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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실상을 보여주는 영화 6선

돈은 믿어도 사람은 믿지 말라

  • 황혜원
  • 입력 2020.06.03 11:40
  • 수정 2020.06.04 09:50

로또는 1등은커녕 5천 원 짜리 당첨도 어렵다. 동학 개미 운동을 일으켜도 코뿔소 같은 기관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당도하기 전까지다. 부자가 된다거나 일확천금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돈 버는 사람은 계속 번다. 돈이 또 다른 돈을 부른다. 대체 그들은 뭣 때문에 돈을 버는가? 실상을 알고 나면 무력감과 허탈함을 느끼게 되는 ‘진짜 돈 버는 사람’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무섭기로는 웬만한 공포 스릴러를 능가한다. * 해당 콘텐츠는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누가 맥도날드를 만들었는가? 파운더

파운더
파운더 ⓒ왓챠플레이 캡처

‘맥도날드’ 창업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단 하나, ‘맥도날드의 창업자는 누구인가’다. 은퇴를 앞둔 셰이크 제조기 세일즈맨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이 캘리포니아에서 햄버거 식당을 운영하던 리처드 제임스(닉 오퍼먼)와 모리스 제임스(존 캐럴 린치) 맥도날드 형제를 만나 ‘맥도날드’를 세계 최대의 프랜차이즈로 성장시키는 과정을 담았다.

사실, 맥도날드 형제가 만든 것이 단순 ‘햄버거’가 아니다. 그들은 30초 만에 음식이 나오는 시스템을 발명해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의 개념을 만들었다. 하지만 맥도널드의 프랜츠화를 꿈꾸며 운영권을 소유한 레이 크록은 확장보다는 음식의 퀄리티를 최우선으로 하던 형제와 잦은 갈등을 일으켰고, 그들을 사업에서 제외하기 위해 ‘부동산’이라는 해법을 찾게 된다. 맥도날드가 임대주가 되고 점주는 월세를 내면 가게 주인이 되는 방식이다. 최고재무책임자였던 해리 J. 소네본은 ”우리가 15센트짜리 햄버거를 판매하는 이유는 단순히 임대사업을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미끼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과연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 형제를 어떻게 밀어내는지, 결말은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 가능하다.

제임스 맥도널드: 스피디 시스템을 고안한 건 우리지 자네가 아니야. 자네가 대체 무슨 아이디어를 냈지? 하나라도 말할 수 있나?
레이 크록: 내가 뭘 생각했냐고? 컨셉이네. 나는 승리의 컨셉을 고안했어.

 

 

 

위기 상황에선 누가 돈을 버는가, 라스트 홈

라스트 홈
라스트 홈 ⓒ왓챠플레이 캡처

″숫자 뒤에 실존하는 세계의 무게”, 씨네21 출신 이예지 기자가 내린 영화평이다. 2007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후 폭풍을 다뤘다. 그 여파로 무려 6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람이 집을 잃게 되었고, 영화는 그 중 몇몇 삶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사실, 모든 사태는 내가 그 600만 명 안에 들기 전까지는 위험성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상처가 클수록 흉터는 커지고 흔적은 실제 우리 삶 주변 곳곳에 남게 되는 법이다.

가족을 위해 막일도 마다치 않고 성실하게 살아온 청년, 데니스 내쉬(앤드류 가필드)는 주택 대출금 연체로 단 2분 만에 홈리스로 전락한다. 퇴거 명령이 내려진 바로 그 날 강제 퇴거를 당하게 되고, 부동산 브로커 릭 카버(마이클 섀넌)이 이 과정에서 데니스를 스카우트한다. 뺏기던 자에서 빼앗는 자로 180도 다른 입장에 서게 되면서 데니스는 괴로운 감정을 느낀다. 와이프는 죽고 자식과는 연락이 되지 않는 할아버지를 내쫓고, 아주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들을 마당 밖으로 밀어내며 자기 가족을 떠올린다. 양심과 마주하게 된 데니스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는 영화 속에서 자세히 풀이된다. 다만, 당시 세상으로 나온 값싸고 좋은 집들은 모두 돈 있던 누군가의 손에 몇십 채씩 들어갔고, 바닥을 쳤던 부동산값이 점점 상승하면서 엄청난 시세 차익을 냈다고 알려졌다. 영화의 본 제목은 ’99 HOMES’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미국의 진짜 대통령은 누구였나, 바이스

바이스
바이스 ⓒ왓챠플레이 캡처

정치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의 실상을 요즘 세계 뉴스로 간접체험 중이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칼끝이 세계를 향할 때다. 그 칼 주인이 ‘미국’이라면 더더욱 주의해야 하고 말이다. 바이스는 알코올 중독자에서 펜타곤의 수장, 대기업 CEO를 거쳐 조지 W. 부시 대통령(샘 록웰)을 보좌한 제46대 부통령, 딕 체니(크리스찬 베일)의 실화를 다룬다.

