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같은 바디워시, 딱풀 같은 ‘딱붙’캔디, 유성 매직 같은 음료수….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최근 출시된 이종 산업간 협업 제품들이 아이들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가 법을 고쳐 규제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18일 <한겨레> 취재 결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식품표시광고법)과 ‘화장품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최근 유통·식음료업계를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더 충격적이고 재밌는’ 콘셉트를 표방한 제품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안전을 위험에 빠뜨릴 여지가 있는 제품도 속속 등장한 데 따른 대응이다.
기존 ‘딱풀’과 크기·모양이 거의 유사한 ‘딱붙캔디’(세븐일레븐)나 기존 바둑알 모양과 유사한 초콜릿 ‘미니바둑’, 구두약 모양의 말표 초콜릿(CU), 모나미 유성 매직의 디자인을 따서 만든 탄산수(GS25) 등이 ‘요주의 대상’으로 꼽힌다.
이런 방식의 협업이 유행한 건 지난해 5월 편의점 씨유와 대한제분이 손잡고 만든 ‘곰표 맥주’가 성공을 거두면서 본격화됐다. 그러나 생활화학제품 디자인을 그대로 본따 만든 식품은 특히 어린이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한국소비자원 조사를 보면, 어린이가 이물질을 삼키는 사고는 2017년 1498건에서 2018년 1548건, 2019년 1915건으로 최근 3년간 매해 증가하고 있다. 주로 완구(42.7%), 문구용품 및 학습용품(6.0%), 기타 생활용품(4.6%)을 삼키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3월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신체에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생활화학제품 등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를 식품에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식음료 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아이들이 혼동해 제품을 삼킬 수도 있는데, 지금 업계는 제품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 자체에 더 신경을 쓰는 본말이 전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반대의 경우도 논란을 낳는 사례가 있다. 지난 12일 홈플러스가 엘지(LG)생활건강·서울우유와 협업해 판매하기 시작한 ‘온더바디 서울우유 콜라보 바디워시’가 그 예다. 식품(우유) 디자인을 가져와 화장품으로 내놓은 이 제품은, 출시 직후 서울우유 팩 모양과 크기가 비슷한 점이 입길에 올랐으나, 지난 15일 이 제품이 홈플러스 일부 매장에서 우유 옆에 진열된 모습이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점포 직원이 잘 해보려고 ‘연관 진열’을 했다가 지적을 받고 바로 잡았다”며 “실제 제품 앞뒷면에는 우유와 헷갈리지 않도록 관련 문구가 크게 적혀있다”고 해명했다.
식약처는 식품 디자인을 본 딴 생활화학 제품은 물론 생활화학제품을 본 딴 식품 모두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쪽으로 관련 법 개정 방향을 잡았다. 다만 식약처 쪽은 법 개정에는 시일이 걸리는 만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업계 자체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미 발의된 식품표시광고법안이 있지만, 보다 규제 대상을 명확히 해 다시 의원입법 형태로 개정안이 발의될 것”이라면서도 “자칫 기업에 대한 영업권 침해 우려도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업계의 자정 노력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