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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산토의 스파이들: 기업이 여론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비판자들을 공격하고 미디어에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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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scsd ⓒILLUSTRATION: DAMON DAHLEN/HUFFPOST; PHOTOS: GETTY

실비 버락이 다른 기자들의 눈에 띈 것은 3월초였다. 기자 대여섯 명이 몬산토의 농약 글리포세이트가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한 세 번째 고소를 취재하러 캘리포니아 북부의 법원에 와 이썼다.

버락은 자신이 BBC 프리랜서라고 말했다. 친절했고 다른 기자들을 잘 도왔으며, 기자들의 사생활 이야기에도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육아에 대한 조언을 건네고 이번 재판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말했다.

버락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PR 컨설팅으로 부수입을 올린다는 말도 했다. 어느 날 밤에는 여성 기자들 몇 명을 초대해 자신의 클라이언트 중 하나인 EIT(European Institute of Innovation & Technology 유럽 이노베이션 및 테크놀로지 연구소)를 만나게 했다. 버락은 “4주 동안의 광기를 겪은 우리에게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이메일에 썼다.

“공짜 술이 있는 여성들만의 밤이었다.” 글리포세이트 걸(Glyphosate Girl)에서 이 재판 취재를 맡은 블로거 켈리 라이어슨의 말이다. “그녀는 기자들이 자기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하는데 관심이 아주 많았다.”

그 날 밤 사진을 보면 버락은 라이어슨과 다른 기자 두 명과 함께 웃고 있다. 허프포스트는 연루될 경우 해고될 위험이 있으니 실명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기자 한 명과 인터뷰했다.

“[버락은] 증언의 흥미로운 부분들에 대해 의견을 냈다. 증언의 특정 부분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며 기사를 내도록 하려 했는데, 늘 원고에게 불리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버락이 몬산토와 이 재판에 대한 기자들의 시각을 한쪽으로 끌고 가려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버락에겐 수상쩍은 면도 있었다. BBC 소속 기자도 재판을 취재하고 있었다. BBC가 왜 프리랜서와 직원을 같이 보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기자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버락의 링크드인(LinkedIn) 계정에 몬산토, 몬산토의 모회사인 바이엘을 컨설팅한 바 있는 글로벌 기업자문회사 FTI 컨설팅 소속이라고 나와있음을 찾아냈다. 바이엘에 버락에 대한 문의를 보내자 버락의 링크드인 계정 설명은 프리랜서로 바뀌었다. AFP 기자가 BBC에 문의하자 버락은 BBC의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AFP는 5월에 이 음모의 일부를 밝히는 기사를 냈지만 버락의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후 트위터, 링크드인, 인스타그램 등 버락의 소셜 미디어 계정 상당수는 삭제 또는 잠금 처리되었다. 삭제된 버락의 트위터 계정에는 FTI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자신이 ‘회복/재발하는 저널리스트’라고만 되어 있었다. 버락은 여러 번에 걸친 언급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FTI 직원들은 예전에도 저널리즘의 탈을 쓰고 정보를 얻으려 한 적이 있었다. 1월에는 석유 및 가스 그룹인 웨스턴 에너지 얼라이언스가 지원하는 ‘뉴스와 분석’ 웹사이트 웨스턴 와이어 일을 맡은 FTI 컨설턴트 2명이 기후변화에 대해 엑슨을 고소하는 커뮤니티 담당 변호사에게 질문을 하려 한 바 있다.

몬산토 역시 컨설턴트, PR 기업, 위장 단체 등 수상쩍은 네트워크를 기용해 기자들을 염탐하고 영향을 준 전력이 있다. 이 모든 것은 저널리스트와 비판자들을 겁주고, 오도하고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 몬산토의 패턴 중 일부로 보인다.

허프포스트가 버락에 대해 문의하자, FTI는 올해 발표했던 성명을 다시 내서 응답했다. 버락은 재판을 기록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며 FTI는 ‘내부 리뷰를 하고 필요하고 적절한 행동을 취했다’는 것이다. 바이엘이나 몬산토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하지 않았다.

