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주말 랜선 꽃놀이를 위한 '벚꽃 영화' 7선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오늘은 우리 같이 봐요 이 영화를

  • 황혜원
  • 입력 2020.04.03 10:55
  • 수정 2020.04.28 02:47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잭 브렘(Jack W. Brehm)의 ‘심리적 반발’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선택의 자유를 잃거나 위협당했을 때 더 강한 욕망을 느끼고 반항한다. 지난해에는 사람이 많아 윤중로 근처도 가지 않았건만, 올해는 벚꽃 금지란 소식에 헐레벌떡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과 같다. 마케팅에서 자주 쓰이는 기법으로 ‘특별한 몇 분만 살 수 있는 상품‘이라고 하면 갖고 싶던 것도 아닌데 사게 되고, ‘클릭하지 마세요‘라는 배너를 무심코 누르게 되는 것은 다 그 ‘심리적 반발’ 때문이다. 앞으로 소개할 7개 영화에는 올해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화려한 벚나무들이 등장한다.  다들 한 번쯤 봤을 영화다. 스크롤 내릴 필요 없다. 어차피 다 아는 그 벚꽃이다. * 더군다나 해당 콘텐츠는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4월 이야기

시작하는 순간들의 설렘으로 온통 반짝이는_이동진 평론가

[IMAGE1]

벚꽃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영화의 첫 장면은 많은 이의 뇌리에 남았다. 영화 ‘러브레터’로 잘 알려진 이와이 슌지 감독이 방에 걸어두고 싶은 그림 같은 영화로 기획했다는 의도 그대로다. 놀라운 건 특수 효과나 장치를 사용하지 않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라는 것이다. 그저 촬영하던 도중 떨어진 벚꽃이 화면에 담겼을 뿐이라는 것인데, 이는 실제 영화를 4월 도쿄에서 촬영한 덕분이다.

ⓒ영화 '4월 이야기'

4월 이야기는 도쿄에서 이제 막 대학 생활을 시작한 주인공 우즈키가 겪는 크고 작은 시련과 설렘 등을 벚꽃에 담아냈다. 우리나라 대학생에게 벚꽃이란 ‘중간고사‘라는 개념과 달리 일본은 4월이 개강이라 벚꽃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그래서 4월 이야기란,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시작의 순간이 된다. 영화 속에선 막 ‘첫사랑’을 시작한 이의 간지럽고 풋풋한 시간이 잔뜩 담겨있다.

 

 

2 군도: 민란의 시대

의뭉스러운 유머로 맛깔나게 차렸다._이동진 평론가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도치 역의 하정우와 조윤 역 강동원이 진검승부를 했던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들은 의아함을 나타냈다. ”왜 조윤이 있을 때만 벚꽃잎을 뿌려주냐”는 질문을 한 것. 이에 대해 감독은 DVD 코멘터리를 통해 억울함을 토로했는데, 실제로 그는 도치와 조윤 둘 모두에게 공평하게도 꽃잎을 날려줬더랬다.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하지만 정말인지 안타깝게도 화면상에는 꽃잎이 누구 앞에만 많이 흩날리는 것처럼 보인다. 강동원의 샴푸 광고, 강동원의 한복 광고, 강동원의 안경 광고, 강동원의 검술 강좌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참 그의 존재는 남다르다. 러닝타임 137분 동안 그가 나온 순간은 고작 30분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아름답기까지 한 그의 벚꽃 검술은 밤에 한 번, 낮에 한 번 펼쳐진다.

 

 

3 아가씨

시종 킬킬대게 만드는 검은 유머와 흥미롭게 비틀린 회색 플롯 사이를 경쾌하게 질주하는 붉은 감정_이동진 평론가

ⓒ영화 '아가씨'

아가씨, 히데코의 집에는 후지산 아래서 가져왔다는 벚나무가 정원 한가운데 탐스럽게 펴 있다. 그것은 히데코가 어린 시절 이모가 목을 매단 나무로 모두 잘라버리자 했으나 ‘이모의 영혼’을 빨아들인 나무라며 이모부가 그대로 놔둔 것이었다. 히데코는 그해부터 벚꽃이 더 탐스럽게, 더 오래 폈기에 이모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여긴다.

ⓒ영화 '아가씨' 티저 포스터

성인이 된 히데코는 이따금 벚나무에 매달려 허공을 바라본다. 언젠가 자신 또한 이모처럼 죽기를 소원하면서다. 벚나무는 이모를 앗아간 죽음의 상징이자 아름답게 꽃을 피워내는 매혹스러운 존재로 표현된다. 영화 개봉 전 공개된 티저 포스터에서도 이 벚나무의 모습이 내수용과 해외용이 미세하게 달라 화제가 됐었다. 약 430만 명이 극장을 찾았고 그해 국내외 영화상을 휩쓴 지 5년이나 지났지만, 한 번 물어본다. 과연 아가씨는 죽음의 욕망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 쉿, 자세한 내용은 영화로 확인 가능하다.

