할 수 있고 104개 언어로 번역이 가능하다. 이 기능은 구글의 번역서비스 ‘구글번역’의 ‘워드렌즈’ 기능을 도입한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시이에스(CES) 2018’에 무선이어폰 ‘마스’를 출품해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올해 중으로 개발을 완료해 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두 사람이 이어폰 한 쌍을 나눠 낀 뒤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를 하면 통역을 해준다. 네이버의 인공지능플랫폼인 클로바 앱만 깔면 어떤 핸드폰과도 연동이 가능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마스는 구글의 무선이어폰 픽셀버드에서 진일보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픽셀버드’는 귀에 꽂은 뒤 오른쪽 이어폰을 누르면서 말을 하면 외국어로 통역해준다. 상대방이 한 말도 통역해 내 이어폰에 들려준다. 다만 구글의 스마트폰인 픽셀폰과 연동해야 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 인공지능 결합하며 생활 속으로

1990년대부터 본격 개발되기 시작한 기계번역(자동번역) 기술은 ‘규칙기반 기계번역’(RBMT)에서 ‘통계기반 기계번역’(SMT)을 거쳐 2016년 인공지능이 적용된 ‘신경망 기계번역’(NMT)로 진화했다.

네이버의 통역이어폰 ‘마스’
네이버의 통역이어폰 ‘마스’ ⓒ네이버

신경망 기계번역의 등장으로 품질이 크게 향상되면서 실생활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구글의 ‘구글번역’, 네이버의 ‘파파고’, 카카오의 ‘카카오 I 번역’ 등은 모두 신경망 기계번역 기술이 적용된 번역서비스들이다.

인공지능 번역기술은 향후 더 다양한 서비스, 디바이스들과 결합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인공지능스피커 카카오미니, 포털사이트 다음의 해외콘텐츠 번역, 카카오티브이의 동영상 자막 번역 등에 번역엔진을 탑재하는 것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슬기 케이티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자동통·번역 서비스가 인간 통역사나 번역가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다양한 언어 간의 의사소통 어려움은 예전보다 한층 줄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에프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등장했던, 귀에 넣으면 어떤 언어도 번역해내는 물고기 ‘바벨피시’가 현실화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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