바이엘은 재판 건에 관련해 FTI에 일을 맡기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며, 이 기사에 대한 FTI 관련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바이엘은 견실한 과학과 투명성에 확고한 헌신을 가지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허프포스트와 이야기한 기자가 바이엘에 연락한 뒤 버락은 사라졌다. 몬산토는 재판에서 패했다. 하지만 버락의 존재감은 그뒤로도 오랫동안 법정에 남아있었다. 이 재판을 취재했거나 관여했던 여러 사람은 누구를 믿을 수 있는지, 누가 나를 감시하고 있는지 약간 피해망상이 들었다고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The logo of Monsanto is seen at the Monsanto factory in Peyrehorade, France, August 23, 2019. REUTERS/Stephane Mahe
The logo of Monsanto is seen at the Monsanto factory in Peyrehorade, France, August 23, 2019. REUTERS/Stephane Mahe ⓒStephane Mahe / Reuters

스파이 활동을 한 전력이 있는 기업을 기용한다

5월초, 캘리포니아 재판에서는 18쪽짜리 서류를 통해 몬산토가 영국 정보기관 MI6 스파이 출신 2명이 1990년대 중반에 설립한 사설 수사 기업 해클루이트를 기용했음이 밝혀졌다.

해클루이트는 유명세를 피하지만, 전세계 엘리트 스파이 기업 중 하나로 간주된다. 뉴스 및 법원 서류 등을 통해 엔론과 BP 등이 해클루이트의 클라이언트였음이 알려졌다. 2001년에 BP는 다큐멘터리 영상 제작자를 가장한 스파이를 고용해 기후 변화 캠페인을 준비하는 그린피스를 추적했다.

몬산토 문서는 해클루이트의 작업, 전략,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희귀한 단서를 제공한다. 몬산토의 전 변호인 토드 랜즈는 재판 중 증언 선서를 하고 해클루이트 요원들이 2018년에 몬산토와의 관계를 고의로 숨기고 정부 고위급으로부터 정보를 얻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정책 고문과 농무부, 환경보호국 고위 관료들이 그 대상이었다.

랜즈는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대놓고는 하지 않을 우리에 대한 말들을 듣고 싶었다.”고 한다. 증언 중 2019년 1월에 몬산토에서 퇴사했으며 FTI 컨설팅을 맡고 있다고도 밝혔다.

환경단체 NRDC(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천연자원보호위원회)의 한 직원은 해클루이트의 소송팀이 “환경보호국과 기업들을 염탐하며 초과 근무를 해왔고 아마 계속 그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직원은 상대가 해클루이트 소속임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NRDC 자연 프로그램의 법률 디렉터인 레베카 라일리는 몬산토가 사설 수사관들을 고용했다는 것을 알고 간담이 서늘했다. “우리는 NRDC 측이 했다는 말들이 어디서 온 건지 모르지만, 우리가 오염 유발자들의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우리는 그게 자랑스럽다.”

해클루이트 대변인은 정보를 얻는 방식이나 클라이언트에 대해 할 언급이 없다고 밝혔다.

 

전통적 PR과 비전통적 방식이 충돌할 때

전통적 PR 기업들은 기자들과 친분을 쌓고 보도자료를 보내 뉴스가 나오게 하지만, 보다 공격적 전략을 쓸 때도 있다. 몬산토가 GMO를 포함한 제품에 표시하는 것을 막고 안전에 대한 여론을 바꾸는 것에 일조한 케첨 PR은 저널리스트들을 상대로 한 스파이들을 고용한 전력이 있다.

당시 다우 케미컬의 일을 맡았던 케첨은 사설 보안 기업 베켓 브라운 인터내셔널 주식회사를 동원해 GMO 안전 문제를 노출하려 하는 과학자, 저널리스트, 비영리단체들의 자료를 모았다고 마더 존스가 2010년에 보도했다. 사무실과 쓰레기 등을 살펴 통화기록, 비밀 회의록 등을 찾고, 조직 내에 정보원을 심는 등의 전략을 사용했다.

