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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해에서 보물찾기

지난 1월 그린피스 잠수함이 남극 해저를 탐사하고 있다
지난 1월 그린피스 잠수함이 남극 해저를 탐사하고 있다 ⓒ그린피스
ⓒhuffpost
그린피스 환경 감시선 ‘아틱선라이즈 호’는 남극 바닷속에서 보물을 찾기 위해 미지의 세계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냈죠! 과학자와 산업계도 인정한 대단한 보물들입니다. 다가오는 10월, 이번 탐사로 발견한 남극 바다의 보물들과 또 다른 무수한 보물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지키기 위해 ‘남극해 보호구역 지정’이라는 값진 결과를 기대해봅니다.

바다 보물, 어디 어디 숨었나

손가락 같은 촉수를 길게 뻗은 산호, 깃털 같이 하늘거리며 발레리나 춤사위 닮은 불가사리. 그 사이를 지나는 투명한 물고기도 모두 알록달록하게 꽃밭을 이룹니다. 모두 그린피스가 남극 깊은 바닷속에서 만난 보물들입니다. 새로운 종과 희귀한 해양 생물을 찾아내서 남극해를 보호 해야 한다고 알리기 위해, 그린피스는 지난 1월 세계 최초의 남극 웨델해 해저 탐사에 나섰습니다. 남극해에는 반드시 보호해야 할 특별한 보물이 있다고 알리기 위해서였죠.

지난 1월 그린피스 잠수함 안에서 본 남극 해저의 모습
지난 1월 그린피스 잠수함 안에서 본 남극 해저의 모습 ⓒ그린피스

과학자들, 남극해 취약한 생태계로 판단

이 노력은 이윽고 빛을 발했습니다. 지난 7월 영국 케임브리지에 모였던 과학자들은 그린피스가 다녀온 남극해 탐사 지역 8곳 중 4곳을 ‘취약한 해양 생태계(Vulnerable Marine Ecosystems)’로 지정했습니다. 바다 깊은 곳에 살면서 특이한 모습을 지닌 이 녀석들이 희귀 종이라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네 지역은 올해 10월에 열리는 남극해양생물보존위원회 회의에서 논의 후 ‘취약한 해양생태계’ 지정이 공식화 되고, 보호 조치가 시행됩니다. 해당 구역의 1.85km 범위에서는 저층 트롤과 연승 어업이 금지되며, 사전에 과학위원회에 미리 보고해야만 통행과 어업 등이 가능해집니다. 보호 조치가 진행되는 4개 구역은 아주 작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남극해 보호를 요구하는 쪽의 손을 들어준 셈이니 매우 의미 있는 일이죠.

한 배 탄 크릴 조업 업계

과학자들에 이어 이번에는 남극해에서 크릴 조업을 하는 기업들이 나섰습니다. 전체 시장의 85%를 차지하는 크릴 조업 기업들이 속한 크릴어업체연합(ARK)*에서 뜻밖의 발표를 했습니다. 크릴어업체연합 소속 기업 대부분이 다음 해부터 남극 반도 해역에서 특정 지역과 시기에 크릴잡이를 자발적으로 중단하기로 한 것이죠. 남극반도 주변의 펭귄과 고래 등 다양한 남극 해양 생물들이 먹이를 찾고 산란하는 구역도 포함해서 말이죠. 여기에는 남극해에서 지난 40여 년간 남극에서 조업해 온 한국 기업인 ‘인성실업’도 포함돼 있습니다.

자발적인 어업 중단 선언은 남극해 보호 측면과 더불어 한국의 원양산업계에서도 중요한 걸음이었습니다. 인성실업은 과거에 이빨고기 남획 등 남극해에서 불법 어업으로 각종 보존조치를 위반하면서 한국이 “불법 어업국”이 되도록 한 1등 공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남극 생태계 보전을 목적으로 한 어업 제한 선언과 보호구역 지정 지지가 더 특별했습니다. 이제 한국의 원양 업계도 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조업을 넘어서 건강한 바다와 남극 생태계의 가치를 고려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만큼 진일보 한 것이죠.

지난 3월 남극 해역에서 크릴 어업 중인 어선
지난 3월 남극 해역에서 크릴 어업 중인 어선 ⓒ그린피스

사라져 가는 남극 바다 보물

111년 만에 기록적인 폭염. 가만히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이 더위는 한국 날씨의 역사가 새로 써질 정도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폭염 신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습니다. 남극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서식지와 먹이 때문에 낮은 온도의 바닷물과 해빙은 남극 생물들이 살아가는 데 필수 조건인데, 기후변화로 낮은 온도를 유지하기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남극 탐사에서 보물만 찾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빙산 사이에 걸려 있는 것은 아름다운 너울이나 해양 생물 대신 부표와 그물, 방수포 등 바다 조업에서 생긴 폐기물들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쓰레기들은 볼 때마다 그린피스 선원들이 물에서 바로 건져냈습니다. 이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과 같은 오염 물질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번 남극 탐사에서 청정 지역으로 여기던 남극 해역도 미세 플라스틱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지구의 반 이상은 바다로 뒤덮여 있지만, 오염이나 피해 없이 잘 보존된 바다는 고작 13%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5%만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라 이마저도 위태롭습니다. 과학자들이 2030년까지 전체 바다의 30% 이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과는 대비되는 상황이죠.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아내리는 남극 빙하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아내리는 남극 빙하 ⓒ그린피스

보호구역 결정으로 우승 선물 되길 바라며

이제 보물찾기 게임의 우승자를 발표할 시간입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남극해 보호구역 지정’을 현실에 한층 가깝게 만든 주역들이 바로 우승자이죠. 보물을 찾은 우승자는 눈치채셨듯 바로 모든 시민 여러분입니다. 전 세계 180만 시민들은 남극해에 세계에서 가장 큰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명으로 후원으로 또 활동가로 참여하면서 관심 갖고 지지해주신 덕분에 우리의 요구가 울림이 되어 과학계와 크릴산업계에서 희망찬 소식을 전해 올 수 있었습니다.

남극 바다는 숨겨진 보물이 셀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이 보물들이 다 사라지지 않도록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회의가 남아 있습니다. 이제 한국 정부 대표단이 나설 차례입니다. 각 나라의 대표들이 남극해와 우리 보물을 보호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다가오는 10월에 남극해 보호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가 호주에서 열립니다.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가 주관하는데, 한국과 유럽연합 등 전 세계 25개 회원국 모두가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죠. 이들의 결정이 일부 산업계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결정이 된다면, 우승자들에게도 값진 우승 선물이 될 것입니다.

지난 2월 아르헨티나에서 140명의 활동가들이 '남극해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아르헨티나에서 140명의 활동가들이 '남극해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 ⓒ그린피스

*크릴어업체연합 (ARK: Association of Responsible Krill harvesting companies)는 한국의 인성실업을 비롯해, 중국의 씨엔에프씨(CNFC), 노르웨이의 에이커바이오마린(Aker BioMarine)와 림프로스트(Rimfrost), 칠레의 페스카칠레(Pescachile)가 속해 있으며, 해양보호구역 지정으로 논의 중인 남극 해역에서 자발적으로 크릴잡이를 제한하기로 했다.

>>남극보호 캠페인 서명하기<<

글 : 박샘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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