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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런 머스크가 이번엔 사탕회사를 놓고 워런 버핏과 설전을 벌였다

둘은 기업 경쟁력의 근거를 다르게 바라본다

ⓒJoe Skipper / Reuters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와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시간차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의미하는 버핏의 `해자’(moat) 개념을 머스크가 비판하자 버핏이 반박했고, 머스크가 다시 재반박에 나서는 등 충돌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쟁력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근원적 견해차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단은 머스크의 입이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5월1일(현지시각) 테슬라 1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머스크는 테슬라 급속충전소(슈퍼차저)를 다른 전기차 업체도 유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 애널리스트가 ”대체 왜 `경쟁력 있는 해자‘(competitive moat)를 포기하려 하느냐”고 물었다. 버핏은 성 주변에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파놓은 도랑인 해자에 ‘경쟁사가 넘볼 수 없을 정도의 경쟁력’이라는 경제학적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배급망, 가격결정력, 브랜드 평판 등의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에 장기투자해야 한다는 게 버핏의 투자철학이다. 

그런데 머스크는 ”해자라는 개념은 변변찮다”며 버핏의 관점 자체를 비판했다. 머스크는 ”적들이 처들어오는데 방어막이 해자 하나라면 오래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혁신의 속도이며 그것이야말로 경쟁력의 근본 요인”이라고 말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그러자 버핏이 발끈했다. 나흘 뒤인 지난 5일 오마하 센추리링크에서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셔웨이 주주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 주주가 머스크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버핏은 이렇게 답했다. ”머스크가 어떤 분야를 뒤집어놓을 수는 있겠지만, 사탕에서라면 우리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1972년 25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한 시즈 캔디(See ’s Candies)를 예로 들어 머스크 발언을 일축한 것이다. 시즈 캔디는 설비투자 없이 캔디 가격을 매년 조금씩 올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늘렸다. 충성고객들이 많아 브랜드 가치도 훼손되지 않았다. 버핏이 말한 해자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버핏의 조롱성 반박에 머스크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5일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선언했다. ”나는 사탕회사를 시작하려 한다. 아마 끝내줄 것이다.” 이어 6일까지 ”나는 정말, 정말 진지하다”, ”나는 해자를 만들어  사탕으로 가득 채워버리겠다. 버핏도 투자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등의 트윗을 잇따라 올렸다. ”당신은 어떤 캔디를 원하는가”, ”암호캔디”라고 자문자답하며 암호화폐의 미래에 회의적인 버핏을 비꼬기도 했다. ”`해자‘가 좋다고 말하는 것은 독과점을 좋다고 하는 것”이라며 ‘해자’의 경제학적 의미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트윗도 내놨다.  

머스크와 버핏은 이전에도 충돌한 적이 있다. 버핏은 2015년 테슬라가 소비자들에게 직접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을 두고 ”딜러를 통한 전통적인 자동차 판매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깎아내린 바 있다. `혁신의 아이콘‘과 `투자 귀재’의 잇단 반목은 결국 미국 산업에서 전통적 해자가 차지하는 위상의 미래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테슬라에서 머스크가 겪은 것은 경쟁자 진입을 막는 해자가 얼마나 많이 남아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일 수 있다”며 ”이는 머스크가 (해자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라 설령, 그가 성공하더라도 이는 규칙(이 바뀐 것)이 아니라 예외적인 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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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해자 #일런 머스크 #워런 버핏 #사탕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