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20년 11월 09일 13시 51분 KST

조현병 앓던 딸 23년 동안 간병하다 살해한 친모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부모라도 자녀 생명을 함부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뉴스1
서울남부지방법원.

조현병을 앓던 딸을 23년간 돌보다 살해한 60대 엄마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9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지난 6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6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 자택에서 딸 B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23년간 B씨를 돌봤다. 그러나 B씨의 병세가 갈수록 악화되자 더는 돌보기가 어렵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A씨가 이른바 ‘번아웃 증후군‘(burn out state)으로 정상적인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B의 병원 진료기록 일부에도 부모의 ‘번아웃 증후군’ 관련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방법, 범행 전후 A씨의 행동, A씨가 경찰 조사에서 범행 과정을 상세히 기억해 진술했던 점 등을 고려해보면 그가 범행 당시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거나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 측의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가 남편이 집에 있으면 딸을 살해할 수 없어 남편이 없을 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점을 들며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아무리 피해자 부모이고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아 오던 피해자를 정성껏 보살펴 왔다 하더라도 독자적인 인격체인 자녀의 생명을 함부로 결정할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신과 남편이 점차 나이가 들어가는 데다가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상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차츰 심신이 쇠약해져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보호의 상당 부분을 국가와 사회보다는 가정에서 감당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의 비극적 결과를 오로지 A씨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양형 참작 사유를 밝혔다. 

[광고] 네스프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