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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최종회 방송 이후 계속 언급되고 있는 영화 한 편

이 영화와 유사하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제기됐다.

  • 김태우
  • 입력 2019.07.26 14:49
  • 수정 2019.07.26 14:53

임수정, 이다희, 전혜진 주연의 tvN 수목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가 25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tvN

‘검블유’는 포털업계에서 일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 중에서 이들이 일하는 포털 업체에서는 검색어 조작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때에 따라서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검색어 순위가 변동하기도 한다. 

최종회 방송 직후 소셜미디어에서는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바로 존 매든 감독 연출,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의 ‘미스 슬로운’이다.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지난 2017년 국내에서도 개봉한 ‘미스 슬로운’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로비스트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이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법안 통과를 위해 유명 로비 회사에서 소규모 업체로 이직한 슬로운은 이를 저지하려는 자본가들과 정치 세력에 맞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 말미 법안 반대 세력은 법안 통과가 유력해지자 슬로운이 과거 상원 윤리위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청문회를 열어 그를 공격한다. 국회 청문회를 열기에 앞서 반대 세력 로비를 담당한 대형 로비 회사 대표 조지 듀퐁(샘 워터스톤)은 하원의원 론 스펄링(존 리스고)을 협박해 청문회 의장을 맡도록 한다.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청문회 마지막 날 슬로운은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을 맡기 전 반대 세력이 자신을 공격할 것을 예상하고 자신의 부하직원이었던 제인(앨리슨 필)을 전 회사에 심어두었으며 도청도 감행했다고 시인한다. 그러면서 듀퐁이 스펄링을 뇌물로 매수한 사실을 폭로하며 두 사람의 밀회를 담은 동영상을 공개한다. 

″히튼-해리스 법안(총기 규제 강화 법안)을 떠올릴 때 의회의 모든 의원님들이 저 대신 제 뒤에 앉은 이들의 본보기를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이들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 엄청난 희생을 해왔습니다. 또한 의원님들이 개인적인 정치적 이득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 그리고 국가를 위해 옳은 선택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제 바람은 헛되었고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나라의 체제 자체가 썩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양심을 걸고 투표하는 진실된 정치인들에게 보상하는 대신 이득만 취할 수 있으면 나라라도 팔아먹을 쥐 같은 자들에게 보상합니다. 이 쥐 같은 자들은 미국의 민주주의에 있어 진정한 기생충입니다. [...] 주소창에 다음 주소를 입력하세요. 193.184.216.449. 그리고 ‘지진’이라는 파일을 다운로드하세요.” - ‘미스 슬로운’(2016, 국내 개봉 2017)

‘검블유‘의 마지막 회를 되돌아보자. 시청자들은 왜 최종회에서 ‘미스 슬로운’을 떠올렸을까? 

지난 25일 방송된 16회에서 포털사이트 유니콘의 전 대표이사인 송가경(전혜진)이 생방송에서 정부와 포털업계의 유착을 폭로한다. 

ⓒtvN

송가경은 생방송 뉴스에 출연해 ”유니콘은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한다”라면서 “KU그룹 장희은 회장의 압력으로 지난 정권 수차례 실시간 검색어를 삭제해왔다”라고 밝힌다. 그는 이어 “KU 장희은 회장은 포털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유니콘을 사유화하려 했고 정부와의 유착을 통해 포털 개인정보 열람까지 정부와 함께 도모했다”라고 폭로한다. 이에 앵커가 증거가 있냐고 묻자 송가경은 ”모든 증거들은 여러분께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다. 지금 이 방송을 보고 계시는 여러분, 지금 모두 검색창을 켜시라. 그리고 검색어를 입력하시라. WWW”라고 답한다. 

이어진 화면에는 ‘www’를 검색한 뒤 정부와 KU그룹의 유착 정황을 증거를 확인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미스 슬로운’ 속 슬로운의 최후진술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미스 슬로운’ 역시 슬로운이 링크를 읊은 직후 정부와 로비 회사의 유착 증거를 확인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화면이 전환된다. 

유사 의혹이 제기된 건 이 장면뿐만이 아니다. ‘검블유‘의 1회 첫 장면인 배타미(임수정)의 청문회도 ‘미스 슬로운’의 도입부와 흡사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배타미가 포털사이트를 TV와 우유에 비교하는 장면 역시 슬로운이 케이크에 붙는 소비세를 언급하며 수녀와 신부의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과 비슷하다. 

‘검블유’ 측은 그간 ‘미스 슬로운‘과 유사하다는 의혹을 부인해왔다. 뉴시스에 따르면 제작사 화앤담픽쳐스 측은 지난달 13일 ”‘인터넷상에서 ‘검블유‘와 ‘미스 슬로운‘이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안다”라면서 ”개인적으로 ‘미스 슬로운’을 보지 못했다. 확인 후 입장을 밝히겠다”라고 전한 바 있다. 그 후 제작사 측의 입장 표명은 없었다. 

‘검블유‘는 이미 막을 내렸다. 심지어 마지막 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유료플랫폼 전국기준 평균 4.2%, 최고 5.2%, 닐슨코리아 제공)을 기록했다. ‘검블유‘가 ‘미스 슬로운‘을 차용했는지는 작가와 연출자 본인만 알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 극장에 걸리지 않은 영화도 스트리밍할 수 있는 지금 제작진은 ‘미스 슬로운‘과 ‘검블유’의 유사점을 발견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 걸까.

포털 업계를 배경으로 한 최초의 드라마였다. 성적 지향의 다양성과 여성 임원들의 이야기도 다뤘다. 또 방송 기간 내내 드라마를 다른 이들에게 ‘영업‘하는 마니아층도 양산했다. 그러나 ‘검블유‘는 ‘미스 슬로운‘으로 시작해 ‘미스 슬로운’으로 끝난 드라마라는 오명을 썼다. 

김태우 에디터: taewoo.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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