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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 인터뷰] 미나스 카파토스 "한국의 청년들은 휴식이 필요하다"

  • 박수진
  • 입력 2016.02.10 12:50
  • 수정 2016.02.10 13:24

우주학자이자 물리학자이면서 기후 변화를 연구하고 인간의 마음과 행복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미나스 카파토스 교수는 과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자신의 넓은 활동 영역을 '모든 것은 물리학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미국 허핑턴포스트에 과학과 종교, 또 인간 관계와 연결성에 대해 기고하기도 했다.

최근 수년 동안 한국의 학계와 교류하며 올해에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 초빙교수로 서울을 방문한 카파토스 교수와 행복과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행복은 '갖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운 마음의 상태다"

- '행복'은 무엇인가?

행복에 대해 하나의 정의란 없다. 요즘은 '행복'이란 용어가 과잉 사용되고 있다. 좋은 옷, 좋은 물건을 갖는 것처럼 물질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은 들뜨고 신나는 기분이 아니라 평화로운 마음의 '상태'다.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마음이 바로 행복이다. 다시 말해,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 마음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방해하는 것들을 제거해야 한다. 중요하지 않거나, 혹은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하는 행동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 행복을 쟁취해야 한다는 집착도 일부 있는 것 같다.

그런 시각의 문제는 행복이 저 밖에 있으며 따라서 우리가 그곳으로 가서 행복을 찾아서 여기로 가져와야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바로 여기, 내 내면에 있다는 것이 내 이야기의 핵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ㅇㅇ가 있다면 행복할텐데'라는 식의 말을 매우 익숙하게 한다. 하지만 이걸 갖고 나면 저것도 갖고 싶어진다. 저것 다음에는 또 다른 것. '갖는다는 것'은 결국 끝나지 않는 문제다. 끊임 없이 더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지나친 경쟁 사회의 산물이다. 삶이 끝날 때 소유한 것들 역시 사라진다는 사실에 대해, 살아있는 사람들은 잘 생각하지 않는다.

삶은 여러 문제와 장애물로 가득하다. 이런 가운데 모든 게 다 행복하길 바란다면, 모든 게 행복하기만 하다면 그것 역시 자연스럽지 않다. 균형과 중도를 찾아야 한다.

"한국인들은 휴식이 필요하다"

- 한국에서 강연을 할 때마다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Take it easy. 2년 전 했던 한 강연에서 청중들에게 긴장을 풀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도 괜찮다고. 그때 청중 가운데 울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사람은 강의 후에 찾아와서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쉬어도 괜찮다고 말해줘서 고맙다고.

쉬라는 말은 특히 젊은 사람들이 있는 강연에서 많이 한다. 젊은 사람들이 경쟁 사회를 살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눈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한국의 청년들은 스마트하고, 열심히 하고,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노력만 할 뿐 아니라 실제 환경도 나쁘지 않다. 대학에 다니는 사람이 많고, 부자는 아니더라도 밥을 굶지 않고, 비를 피할 지붕이 있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도 있다. 아직 나이도 어린 데다가 목숨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의 종류도 다른 곳에 비해 수가 적다. 그런데도 스트레스는 더 심각하다. 왜 그런지,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질문해봐야 한다.

- 한국에서 만난 청년들이 다른 세대보다 힘들게 살고 있다고 보나?

그렇다.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구조로 사회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경쟁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 본성대로 재미있게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나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사람들을 밀어붙이고, 높은 자살률로도 이어진다. 이런 문제를 보완할 건강한 구조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청년들, 또 청년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구조 말이다.

우리는 인간들이다. 경쟁보다 조화가 필요한 사회적인 동물들이다.

- 그런 사회적 압박 속에서도 자기 중심을 잘 잡고 사는 한국 청년들도 만나본 적 있나?

물론 여럿 봤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뿐 아니라) 우리 사회는 부모의 선례를 따르라고 교육받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모방'하는 걸 벗어나 좋은 것을 택해 '배우는' 게 필요하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서는 청년들이 '모방' 대신 '배움'을 택하기 어렵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라. 주문이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TV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지 보라.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답을 해주기 보다는 질문을 한다. 옛날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의 질문에 대해 맞질문을 했다. 그 질문이 반복되면서 제자들은 옳은 답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묻고 싶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냐고? 무엇이 당신을 불행하게 만드는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을 몇 가지 찾았는가? 거기서부터 답을 찾길 바란다.

