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강릉 안반데기와 고성 울산바위에 가면 은하수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사진)

은하수가 잘 보이는 기간은 4월에서 9월 정도다.

강릉 안반데기 은하수.
강릉 안반데기 은하수. ⓒ홍유진 제공

깊은 산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비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얼마나 달렸을까. 거의 산꼭대기에 이르자 놀랍게도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 길이 맞나 싶을 때 마주한 풍경에 우리는 차마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늘과 맞닿은 너른 산등성이가 고개를 내밀었고, 때마침 붉은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하늘 아래 첫 마을

은하수를 본 적 있으신지? 우리 은하에 속한 수백억개의 별들이 띠 모양으로 펼쳐져 마치 은빛 강처럼 보인다 하여 은하수라 한다. 은하수에 대한 설화가 많은 걸 보면 인류는 꽤 오래전부터 은하수를 동경했던 모양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은하수는 제우스가 헤라클레스를 위해 헤라가 잠든 사이 몰래 젖을 물려 탄생한 것이다. 깊은 잠에 빠진 와중에도 헤라클레스의 힘이 워낙 세어 깜짝 놀란 헤라가 그를 밀쳤고 이때 뿜어져 나온 젖이 하늘에서는 은하수, 땅에서는 하얀 아이리스꽃이 되었다는 것이다. 신화의 낭만은 확실히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이야기만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은 누구나 한번쯤 은하수를 보고 싶은 로망을 갖게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몽골로, 어딘가로 도심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오지를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하니까.

안반데기는 행정구역상 강릉시에 속하지만, 평창의 대관령 나들목에서 빠져나온다. 강릉과 평창이 경계를 이루는 지점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용평리조트 인근을 지나면 왕복 2차선으로 도로 폭이 좁아지고 가로등 하나 없는 진짜 시골길로 접어든다. 무엇보다 피덕령은 약 3㎞ 구간으로 차 한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비좁은 폭에 가파른 길이므로 운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해발 1100m의 태백산맥 험준한 능선에 자리한 이곳은 산 전체가 배추밭이다. 안반데기라는 지명은 떡메로 반죽을 내리칠 때 쓰는 오목하고 넓은 통나무 받침 ‘안반’과 평평한 땅을 의미하는 ‘더기(덕)’의 강릉 사투리를 더해 만들어졌다. 축구장 300개 면적에 이르는 크기라니 언뜻 상상만으로는 감이 잡히질 않는다. 산 정상에 펼쳐진 너른 땅인 이곳은 1960년대 중반 화전민이 들어와 직접 소와 곡괭이로 밭을 일궈 농지로 개간하면서 지금은 전국 최대 규모의 고랭지 배추밭이 되었다고.
안반데기에서 은하수를 만나기 좋은 곳은 멍에전망대가 마주 보이는 자리다. 밤이 내리기 시작할 때 어디선가 스멀스멀 나타난 사진 애호가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면 얼추 그곳이 은하수 감상 명당이라 생각해도 좋겠다. 나도 그 자리에 가지고 온 간이 접이식 의자를 펴고 자리를 잡았더랬다. 아담한 정자에 올라 저물어가는 오렌지빛 노을을 만나고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느리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바라보기도 했다.(현재는 정자가 공사 중이라 멍에전망대에 올라갈 수 없다.) 그리고 그 시각, 유난히 아담하게 보이는 아랫마을의 불빛들은 언제 보아도 사랑스러웠다.

고성 울산바위 은하수.
고성 울산바위 은하수. ⓒ홍유진 제공

산꼭대기의 밤은 도심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시리게 찾아온다. 단단히 챙겨온 두꺼운 외투를 주섬주섬 꺼내 입었다. 까만 밤이 내려앉은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삼각대에 올린 카메라에서 느린 셔터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떠오른 은하수는 시간이 갈수록 짙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아예 자동차 지붕에 올라가 누웠다. 은하수 아름다운 밤이 다 새도록 나는 그렇게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최고의 은하수 포인트

우리나라에서 은하수가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나는 울산바위라고 말하겠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언제나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었다. 그래서 더 간절해지는 게 아닐까. 미시령 옛길에서 만난 은하수가 그랬다. 산등성이 바로 뒤에 하늘을 20배쯤 확대해놓은 듯 가까이 은하수를 만났던 인도의 라다크랄지, 아니면 파키스탄의 훈자마을 독수리 언덕이랄지.

이국적이면서도 한국 특유의 지형이 선명한 울산바위는 확실히 멋있고 근사한 매력이 넘친다. 울산바위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시령 옛길 드라이브다. 산세 좋은 미시령 옛길 드라이브는 언제나 갑갑한 가슴을 뚫어주곤 했지만 지리적으로 멀고, 험로를 주의해서 운전해야 했다. 산이 깊어 카페나 식사를 할 만한 곳도 딱히 없다. 게다가 눈, 비가 많이 오기라도 하면 도로는 여지없이 통제된다. 그런데도 나는 가끔 도시의 지루한 삶이 갑갑해지면 미시령으로 떠났다. 어느 날은 울산바위가 기막히게 잘 보이는 곳을 발견하곤 차크닉을 즐겼다. 풍경 좋고 볕이 따뜻한데다 인적이 드물어 고요하기까지 하니 나는 쾌재를 부르며 차 안에서 뒹굴뒹굴하다 깜빡 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일어나 보니 사방이 벌써 어둑해진 밤이 되어 있었다. 트렁크 밖으로 희미하게 은하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생각지 못한 은하수의 출현이 너무 반가웠던 나는 그대로 하룻밤을 보냈다. 또 언젠가는 인근의 숲속으로 작은 2인용 텐트를 짊어지고 올라가 비박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라 나만의 아지트 삼아 해마다 은하수 시즌이 오면 곧잘 찾아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던 것이다.

울산바위 차크닉.
울산바위 차크닉. ⓒ홍유진 제공

하지만 지난해 여름부터는 이렇게 애쓰지 않아도 누구나 편하게 울산바위 전망 캠핑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캠핑느루 캠핑장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이 깔끔한데다 캠핑뿐 아니라 카페, 민박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다양하게 울산바위를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시령 계곡이 바로 옆에 있어 여름철 물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애플리케이션 활용해야

은하수가 잘 보이는 기간은 얼추 4월에서 9월 정도다. 장마 기간인 6월 말부터 7월까지는 별 보기에 좋은 날씨가 아니므로 별밤 캠핑을 원한다면 4~6월 초·중순, 8~9월 정도를 추천한다. 보름달이 뜨는 시기는 피해야 한다. 밤하늘이 너무 밝으면 별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하수와 별이 잘 보이는 날은 달이 없는 맑은 날이 좋다. 달 모양은 ‘달의 위상’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은하수는 시기별 관측 시간을 알고 가면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으니 참고하자.

 

△알아두면 좋아요

 

―강릉 안반데기는 야영 및 취사가 금지된 곳이다. 야식 혹은 간식을 원한다면 샌드위치 등 비화식으로 준비할 것.

 

―별밤 캠핑을 원한다면, 고성 울산바위 전망 캠핑이 가능한 캠핑느루 캠핑장을 추천한다.

 

―당일치기 피크닉부터 캠핑까지, 방문 시 배출한 본인 쓰레기는 남김없이 되가져온다.

 

―일교차가 크므로 별밤의 낭만을 만끽하고 싶다면 경량 패딩 등의 방한복은 필수.

홍유진 여행작가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