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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은 정말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까? 미래 영화산업은 어떤 변화를 맞을까?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모두 안전수칙을 지키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미국에서 제작과 행사는 이미 3월 중순부터 중단되어 수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었다.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많은 영화가 제작과 개봉을 미루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흑백판 상영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잠정 연기된 바 있다. 지난 8월 22일 용산 CGV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 최초공개 시사회 상영 중 직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상영을 긴급 취소했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 영화도 무기한 연기됐다. 할리우드는 수십억 달러의 수익 손실을 예상하고 의회에 재정적 원조를 요청했다. ‘볼드 앤 더 뷰티풀‘,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처럼 촬영을 재개하는 영화 프로젝트는 출연자와 제작진들이 반복해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아야 하고 값비싼 안전 프로토콜을 채택해야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영화관을 가는 건 안전할까? 앞으로 영화관의 미래는? 

팝콘
팝콘 ⓒbombuscreative via Getty Images

영화관의 위기

전통적인 영화 산업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꾸준히 성장하는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시장 때문이다. 지난해 북미 영화관 티켓 판매량은 4% 감소했다. 그나마 큰 영화관은 버티겠지만 독립 영화관이나 소규모 영화관은 이런 추세로는 유지가 힘들다. 

국내 영화 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월, 경제매체 팍스넷뉴스는 CJ가 경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CJ CGV 매각을 추진 중이라며 ”막대한 순손실로 재무 안정성 개선이 사실상 물거품” 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CJ CGV는 매각설을 부인했다.

영화관의 매출은 대부분 매점 판매 수익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매점 수익 증가는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인 AMC는 지난달 파산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마크 조라디 씨네마크 최고경영자(CEO)는 2022년까지는  영화 업계가 계속 어려울거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자동차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드라이브 인’ 영화 상영이 잠깐 인기를 끌며 독립 영화관이 숨 쉴 틈을 마련하긴 했지만, 언제까지 유지가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영화 '테넷'의 한 장면
영화 '테넷'의 한 장면 ⓒWarner Bros.
영화관
영화관 ⓒIllustration by Damon Scheleur/HuffPost

영화관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까? 

코로나19로 외출이나 여행이 힘들 때, 영화관을 일상으로부터 잠시 탈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느끼는 사람이 많다. 어두운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을 보며 편안하게 팝콘이나 스낵을 먹는 재미도 크다. 하지만 아무리 좌석 띄우기를 실천해도 구조상 다른 사람과 밀접하게 앉게 된다. 또 스낵을 먹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팝콘이나 스낵은 영화관의 주요 수입원이라 영화관으로서는 금지하기도 어렵다. 매점이 아무리 방역에 힘써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질 확률은 존재한다.

미국 역학조사관 압둘 엘사예드 박사는 ”실내 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러 가는 건 지금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주요 감염 경로는 우리가 말할 때나 웃을 때나 노래를 부를 때 입에서 나오는 비말이다. 영화관에서는 이에 노출되기 쉽다.”

영화관에는 누가 올지 모르며, 2시간 이상 같은 실내 공간에 있어야 하고, 공기가 효율적으로 순환이 어려우며 어두운 곳이라 마스크를 쓰지 않고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영화관을 가는 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영화관의 안전 수칙은?

영화관마다 코로나19를 대비해 위생수칙을 마련하고 안전 수칙 준수에 신중히 처리하고 있지만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국내 극장가는 입장 전 관객의 체온 체크, 좌석 간 띄어 앉기, 관람시 마스크 착용 필수, 일 2회 이상 상영관과 이용시설 소독 등의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관 내 무단 좌석 이동을 하는 사람, 영화관 내 간식이나 음료 섭취 시 마스크를 내리는 행동 등의 위험은 존재한다. 

이러한 안전 수칙과 방역 노력이 얼마나 오래갈지도 아직 불분명하다. 

CGV 영화관
CGV 영화관 ⓒAjeng Dinar Ulfiana / reuters
개봉 예정인 영화 '뮬란'의 한 장면
개봉 예정인 영화 '뮬란'의 한 장면 ⓒDisney

앞으로 개봉 예정 영화는?

당초 대형 스크린을 강타할 예정이었던 일부 영화는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아이튠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케이블 시스템) 또는 스트리밍 플랫폼(넷플릭스, 왓챠, WAVVE) 등을 통해 출시를 결정했다. 국내에서는 윤성현 감독의 영화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 대신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 공개를 선택했다. 

미국 월트 디즈니 측은 인기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영화인 ‘뮬란’의 북미와 서유럽 극장 상영을 포기했다. 코로나19로 몇 차례나 개봉을 미뤘던 상황이었다. 결국 극장 상영 대신 자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디즈니 플러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국내에서는 ‘뮬란’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다가오는 9월에는 많은 영화가 개봉 예정이다. 송중기 주연의 ‘승리호‘, 마블의 신작인 ‘뉴 뮤턴트‘, 장혁 주연의 ‘검객‘, 성동일, 하지원 주연의 ‘담보’,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 팬들의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 개봉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영화 업계의 성수기인 추석 연휴에는 더욱 많은 사람이 영화관으로 몰릴 수 있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Universal Pictures

앞으로 주문형 VOD 모델이 더 활성화될까?

