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09월 21일 16시 52분 KST

완전범죄 노린 기상천외 방식으로 부인과 딸 살해한 홍콩 의사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기상천외한 '밀실 살인' 트릭을 짰다.

PHILIP FONG via Getty Images
부인과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호킴선 홍콩 중문의대 교수를 실은 호송차가 지난 8월23일 홍콩 고등법원을 떠나고 있다.

처음에는 완전범죄처럼 보였다. 누구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웡슈펑(47)과 딸 호리링(16) 모녀의 죽음과 차 트렁크에 실려있던 쭈그러진 요가 볼의 관계를 의심하지 못했다.

2015년 홍콩에서 벌어진 모녀 살인 사건의 범인이 3년 만에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범인은 놀랍게도 홍콩 명문 의대 교수이자 숨진 모녀의 남편이며 아빠였다. 완전범죄를 노리고 기상천외한 ‘밀실 살인’ 트릭을 짜고 실행했으나,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고등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말레이시아 국적의 홍콩 중문대 의학원 마취과 호킴선(53) 부교수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사형제가 폐지된 홍콩에서 종신형은 법정 최고형이다.

호 교수가 범행에 나선 건 지난 2015년 5월이다. 당시 호 교수는 여제자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는 이혼 요구에 응해주지 않던 부인 웡슈펑과 딸 호리링을 한꺼번에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이 벌어진 날, 호 교수 부인과 딸은 홍콩 마온산의 버스정류장 근처에 서있던 노란색 미니쿠퍼 안에서 발견됐다. 이들이 마치 잠든 것처럼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들이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경찰은 몇달 동안 사망 원인을 찾지 못했다. 부검을 하고서야 이들이 일산화탄소 가스에 중독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차량에선 가스가 새나온 어떤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그제서야 트렁크에 실린 쭈그러진 요가볼에 눈길을 줬다. 정밀 조사 결과 요가볼에서 공기 주입구 마개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왜 저 요가볼은 마개도 없이 저기 쭈그러져 있을까?  

경찰은 주변 탐문 끝에 호 교수가 당시 과학실험에 사용할 것이라며 수만달러 상당의 일산화탄소를 주문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가 요가 볼 2개에 이 가스를 주입했다는 동료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호 교수가 여조교와 바람을 피우면서 부인 웡 씨에게 이혼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호 교수는 경찰 조사에서 집 안의 쥐를 없애려고 일산화탄소가 든 요가 볼을 집으로 가져갔다고 변명했다. 기소된 뒤에는 법정에서 딸이 자살하려고 가스가 든 요가 볼을 사용한 것 같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호 교수가 요가 볼을 차량 트렁크에 실어뒀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여러 정황 증거에 비춰볼 때 그가 살인범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높은 학력을 가진 성공한 남성이 부인을 살해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생각해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로서, 여기에는 오직 하나의 판결밖에 있을 수 없다”며 최고형인 종신형을 선고했다. 

뒷얘기 1.

호 교수가 단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부인과 딸을 죽이려고 한 걸까. 가스 중독을 느끼고 부인이 차에서 내리거나, 치명적인 상황에 이르기 전 발견될 가능성을 왜 고려하지 않았을까.

경찰은 호 교수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정신이 혼미해진 부인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을 하는 듯 하다. SCMP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한 직접적 추론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이런 말을 했다. ”만약 교통사고가 벌어졌다면, 그건 살인 사건이 아니라 교통경찰에 의해 처리됐을 것이다.” 이 사건에선 가스를 마신 부인이 차를 세웠기에 더 많은 가스를 마시고 사망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랬기에 경찰은 온전한 범행 현장을 확보하고 수사를 벌일 수 있었던 셈이다.

뒷얘기 2.

호 교수는 왜 딸까지 같이 살해한 걸까. 호 교수는 딸에게 공부에 대한 압박을 가하긴 했어도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경찰은 아마도 호 교수가 딸까지 죽일 생각은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 호 교수는 딸에게 사건 당일 집 밖에 나가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