 

 

4 리틀 포레스트 2: 겨울과 봄

눈앞에서 계절이 느릿느릿 평화롭게 흘러간다._이동진 평론가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 

ⓒ영화 '리틀 포레스트 2: 겨울과 봄'

봄물이 흘러 땅을 깨우고 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얼마나 보고 싶었던가. 일상이 그리워지는 요즘, 리틀 포레스트는 반복되는 일상의 고단함과 행복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실, 벚나무는 겨울과 봄으로 넘어가는 동안 아주 잠깐 등장한다. 하지만 봄의 기운을 영화로나마 잔뜩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

ⓒ영화 '리틀 포레스트 2: 겨울과 봄'

주인공 이치코가 시골로 귀향한 뒤 4계절 동안 자급자족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연재되었던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되어 앞서 소개한 아가씨, 히데코의 하녀이자 사랑스러운 애기씨이기도 한 김태리가 주인공을 맡아 무려 150만을 시골집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영화는 우리의 삶이 쳇바퀴같은 ‘원’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여러 일을 겪으며 아래로, 옆으로 세계를 확장하는 ‘나선’이라 말한다. 지금 이 흐트러진 일상도 우리에겐 나선이 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말이다.

 

 

5 봄날은 간다

허진호와 이영애와 유지태, 그들 각자의 최고작._이동진 평론가

[IMAGE9]

사랑은 벚꽃이 만개한 4월의 봄 한가운데서 끝이 난다.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명대사로 점철되는 영화지만, 남긴 것이 단순 대사만은 아니었다. 철학과 출신인 감독이 ”이 영화는 사랑이 아닌 철학 얘기”라고 했을 만큼 그는 끊임없이 인상과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

소리 전문가로 등장하는 상우 역의 유지태와 프로듀서 겸 아나운서인 은수역의 이영애가 헤어지던 날은 윤중로 가득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인생의 아름다운 시절을 의미하는 봄날은 아이러니하게도 봄의 절정에 끝을 맺고 만다. 사람의 시간이란 자연과는 달리 멋대로 봄이 되었다가 또 겨울이 되고 만다. 울음을 꾹 눌러 참아내는 상우의 아픔이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명장면. 내년에는 상우와 은수가 서 있던 윤중로에서 기쁨의 벚꽃을 만끽하기를 바란다.

 

▶ ‘봄날은 간다’ 바로 보기

 

6 앙: 단팥 인생 이야기

가와세 나오미 특유의 관념적 감상주의를 줄였더라면 더 좋았을텐데._이동진 평론가

[IMAGE11]

일본의 전통 팥빵 ‘도라야끼’ 가게에서 일어난 1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느 봄, 아르바이트 전단을 보고 찾아온 ‘도쿠에‘라는 할머니가 사장인 ‘센타로’에게 단팥 앙금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그 덕분에 가게의 사정이 나아지기까지 한다.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인생의 진리는 할머니의 앙금 속에 담겨 있는데, 그 뻔한 이야기는 참 뻔하지 않게 흘러간다. 도쿠에 역을 맡았던 故 ‘키키 키린’의 연기력 덕분이었는지, 그녀의 친손녀가 함께 출연한 시너지 덕분인지, 아니면 칸이 사랑하는 여성 감독 가와세 나오미의 연출력 때문인지 모른다. 벚꽃으로 시작해 벚꽃으로 끝나는 영화, 그 덕분에 동네 곳곳에 피어있는 벚꽃과 이를 즐기는 사람의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7 바닷마을 다이어리

업의 무거운 사슬 속에서도 인연의 선한 고리를 늘려가는 사람들이 주는 감동_이동진 평론가

[IMAGE13]

자전거를 타고 시원하게 벚꽃 터널을 지난다. 터널을 지나는 짧은 시간 동안, 주인공 소녀는 슬픔과 그리움을 조금씩 흘려보내며 그 빈자리를 또 다른 행복으로 채운다. 영화 속에서 벚꽃은 슬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장의 상징이기도 하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가족을 이야기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로 역시 세 명의 자매가 이복 여동생 ‘스즈’를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바뀌는 감정들을 다룬다. 각자가 가진 결핍을 채워가는 것은 가족 간의 애정뿐 아니라 주위 사람과 환경,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나’ 자신이 바꿔 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요즘 같은 때에 딱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영화 #벚꽃 #벚꽃놀이 #왓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