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만지면 더러워진다”라며 3년째 엄마 손길을 거부하는 아이. 도대체 이유가 뭐였을까. 아빠는 늘 무덤덤한 엄마의 태도와 기질을 문제 삼으며 ”엄마의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으나, 원인은 그게 아니었다.
19일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는 3년째 엄마의 손길을 피하는 11살 아이가 등장했는데, 아이는 꽤 심각해 보였다.
″엄마가 만지면 더러워진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등교를 위해 준비한 책가방 등을 엄마가 만지면 울고불고 난리가 나 학교까지 안 가버릴 정도. ‘더러워진다’는 말에 착안해, 아이가 오염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지 살펴보았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외부에 나가서 놀 때는 오염에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고, 아주 드물게는 엄마의 손도 잡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3년째 이러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족 내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는 이들 가족의 식사 자리였다. 엄마가 모든 걸 준비한 식사 자리이지만, 아빠/할머니가 아이 앞에서 엄마를 은근히 무시하고 있었던 것.
엄마는 투명인간
아이는 엄마 휴대폰 번호도 제대로 저장해놓지 않았고, 이를 들은 할머니는 아이에게 뭐라고 하기보다는 ”다행이네. 박씨 아줌마가 아니라”며 웃는 모습.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엄마가 그릇을 들고 식탁에서 떠나자, 남편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쟤(아내)는 원래 옛날부터 그랬어. 바뀔 일도 없고, 바뀔 수도 없고”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아내를 험담했고 아이는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모든 걸 지켜본 오은영 박사는 문제의 원인을 ‘가족 내 힘의 불균형’으로 지적했다. 오은영 박사는 ”아빠와 할머니가 대화를 하는데 자꾸 엄마를 문제의 중심으로 다룬다. 아이로서는 엄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아빠, 할머니랑 한편이 될 수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라며 ”힘의 균형에서 어디에 붙는지는 생존의 논리”라고 분석했다.
사근사근하지 않은 엄마 = 나쁜 엄마?
그러면서, 오은영 박사는 ”마치 모든 잘못이 엄마에게 있는 것처럼 되는 게 저로서는 많이 불편하다. 엄마도 물론 변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아이에게 사근사근하게 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이의 모든 어려움을 엄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가족 내 모든 소통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아이는 계속 엄마에게 이럴 것”이라고 핵심을 짚었다.
오은영 박사는 적극적으로 아이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모르겠어’라는 말만 반복하는 아내에게 불만이라는 남편을 향해 ”아이가 엄마랑 함께하는 것 자체게 거부 반응을 보이고, 엄마가 원래 활동적이지 않은 기질이다. 하지만 남편은 자꾸만 아이랑 외부 활동을 하라고 미션을 준다”라며 ”내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이 엄마를 싫다고 하면 엄마는 설 자리가 없다. 설 자리 없는 엄마는 남편이 주는 미션이 자신에게 잘 맞지 않다고 말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랑이 부족한 엄마가 아닌데 결국 마지막에는 늘 모성이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엄마로 낙인찍힌다”라며 ”나는 이 엄마가 이 세상을 떠나고 싶었을 것 같다”고 탄식을 쏟아냈다.
곽상아 : sanga.kwa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