2014년 2월 세바시 강의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다'

"당신의 습관을 바꾸는 것으로 기후 변화를 늦출 수 있다"

- 기후를 연구하며 지구온난화와 이상 기후 역시 사람들의 철학과 관련된 문제라고 말해왔다. 앞으로 예상되는 급격한 기후 변화는 무엇인가?

세상은 점점 더 건조해질 것이다. 마실 수 있는 신선한 물이 줄어들 것이다. 화재, 가뭄, 황사, 모래폭풍 같은 재해가 늘어날 것이다.

- 기후변화란 우리가 적응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한 적이 있다.

변화는 이미 많이 진행돼왔으며 그걸 전환시키기는 어렵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수십년, 수백년이 걸려 해수면이 약간 올라가거나 혹은 내려갈지도 모르지만, 그걸로 사람들의 일상이나 경제가 곧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기후 변화는 멈출 수는 없지만, 다만 인간의 노력으로 속도를 약간 늦출 수는 있는 것이다.

- 자연재해의 피해를 가장 앞서 입는 것은 제 3세계의 아이들이다. 빈곤 문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당연히 기후 변화는 빈곤 문제와 지구적인 빈부 격차 문제를 훨씬 더 악화시킬 것이다. 특히 기근 문제는 정치인들이 빨리 해결해야 할 일이다. 지구 상에는 전 지구인을 먹일 수 있는 식량이 충분히 있다. 식량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치우쳐 있는 게 문제다.

아프리카 한 지역에 가뭄이 심하게 들면 음식이 부족해진 현지인들은 죽이지 않던 야생동물들을 죽인다. 이로서 생태계의 균형도 깨지게 된다. 흔히 생물종 멸종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을 하지만, 사실 그런 말을 하는 당신도 식량 불균형의 수혜를 입으면서 그런 균형을 깨는 데 일조한 셈이다.

그러니 빈곤 문제나, 특정 생물종의 문제는 예외적으로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다. 예상했어야 하는 문제다.

- 이상 기후 문제에 더 책임이 있는 국가들이 있지 않나?

그렇다. 예를 들면 이미 좋은 시절을 보낸 서방 세계의 국가들, 그리고 현재 지구 에너지의 절반 가까이를 쓰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같은 규모가 큰 나라들이다. 방글라데시에 미국만큼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정치인들이 자기의 이익보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앞서의 논의로 돌아가자면, 균형을 찾는 것이다. 균형을 찾는다면 그만큼 많이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먼저 육식.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종종 묻는다. 우리가 고기를 먹을 때마다 생기는 문제가 뭔지 아는가? 우리가 소나 돼지를 먹이는 데 얼마나 자원이 드는지 아는가? 1kg의 고기를 얻는 데 드는 곡물, 다른 동물의 고기, 물 등의 자원이 그 100배나 된다. 그것도 최소한 말이다. 차를 모는 것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가벼운 사람 한 명이 2톤짜리 차를 혼자 타고 다닐 필요가 있을까? 짧은 거리를 달리기 위해 차 하나를 동원하고 에너지를 소비한다. 육식을 전혀 하지 말라거나 차를 타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앞서 설명했듯, 당신 자신도 문제의 일부이며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개인인 나는 세상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인데 그런 변화의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거기에 대한 내 답은 '일단 시도해보라,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는 것이다. 첫 번째 사람, 두 번째 사람, 세 번째 사람, 네 번째 사람, 다섯 번째 사람..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무브먼트가 된다. 우리는 매일 고기를 먹을 필요도 없고, 매일 큰 차를 혼자 탈 필요도 없다. 옷이 4백벌 씩 있을 필요도 없고 말이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다.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것이 습관에 의한 것이 많다. 그렇다면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시작하는 것이다. 나 자신부터. 당신 역시 자신의 소비를 줄일 용의가 있는가?

-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인간은 왜 지구와 환경을 신경 써야 하는가?

답은 단순하다. 스스로를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다. 지금의 우리는 무기를 없앨지, 스스로를 없앨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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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스 카파토스(Menas Kafatos)

물리학박사. 현 미국 채프만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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