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시피주의 의원들이 28일(현지시각) 주 깃발에서 남부연합군의 상징을 삭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남부의 패배로 끝난 남북전쟁(1861-1865년) 이후 의원들이 이 문양이 들어간 깃발을 채택한 지 126년 만의 일이다.
미시시피주는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 남부연합의 문양이 주 깃발에 남아있던 유일한 주였다. 이제 미국 어디에서도 주 깃발에 이 문양이 남아있지 않게 됐다는 뜻이다.
이날의 기념비적인 결정은 주 상원과 하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폭넓은 지지를 보낸 덕분에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확정될 수 있었다. 공화당 소속 테이트 리브스 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만큼, 깃발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인 로버트 존슨 주 하원의원은 표결 직후 붇받쳐 오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AP는 전했다. 남부연합 상징이 자신을 비롯한 다른 흑인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왔는지를 더 많은 백인 동료 의원들이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들은 내가 평생 61년 동안 느껴왔던 감정들을 이해하고 똑같이 느끼기 시작했다.”
지난 5년 동안 주 깃발 변경을 추진해왔던 공화당 소속의 필립 군 하원의장(백인)도 이번 결정을 자축했다.
AP에 따르면, 최근 몇년 사이 주의 여러 도시들과 대학교들이 주 깃발을 깃발을 내려왔음에도 그동안 깃발 디자인을 변경하자는 계획은 의회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의 반대에 번번이 막혀왔다.
그러나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전국적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더해 종교계와 스포츠계를 망라한 각 분야의 지도자와 단체들이 힘을 모은 덕분에 마침내 깃발 변경이 성사될 수 있었다.
특히 스포츠 분야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대학리그 측이 ‘남부연합 깃발을 계속 사용하면 미시시피주 소속 팀들은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통보하자 지역 내 대학 스포츠 지도자 및 코치들이 깃발 변경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주 의회의 결정에 따라 주 정부 소속 위원회는 새로운 디자인을 마련하게 된다. 이어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을 뽑을 11월3일 투표에서 주민들의 승인을 거쳐 새로운 깃발이 확정될 예정이다. 의원들은 새 디자인에 남부연합 상징이 들어갈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편 미국 곳곳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던 남부연합의 동상과 기념물들이 철거되거나 시위대에 의해 끌어내려지고 있다. ‘가장 백인스럽다’고 알려진 자동차 경주대회 나스카(NASCAR)도 남부연합기를 퇴출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해병대와 해군도 남부연합기를 내거는 행위를 금지시켰고,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연방 상원 군사원회는 남부연합 장군들의 이름을 딴 군 기지와 장비들의 이름을 바꾸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