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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8일 15시 00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1월 18일 16시 03분 KST

시체를 다루는 여성들 : 금기가 서서히 깨지면서 장의사가 되려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성 장의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Kim Hong-Ji / Reuters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을지대학교에서 장례지도학과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 2020년 11월2일.

서울 (로이터) - 한국에서 장의사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젠더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여성의 시신을 여성이 다뤄주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오랫동안 여성들이 배제되어 왔던 분야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성 연예인 및 유명인들의 죽음, 여성을 겨냥한 성범죄에 대한 문제의식 확대, 젠더 감수성 변화 등은 고인의 가족들이 할머니와 엄마, 딸들과 작별 인사를 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장례지도학과 2학년인 박세정(19)씨는 ”(실습을 하면서) 지금은 옷을 입은 상태로 했지만 동성이 아닌 이성이 제 몸을 만졌을 때 조금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죽으면) 다 벗고 제 몸을 만지면서 몸을 닦고 수의를 입혀줄 텐데 아무리 제가 죽은 사람이어도 그런 건 원치 않을 것 같습니다. 생을 조금 일찍 마감한 여성분들은 제가 마지막을 보내주고 싶습니다.”

이같은 변화의 흐름은 빈번하게 벌어지는 불법촬영 범죄, 성적인 사진이나 때로는 폭력적인 사진을 공유하도록 유인해 여성들을 협박하는 온라인 네트워크 등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이종우 교수는 2000년대 초만 해도 한국에서 장의학과 학생 중 여성은 3분의 1 정도였지만 지금은 여성이 60%에 달한다고 말했다.

″과거 유교사상인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을 굉장히 터부시하고, ‘여자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기 때문에 많은 인식 변화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교수의 말이다.

 

* 아래 영상에는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Kim Hong-Ji / Reuters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을지대학교에서 장례지도학과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 2020년 11월2일.
Kim Hong-Ji / Reuters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을지대학교에서 장례지도학과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 2020년 11월2일.

 

젊은 죽음들

장례업체들은 여성 장의사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젊은분들이 사망하는 사례는 대부분 자살이고, 여성분들은 특히 더 많은 편이고요. 자살로 인해서 저희 쪽에 와서 입관을 진행하시는 경우가 많고. 그런 분들은 아무래도 가족들은 여성이 입관을 진행해주는 걸 더 편안해 하시죠.” 7년째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박보람씨가 말했다.

“10대 학생이었어요. 자살을 해서 제가 입관을 해서 모시게 됐는데...” 그가 운을 뗐다. ”허벅지에 자해흔이 굉장히 많았어요. 가족들은 아무도 몰랐던 거죠, 그걸. 그 분이 아무래도 기억에 좀 남아요.”

박씨는 슬픔 속에서도 가족들이 매우 고마워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여성이 딸의 시신을 다뤄줘서 고마워했다는 것이다.

Kim Hong-Ji / Reuters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을지대학교에서 장례지도학과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 2020년 11월2일.
Kim Hong-Ji / Reuters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을지대학교에서 장례지도학과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 2020년 11월2일.

 

한국의 자살률은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높다. 2019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는 24.6명으로 OECD 평균 11.3명보다 높다. 같은 해에 자살은 10대와 20~30대에서 사망원인 1위였다.

2019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여성은 4000명이 넘는다. 가수 구하라와 설리도 그 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6년에 한국의 장례지도사 6200여명 중 여성은 4분의 1 정도였다. 매년 세상을 떠나는 여성이 13만명을 넘는 상황에서 여성 장례지도사를 찾는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국고용정보원은 설명했다.

그럼에도 여성 장의사를 달갑지 않게 보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졸업 후 장례식장에서 근무할 계획이라는 신화진(21)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여성 장의사에 대해 들은 얘기 중에 충격적인 게 있었다고 말했다.

″시어머니가 이랬대요. ‘너 시체 만진 손으로 어떻게 내 밥을 할 수 있냐. 하지 마라.’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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