‘영화를 보러 간다’는 개념이 코로나19 때문에 당장 없어질 일은 없겠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후 미래 세계에서는 몇 가지가 다르리라는 사실은 예측 가능하다.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를 한 예로 들 수 있다.

미국에서 유니버설 픽쳐스는 지난 4월 ‘트롤: 월드 투어‘를 VOD로 출시했다. 가격은 19.99달러(약 23,800원)였다. ‘트롤: 월드 투어‘는 전작 ‘트롤‘의 속편이다.  3주 동안 유니버셜 픽처스는 거의 1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대형 스크린 상영으로 번 매출보다 디지털 렌털 수익이 더 높게 나와, 2016년 나온 전작 ‘트롤’의 전체 수익을 능가했다. 그 결과, NBC 유니버셜의 CEO 제프 쉘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미래에 유니버설의 작품은 영화관에서 최초 상영하는 날과 동시에 디지털로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업계 내에서는 엄격한 금지 사항이다.

쉘의 발언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동안 미국 극장가는 영화가 가정에서 VOD로 관람이 가능해지기 전에 90일 동안 독점 기간을 유지해 왔다. 영화관의 경제가  위태로워지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이었는데, 이를 유니버셜이 무시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이런 유니버셜의 발언에 AMC는 갑자기 유니버셜의 영화를 더 이상 라이센스를 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유니버셜은 미국에서 가장 큰 스튜디오 중 하나로 수익성이 좋은 ‘패스트 앤 퓨리어스‘와 ‘쥬라기 월드’의 프랜차이즈를 소유하고 있다. AMC도 미국의 가장 큰 멀티플렉스 체인으로 서로 일종의 전쟁을 하게 된 셈이다. 또한 업계에서 ‘큰 회사인 유니버셜이 90일 영화관 독점기간 협의사항을 지키지 않는다면, 다른 스튜디오도 이를 지킬 필요가 있는가?’라는 논란이 일었다.

유니버셜과 AMC는 협상에 들어갔다. 결국 둘은 공생관계이다. 지난 7월 양사는 역사적인 타협안을 발표했다. AMC는 영화관에서 영화 개봉 후 17일 후에 유니버설의 영화를 VOD로 개봉할 수 있도록 하고 디지털 수익의 일부를 분담한다. 

이제 문제는 파라마운트, 소니, 라이온즈게이트, 워너브라더스 같은 유니버셜과 경쟁하는 대형 스튜디오가 동일한 거래를 시도할지 여부다. 어느 쪽이든, 코로나19 대유행이 기간 또는 그 이후에도 영화 배급 방식과 홍보 방식도 달라진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대작 영화보다 새로운 오리지널 영화가 혜택을 받을 확률이 높다. 영화관 개봉으로 입소문을 모으고, 몇 주 후에는 VOD 서비스로 수익을 누리길 기대하고 있다. 대형 스튜디오도 검증된 프랜차이즈 영화 시리즈가 아닌 이상, 금전적인 위험 부담을 항상 안고 있다. 새로운 시스템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더 많은 수익 창출을 도모하고자 한다.

하지만, 아이맥스의 대표 리치 겔폰드처럼 이런 변화에 회의적인 사람도 많다.

″아직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지는 마라. 몇 개의 영화가 스트리밍으로 개봉됐다고 해서 다른 대부분의 영화도 그렇게 될 거라는 건 믿기 힘들다. 블록버스터 영화라면 더더욱. 물론 ‘세계가 영원히 변했다’라는 말이 유행인 건 알지만 난 100년의 영화 역사가 단 5개월만에 변화할 거로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집에 부엌이 있어도 레스토랑에 가듯, 여전히 사람들은 영화관에 갈거다”라고 그는 말했다.

 

2020 오스카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수상한 봉준호 감독
2020 오스카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수상한 봉준호 감독 ⓒJeff Kravitz via Getty Images

영화 시상식에 나타난 변화

영화 행사와 시상식도 코로나19로 줄줄이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텔루라이드 영화제는 올해 전면 취소됐고 베니스와 토론토 영화제는 9월에 축소된 규모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 예전만큼 화려한 영화제를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수상해 화제를 모은 오스카 시상식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전통적으로 12월 31일 이전에 개봉하는 영화들만 경쟁 후보에 오를 수 있었지만, 올해 스트리밍으로 개봉하는 영화도 경쟁할 자격이 주어진다. 단, 스트리밍으로 개봉한 영화가 원래는 영화관에서 개봉 예정이었을 경우에 한해서다. 또한 내년 오스카 시상식이 4월로 연기되면서, 12월 31일까지 주어졌던 마감기한이 2월 28일로 미뤄졌다.

오스카상, 골든 글로브상, 스크린 액터스 길드상, 인디펜던트 스피릿상 등 모든 주요 시상식은 평소보다 두 달 늦게 열릴 예정이다. 오스카 시상식은 내년 2월 말이 아닌 4월 25일에 방송된다. 그때쯤이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직접 배우와 감독이 시상식에 참여하고 그들의 세레모니를 감상할 수 있길 바란다.

 

*허프포스트 미국판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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