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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소통하겠다던 문재인 대통이 취임 이후 기자회견에 나선 횟수

청와대는 소통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말한다.

  • 허완
  • 입력 2020.12.28 16:24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년 1월14일.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년 1월14일. ⓒASSOCIATED PRESS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에 지쳤던 사람들은 2017년 5월10일 ‘소통’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 환호했다. 3년 반이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의 소통 점수는 어떻게 평가될까. 지금까지 소통 횟수는 6번으로 박근혜 정부보다 한 차례 더 많다. 이중 다수의 청와대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한 ‘전통적인’ 형식의 기자회견은 4차례였고, 현역 언론인과 일 대 일로 나눈 대담 한 번, 일반인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눈 ‘국민과의 대화’ 한 번이었다. 재임 중 각 150번씩 기자회견을 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소통 사례>

2017년 8월17일 취임 100일 출입기자들과 일문일답

2018년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대통령이 즉석에서 기자들 지목하는 방식)

2019년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대통령이 즉석에서 기자들 지목하는 방식)

2019년 5월9일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KBS 기자 진행)

2019년 11월19일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배철수 진행)

2020년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대통령이 즉석에서 기자들 지목하는 방식)

 

물론 올해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올해 코로나19로 나라가 전시·위기 상황이었다. 위기상황에서는 청와대가 재정부터 방역까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게다가 지난 4월에는 21대 총선이 있었던 만큼 그전에 기자회견을 했다면 관권선거 등 논란만 가져왔을 것이고, 8월에는 2차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이 왔는데 어느 타이밍에 기자회견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위기상황에서 섣불리 나가서 언론에 얘기하면 혼란만 부추긴다는 게 청와대의 해명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현장 방문·외부 행사 등을 일주일에 2차례 넘게 소화하고 있어 소통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도 설명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월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월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자료사진) 2015년 6월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자료사진) 2015년 6월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소통이라는 건 유리할 때만 하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고 부동산 시장 혼란 등으로 고통과 불안이 심해질 때, 국민들은 더욱더 대통령이 나서서 이해를 구하고 어려움을 설명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신뢰를 주길 바란다. 문 대통령 자신도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6년 8월 페이스북에 “‘정치는 말이다’라는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통법이었다. 정치는 소통”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정치가 없다. 통하지 않고 꽉 막혀서 숨막히는 불통정권”이라고 썼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청와대를 향해 소통을 촉구할 당시 박근혜 정부는 직무 평가 긍정률이 30~33%(한국갤럽)를 오가는 등 위기 국면에 진입해 있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친박 전횡’으로 새누리당은 큰 타격을 입었고,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으로 대중관계가 꼬였으며,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수사의뢰하는 등 권력 내부에서 균열이 가고 있었다. 위기 상황일수록 소통해야 한다는 것은 문 대통령이 먼저 제시한 해법이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소통을 하지 않는 이유로 대통령의 개인적 스타일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달변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것을 즐겼고 때로는 그 진솔함이 불필요한 논란을 낳기도 했다. 반면 문 대통령을 곁에서 지켜본 이들은 신중한 태도, 자제력 등을 리더십의 강점으로 꼽는다. 장점은 뒤집어보면 단점이 된다. ‘절제력’은 툭 털어놓고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소극적 태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으론 청와대 참모들진이 그동안 감동을 안겨주고 숱한 화제를 낳았던 행사의 ‘연출 효과’에 길들여진 측면도 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처한 미디어 환경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큰 차이가 있다.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대통령 본인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직접 알릴 수 있고, 각종 인터넷 매체들이 활성화 돼 있다.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도 강하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의 진단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회 의석은 180석 가까이 차지하고, 지방자치단체장도 거의 휩쓰는 등 주류가 됐는데도 여전히 자신감이 없는 거 같다. ‘보수세력이 우릴 포위하고 죽이려 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한강 물이 오염됐다면 정수 차원에서 필터링하는 게 언론의 역할인데 문재인 정부는 직접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 언론의 역할을 축소한다.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리가 필요한 게 있으면 시민들과 직접 하면 되는데 왜 언론이랑 하느냐는 식으로 언론의 역할을 부정하다 보니 (기자회견도) 덜 하게 되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월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제61회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월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제61회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여야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라 일부러 정쟁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있는 듯하다. 지난해 선거제도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면서 여야의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청와대 참모 출신인 한 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의 개인적 캐릭터도 영향이 있겠지만, 직접적인 이유는 적폐청산 과정과 이후 패스트트랙 충돌 등 여야의 대결적인 상황이 계속되면서 어떤 얘기를 해도 정쟁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자회견은 물론 장점도 있지만, 정쟁과 시빗거리의 대상이 되어버리니까 고민거리”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던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어야 하는데 열성 친문재인 지지층과 일반 국민 사이에는 정서적 괴리가 있으니 그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터져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년 가까이 지루하게 이어졌던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거치며 여권 지지자들은 사분오열 갈라졌다. 대통령의 발언 하나 하나가 강성 지지층에게든 정치적 중도층이든 모두에게 파장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순발력 있게 대답해야 하는 기자회견 형식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조 전 장관 사태, 추-윤 갈등 등이 일 년 반 이상 지속됐고,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런 사안에 대해서 얘기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질문들이 상당히 날이 서 있을 것 아니냐. 그래서 참모들도 (기자회견을 하는데) 주저주저하고 그러다 보니까 타이밍을 다 놓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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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청와대 #박근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