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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3명의 영결식이 눈물 속에 엄수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의 마지막 길을 조용히 지켰다

고인들의 유해는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경기도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영결식에서 고인의 동료 소방관의 조사를 듣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경기도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영결식에서 고인의 동료 소방관의 조사를 듣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8일 경기도 평택시 냉동창고 화재로 순직한 소방공무원 세 명의 넋을 기리는 영결식장에 참석해 고인들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30분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된 평택 물류창고 화재현장 순직 소방관 합동 영결식에 예고 없이 참석했다.

갑작스러운 참석으로 영결식장에선 문 대통령에 대한 별도의 소개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항상 앉던 앞자리가 아닌 뒷자리에 서서 영결식을 가만히 지켜봤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헌화 및 분향 순서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헌화·분향을 했다. 이후 ”국민을 대표해 위로를 전한다”며 유가족 개개인에게 조의를 표했다.

착잡하고 엄숙한 표정의 문 대통령은 이날 영결식 진행 도중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고(故) 조우찬(26) 소방사의 부친은 문 대통령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11시15분쯤 조 소방사를 비롯해 이형석(51) 소방위, 박수동(32) 소방교의 운구 차량이 떠날 때까지 약 2시간 동안 영결식 자리에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흥교 소방청장에게는 재발 방지 대책과 소방대응체계 정비를 지시했다. 또 장의위원장인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에게는 공사 현장의 위험물질 관리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영결식장 참석은 당일(8일) 새벽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7일) 청와대 대표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방정균 시민사회수석이 빈소를 다녀온 뒤, 문 대통령은 유 실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마음이 애달프다”고 언급했다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세 소방관의 사망이 확인된 후,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적인 구조 활동을 벌이다 순직하신 소방관 세 분의 소식에 가슴이 멘다”며 애도의 뜻을 밝힌 바 있다. 7일에는 유 실장 등을 빈소가 마련된 평택시 제일장례식장으로 보내 조의를 표했다.

유 실장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투철한 책임감과 용기로 화마와 마지막까지 맞서다 순직하신 세 분 소방관의 명복을 빈다. 갑자기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경기도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경기도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늦은 밤, 아니 오늘 새벽에 지시를 받았다”며 문 대통령이 영결식에 참석하겠다고 하면서 ”대통령으로서라기보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가는 것이니 별도 의전이나 형식을 갖추려 하지 말고 영결식 참석자 이상으로 준비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조사는 어떻게 하시겠나’라는 탁 비서관의 물음엔 ”조사 없이, 그저 순서가 허락하면 헌화와 분향 정도로”라고 답했다고 탁 비서관은 전했다.

탁 비서관은 ”영결식장에 도착한 대통령은 별도의 소개 없이 열의 뒷자리에 서서 운구와 유족들을 맞이하셨고 동료들의 조사를 경청하셨고 유족들의 헌화와 분향을 지켜보셨다”며 ”그렇게 모든 식순의 마지막에서야 일어나셔서 홀로 분향하시고 유족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운구 행렬의 뒤를 따르는 유족들과 함께 나란히 걸음을 옮기시면서 세 분 소방관의 마지막을 함께 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 한마디 하지 않으신 그 2시간 동안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내려 쓰지도 않은 마스크를 자꾸 밀어올리며 눈물을 찍어내던 모습을 나는 조용히 보았다”며 ”영구차가 떠나기 전 20여 분 동안 순직소방관들의 동료들과 함께 겨울 바람 맞으며 서 계신 대통령의 모습이, 나는 추웠다”고 했다.

탁 비서관은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지난 소방의 날, 대통령이 소방관들에게 했던 말씀이 자꾸만 생각난다”며 ”세 소방관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조소영, 이윤희 기자 cho11757@news1.kr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평택 이충체육관에서 열린 평택 청북 물류창고 화재 순직 소방관 합동 영결식에 참석해 운구행렬에 예를 갖추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평택 이충체육관에서 열린 평택 청북 물류창고 화재 순직 소방관 합동 영결식에 참석해 운구행렬에 예를 갖추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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