케첨의 최근 몬산토 관련 활동은 전통적 PR에 더 가까운 것 같지만, 지금도 기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2013년에는 몬산토, 듀폰, 다우 아그로사이언스에서 자금 지원을 받아 GMO 앤서스를 만들었다. GMO에 대한 캠페인 영상에서 케첨은 ‘긍정적 미디어 보도가 두 배로 늘었으며’, 보도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트위터를 밀착 모니터했다고 과시한다. 허프포스트가 지난 달에 보도했듯이, 케첨은 해당 지역 기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쌓으려 노력했으며 일부 저널리스트들에 대해서는 연락처 정보, 보도 및 지역 의원들에 대한 정보를 담은 간략한 자료를 만들었다.

또한 몬산토는 이미지 보호와 비판자들 감시를 위해 거대 PR 기업 플레시먼힐러드를 기용했다. 5월에 프랑스의 TV 채널 프랑스 2와 르몽드는 플레시먼힐러드가 200명 이상의 저널리스트, 정치인, 과학자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는데, 글리포세이트, GMO, 농약 전반에 대한 의견 및 몬산토에 대한 지지 정도, 대중의 신뢰도에 따라 분류했음을 밝혔다.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상대의 동의없이 특정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 검찰은 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이 논쟁으로 인해 잡지 PR위크는 바이엘의 커뮤니케이션 실패를 보도했다. 바이엘은 사과했으며 “관련된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과의 협력을 당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바이엘이 수사를 위해 고용한 외부 로펌은 플레시먼힐러드가 잘못한 것을 찾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바이엘은 진행 중인 정부 수사에 대해서 미리 넘겨짚고 싶지 않다고 한다.

플레시먼힐러드가 허프포스트에 보낸 성명도 바이엘의 성명과 같았으나, 프랑스 수사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The Bayer logo shines at night at the main chemical plant of German Bayer AG on Thursday, Aug. 9, 2019 in Leverkusen, Germany. The company faces about 18,400 lawsuits against subsidiary Monsanto over its glyphosate-based weedkiller Roundup in the United States. Bayer acquired Monsanto for $63 billion last year. (AP Photo/Martin Meissner)
The Bayer logo shines at night at the main chemical plant of German Bayer AG on Thursday, Aug. 9, 2019 in Leverkusen, Germany. The company faces about 18,400 lawsuits against subsidiary Monsanto over its glyphosate-based weedkiller Roundup in the United States. Bayer acquired Monsanto for $63 billion last year. (AP Photo/Martin Meissner) ⓒASSOCIATED PRESS

제 3자 서포터 네트워크

저널리스트들을 추적하려는 몬산토의 시도 중 최신 사례에서, 가디언은 8월에 몬산토의 ‘퓨전 센터’에서 만든 내부 문서에 대해 보도했다. 퓨전 센터는 제 3자들을 통해 기자와 비영리단체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곳이다.

12페이지에 걸친 이메일들에서 몬산토 직원 대여섯 명은 몬산토가 캐리 길럼을 괴롭혔다는 2016년 허프포스트 기사에 대한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캐리 길럼은 전직 기자이며 지금은 비영리 활동단체 U.S. 알 권리(Right To Know)에서 일하고 있다. 몬산토 직원들은 길럼의 인터뷰가 트위터에서 다른 기자들과 마이클 폴런, 셀러브리티 셰프 톰 콜리치오 등의 푸드 인플루언서들에게 주목받고 있음에 주목했다. 몬산토 퓨전 센터의 앤디 스콜은 직접 대응하지 말고 제 3자를 끌어들이라고 충고했다.

제 3자들을 이용해 비판자들을 끌어내리는 것은 오래전부터 몬산토의 중요한 전략이었다. 2017년에 르몽드의 스테판 푸카르와 스테판 오렐은 Genetic Literacy Project(GLP, 유전자 이해 프로젝트), American Council on Science and Health(ACSH, 미국 과학과 건강 자문 위원회)몬산토와 연관이 있는 ‘유명한 프로파간다 웹사이트들’에 대한 기사를 썼다. 기사가 나간 후 푸카르의 소셜 미디어에는 몬산토를 지지하는 트롤들이 몰려들어 푸카르 등의 프랑스 기자들이 ‘반 과학적’이라고 비난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GLP 웹사이트는 존 엔타인이 운영하는 PR 기업 ESG 미디어 메트릭스 앞으로 등록되어 있다. 엔타인은 GLP를 몬산토에서 거리를 두려 시도해왔지만, 2015년에 엔타인과 몬산토의 글로벌 과학 총책임자 에릭 삭스는 몬산토를 괴롭히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이메일로 의논했다. 엔타인은 GLP가 GMO를 다루는 페이지를 업데이트하고 스페인어로 번역했다고 삭스에게 말하며, ‘이 프로젝트를 확장/팔로업하는데 관심이 있는지’를 물었다.

