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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가 민주당 경선에서 하차하고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이제 경선은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 허완
  • 입력 2020.03.05 10:44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하차를 선언하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돕겠다고 선언했다. 뉴욕. 2020년 3월4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하차를 선언하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돕겠다고 선언했다. 뉴욕. 2020년 3월4일. ⓒSpencer Platt via Getty Images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체할 ‘중도 진영 대표주자’를 노리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4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하차했다. 약 3개월 동안 5억달러(약 59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선거자금을 쏟아붓고도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초라한 성적을 거둔 뒤의 일이다.

블룸버그는 곧바로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그의 당선을 돕겠다고 밝혔다.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모두의 예상을 깬 승리를 거두며 선두로 올라선 바이든으로서는 또 하나의 희소식이다.

이로써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중도 진영을 대표하는 바이든과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칭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의 2파전으로 굳어지게 됐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둔 또 다른 진보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8대 자산가인 블룸버그는 11월말 출마를 선언한 이후 500억달러에 달하는 선거자금을 지출했다. 한 때 지지율이 급등했지만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미국 8대 자산가인 블룸버그는 11월말 출마를 선언한 이후 500억달러에 달하는 선거자금을 지출했다. 한 때 지지율이 급등했지만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ASSOCIATED PRESS

 

블룸버그의 경선 하차 선언은 ‘슈퍼 화요일’이 바이든의 극적인 승리로 마무리된 직후에 나왔다. “3개월 전, 저는 도널드 트럼프를 꺾기 위해 레이스에 뛰어들었습니다. 저는 똑같은 이유로 (경선을) 떠납니다.” 블룸버그가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트럼프를 꺾으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똘똘 뭉치는 것이라며 바이든이 바로 그 후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여러 차례 ‘너무 진보적’인 샌더스로는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3월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바이든이 대세를 달리고 있었던 만큼 자신의 승리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연말이 되면서 바이든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그는 자신이 트럼프를 꺾을 적임자라며 11월말 출마를 선언했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이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꺾을 적임자라고 밝혔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이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꺾을 적임자라고 밝혔다. ⓒASSOCIATED PRESS

 

미국 8대 자산가인 블룸버그는 곧바로 100% 사비로 막대한 선거자금을 지출하며 공격적인 선거운동을 벌였다.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규모의 돈을 선거광고에 투입했고, 2400여명에 달하는 규모의 선거캠프를 꾸려 전국 각지에 인력을 배치했다. 블룸버그 캠프가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임금을 지급하며 선거운동 인력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바람에 지역 단위 선거를 준비하던 쪽에서는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블룸버그는 여론조사에서 한 때 바이든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면서 바람을 일으켰다. 경선 초반 기세를 장악하기 위해 다른 후보들이 모두 첫 네 개 주 경선에 집중하는 동안 그는 그보다 훨씬 많은 대의원이 걸려있는 ‘슈퍼 화요일’부터 경선에 참여하는 전례없는 경로를 택했다.

그러나 그는 두 번의 TV토론에서 경쟁 후보들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했음에도 ‘슈퍼 화요일’에 경선이 치러진 14개주 중 어디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가 유일하게 1위를 차지한 곳은 ‘미국령 사모아’ 뿐이었고, 이날 경선에서 확보한 대의원은 44명에 불과했다. 대의원 한 명을 확보하는 데 160억원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가 선거운동에 쏟아부은 돈은 전체 자산의 1% 정도다.)

가장 최근(2월25일)에 열렸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TV토론회에 참가했던 후보 7명 중 이제 남은 건 조 바이든,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렌 뿐이다.
가장 최근(2월25일)에 열렸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TV토론회에 참가했던 후보 7명 중 이제 남은 건 조 바이든,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렌 뿐이다. ⓒASSOCIATED PRESS

 

블룸버그의 하차는 바이든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주당 중도 진영과 주류 세력은 바이든으로 똘똘 뭉치게 됐다.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 블룸버그 등이 중도 진영의 표를 분산시켰던 초기 경선 구도가 ‘깔끔하게’ 정리된 것이다.

바이든으로서는 물질적, 조직적인 지원도 기대할 만하다. 그동안 선거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바이든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승리 이후 모금액이 급증한 데 이어 이제 블룸버그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얻게 됐다. 블룸버그는 자신이 경선에서 패배하더라도 11월 대선 때까지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가 채용한 자신의 선거캠프 조직도 바이든의 선거운동을 돕는 데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슈퍼 화요일' 경선 다음날인 4일, 버니 샌더스가 언론 브리핑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벌링턴, 버몬트주. 2020년 3월4일.
'슈퍼 화요일' 경선 다음날인 4일, 버니 샌더스가 언론 브리핑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벌링턴, 버몬트주. 2020년 3월4일. ⓒAlex Wong via Getty Images

 

‘슈퍼 화요일‘을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으로 마무리하며 바이든에게 선두자리를 내준 샌더스는 쉽지 않은 구도에서 남은 경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의 주류 세력이 샌더스를 반기지 않을뿐만 아니라 그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좀처럼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한 채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도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던 워렌도 고민에 빠지게 됐다. 워렌은 현재까지 38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는 데 그쳐 사실상 경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같은 진보 이념을 공유하는 샌더스를 돕기 위해서라도 경선에서 하차해야 한다는 안팎의 압박이 만만치 않다.

워렌 선거캠프의 로저 라우는 내부 이메일에서 워렌이 ”이 싸움을 계속할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샌더스는 4일 워렌과 전화통화를 했다며 언제, 또 어떤 결정을 하든 그건 워렌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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