영화 빅쇼트의 감독과 제작진이 다시금 야심 차게 선보인 영화로 ‘역사상 가장 비밀스러운 지도자‘라는 딕 체니의 생애를 쫓았다. 그는 미국 행정부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권력을 행사한 부통령으로 평가받으며, 신보수주의 ‘네오콘‘의 상징적인 인물이지만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수박 겉핥기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지만, 그가 남긴 흔적들은 충분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통령이지만 군 통수권자로서 9.11테러 발생 시 비행기 격추 명령을 내리고, 이라크 전쟁까지 일사천리로 시행한다. 물론 이것 말고도 미국인의 전화, 문자, 이메일까지 도청할 수 있는 애국법을 만들고, 내각 구성원, 고문 합법화도 시행하는 무서운 인물이다. 부시 행정부는 전쟁 이후 석유 시설 재건에 70억 달러(약 9조 6천억 원)의 독점 계약을 글로벌 석유 기업 ‘핼리버튼’과 맺었는데, 딕 체니가 최고 경영자로 재직한 회사다. 부통령 이후 기업으로부터 매년 15만 달러(약 1억 9천만 원)를 받고 있으며, 약 220억 원의 스톡옵션을 소유하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물론 핼리버튼은 이라크 침공 이후 주식이 500%나 상승했다. 딕 체니는 지금도 배후에서 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나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독한 놈으로 보이기 싫다고 테러를 좌시해도 된다는 겁니까? 당신의 가족을 지켜낸 걸 사과하진 않을 겁니다. 필요한 조치를 취한 걸 사과하지도 않을 거고 그 덕에 당신 가족들이 편히 잠들 수 있었죠.”

 

1%는 어떻게 99%를 이기는가, 인사이드잡

인사이드잡
인사이드잡 ⓒ왓챠플레이 캡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다뤘다. 발생한 지 겨우 12년밖에 안 되었지만 관련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이미 여러개 만들어졌다. 미국발 금융위기, 정확히는 ‘월 스트리트의 탐욕‘으로 인해 전 세계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루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관련 영화로 ‘빅쇼트‘도 있지만 ‘인사이드잡‘과 마진콜’을 소개한다.

우선 ‘인사이드 잡’은 세계 금융 위기의 발생 원인을 아주 쉽게 소개한 설명서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사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 최대 보험사 AIG도 몰락했으며 차례로 글로벌 주식 시장이 무너지고 집값과 자산 대 폭락, 3천만 명이 해고됐으며 5천만 시민들이 극빈자가 됐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고, 이듬해 모건 스탠리와 골드만 삭스는 약 37조 원에 달하는 보너스 잔치를 열었다. 다큐멘터리는 왜 월 스트리트가 붕괴되었는지 그 과정을 인터뷰를 통해 추적해나간다. 금융계의 고위 간부들과 금융컨설팅으로 고액을 받는 하버드, 콜롬비아 대학의 경제, 경영학 교수, IMF총재까지 그 주범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모럴 헤저드의 전형을 보여주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꼭두각시들을 보노라면 처음에는 어이가 없어 실소가 터지지만, 종국에는 씁쓸한 낭패감을 맛보게 된다.

″그들은 경제 원리는 너무 복잡해서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할 것이고, 규제를 피하고자 수십억 달러를 쓸 것이다.”

 

폭탄은 누가 떠앉게 되는가, 마진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마진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마진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왓챠플레이 캡처

인사이드잡을 본 뒤 마진콜을 보면 영화가 쏙쏙 이해가 간다. 2008년 금융 위기를 배경으로 한 금융회사가 위험성이 높은 파생 상품을 처분하면서 살아남는, 24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한 리스크 관리팀장 에릭(스탠리 투치)은 자신의 부하직원인 피터에게 위기상황을 정리한 USB를 전달하고 회사를 떠난다. 주인공 샘 로저스(케빈 스페이시)는 떠난 이들은 패배자, 남겨진 이들은 승리자라며 회사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이들끼리 박수를 치자고 종용한다. ‘적자생존‘은 어디나 있는 법이고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진다. USB에 들어 있던 자료에는 회사를 무너뜨릴 수 있는 ‘파생상품’의 허점이 담겨 있다. 그날 새벽 회장과 임원진 회의가 열리고, 쓰레기에 가까운 상품을 다음날 장이 시작하자마자 모두 팔 것을 계획한다. 물론 전부를 팔아버리면 시장이 순식간에 파탄이 나겠지만, 자신들은 살 수 있다면서 말이다.

″팔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찾아내게. 딜러, 브로커, 고객 그리고 어머니가 사신다면 팔게”

 

 

사기꾼은 언제 가장 활개를 치는가, 아메리칸 허슬

아메리칸 허슬
아메리칸 허슬 ⓒ왓챠플레이 캡처

‘어느 정도는 실화‘인 영화로 허접한 사기꾼들의 ‘한탕‘을 그렸다. 1970년대 말, 미국 FBI가 사기꾼인 멜빈 와인버그를 이용해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함정 수사를 전개했던 ‘앱스캠’ 스캔들이 모티프다. 영화 속에서는 FBI 요원인 리치(브래들리 쿠퍼)가 사기죄를 묻어주는 조건으로 사기꾼 어빙(크리스천 베일)과 그의 정부이자 역시 사기꾼인 시드니(에이미 애덤스)를 함정 수사에 끌어들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잘 알려진 데이빗 O. 러셀 감독의 작품으로 캐릭터를 중시하는 그의 특유의 인물 연출력이 잘 드러났다. 예를 들어 머리가 벗겨진 어빙이 정성스레 남은 머리를 정돈하는 모습이라든지, 이브닝드레스부터 수영복까지 40벌이 넘는 시드니의 의상은 단순히 인물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성향과 생각까지 짐작하게 한다. 또한 사람이란, 단순히 흑백의 논리로 나눌 수 없으며 한쪽이 선하다 하여 다른 한 면까지도 선하리라는 것은 착각이 될 수도 있으며, 사기꾼이 타락한 정치인들을 감옥에 잡아넣는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사기’는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따라온다. 미국 애틀란틱 시티의 카지노 사업 허가와 관련된 정경유착을 다루지만, 커다란 변화 속에서 사기꾼, FBI, 정치인, 소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다.

″사람은 사기를 쳐서 목적을 이루는 존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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