GLP의 ‘’ 웹페이지에 올라간 인물 중에는 캐머런 잉글리시가 있다. 잉글리시는 ACSH에서 기자와 과학자들을 비난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는데, 현재는 없어진 상태다. 허프포스트에 보낸 성명에서 바이엘은 GLP에 ‘더 이상 재정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몬산토는 ACSH와의 재정적 관계를 숨기려 했으나, 내부 서류에 의하면 글리포세이트 비판자들에 맞서기 위해 ACSH 재정 지원을 논의했음이 명백하다. 몬산토의 의학 및 봉사 책임자인 대니얼 골드스틴은 2015년 2월에 “ACSH보다 가성비가 좋은 곳은 없다.”고 썼다. 한 달 뒤, 골드스틴은 지원이 승인되었다고 ACSH에 알렸다. 바이엘은 더이상 ACSH에게 재정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허프포스트에 알렸다.

 

“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캘리포니아 재판에서 버락이 FTI 끄나풀임을 처음으로 알게 된 기자는 자신도 재판을 취재하는 동안 몬산토 사업 파트너들의 연락을 점점 더 많이 받게 되었다고 밝혔다.

바이오포티파이드(Biofortified)와 GLP의 필자인 메리 맹건은 이 기자에게 연락해 몬산토에게 불리한 전문가 증언을 해온 연구자의 추문 혐의에 대한 특종 기사를 주겠다고 제의했다. 제이 번이라는 사람과 말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맹건이 보내준 문서에서 보도할 만한 거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맹건이 자신을 조종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번이 소셜 미디어에서 이 기자에게 GMO 비판은 러시아가 영향을 미치려 하는 캠페인의 일부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구글에서 번을 검색해보니, 번은 전직 몬산토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였고 현재 v-플루언스라는 PR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번은 몬산토, 크롭라이프, 미국화학위원회(American Chemistry Council) 등의 클라이언트를 두고 있었으며 엔타인과 함께 화학 안전 규제를 비난하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때 이 기자는 “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괴상한 일’들의 성격과 규모가 아직 완전히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몬산토의 이메일과 내부 문서로 인해 관심이 쏠렸다. 몬산토측 변호인은 2016년에 몬산토가 글리포세이트 옹호 활동에 ‘1600~1700만 달러 정도’를 썼다고 1월에 증언했다. 몬산토와 학계 제 3자들의 관계를 드러낸 정보공개법에 광범위하게 맞서 싸우려는 계획이 2019년 7월 소송 중 공개된 몬산토 문서에 담겨 있었다. 번은 학자들과 손잡고 몬산토를 돕는 임무를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에먼 제이버스는 CNBC의 워싱턴 통신원이며 해클루이트 등의 기업 스파이 회사의 역사를 추적한 책  ‘브로커, 트레이더, 변호사, 스파이: 기업 스파이 행위의 비밀 세계’의 저자다. “쓰레기통 뒤지기, 물리적 감시, 가짜 정체성 등 기업 스파이 행위에서 흔히 보는 테크닉은 표적 인물에 대한 고루한 서류와 정보 검색을 보완해 준다.”고 제이버스는 말한다.

이러한 스파이 행위가 뉴스를 바꾸고 기업의 비판자들에게 해를 준다는 걸 대중은 모르고 있다고 제이버스는 말한다. “기자들은 정보가 어디서 왔는지보다는 사실인지 아닌지에 관심이 더 많다.”

 

* HuffPost US의 Monsanto’s Spies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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