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을 위한 드레스도 판매" 평범한 회사원에서 '성별, 연령, 국적'을 넘어선 디자이너가 된 미카게 신 (인터뷰)

디자이너 미카게 신은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디자이너 미카게 신
디자이너 미카게 신

‘소수만 성공한다는 걸 알고 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패션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국경을 넘어서 젠더리스(성별 구분 없고) + 에이지리스(나이 상관 없는)”를 표방하며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패션 브랜드가 있다. 2019년에 설립한 패션 브랜드 미카게 신(MIKAGE SHIN)이다. 디자이너 미카게 신은 91년생으로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그는 디자인과 상관없는 광고대행사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다가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패션을 배운 후, 디자이너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패션과는 무관 한 일을 하고 있던 회사원이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패션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뭘까?

″원래 패션을 무척 좋아해서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싶은 욕구가 끊임없이 있었다. 하지만 어릴 때는 정말로 소수의 사람 밖에 성공하지 않는 분야라는 인식으로 쉽게 도전할 수 없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회사원으로 일하면서 대체 이 일을 계속하면 남는 게 뭘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광고 회사에서 날마다 우수한 선후배들과 일하면서 이 일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내가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패션에 관해서는 ‘이런 옷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끊임없이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디자인을 생각하거나 브랜드에 관한 아이디어가 자꾸 떠오를 때가 많았다. 그리고 자료를 검색해도 다행히도 아직 세상에 없었다. 나만이 만들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조금씩 꿈이 생겼다.”

한일 혼혈, 잦은 전학 등 어린 시절 경험이 다양성을 추구하도록 도왔다

미카게 신은 성별, 연령, 국적과 상관없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이유에 성장 과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했다.

″나는 일본인이지만 어머니가 한국인으로 외국인이다. 또 부모님이 이혼을 했고 잦은 전학을 해야 했다. 이런 복잡한 환경 탓에 어릴 때부터 남성·여성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특정한 삶을 단정하는 게 싫었다.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삶의 방법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또 다양한 사회와 세계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고등학교에서 정치 경제 클럽이라고 하는 동아리 활동을 반 친구와 만들었다. 모의 선거나 재판의 방청, 정치인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토론회에 참여하며 다양성을 배웠다.”

미카게 신은 회사를 그만두고 패션 공부를 하기 위해 뉴욕 파슨스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매우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 첫 학기 말에,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든 코트를 발표했다. 원래 여성을 위해 만든 옷이었다.

″그럼에도 한 남학생이 ‘내가 입고 싶다‘, ‘갖고 싶다’고 말해줬다. 그전까지는 패션에 남녀 구분이 확실하다고 막연하게 믿고 여성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외의 반응을 받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내 디자인을 입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성별, 연령, 국적을 떠나 누구라도 좋다.”

‘젠더리스’ 남성을 위한 다양한 사이즈의 드레스와 치마도 판매하고 있다

미카게 신은 현재 브랜드 내에서 젠더리스 라인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 라인에는 남성을 위한 다양한 사이즈의 드레스와 치마도 판매하고 있다. ”누구나 성별 구분 없이 좋아하는 옷을 입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고, 행복을 주는 감동은 패션만이 만들 수 있는 마법이라고 생각한다.”

미카게 신은 옷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입는 사람이 행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브랜드 미카게 신에서 발표하고 있는 제품 대부분의 가격은 비싼 편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확고한 신념이 담겨있다.

″솔직히 디자이너 브랜드와 하이패션 옷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는 기능상 전혀 필요가 없다. 심플하고 좀 더 저렴한 대량생산 옷이 몇 벌만 있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옷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필요 없는 것을 굳이 만들고 있는 나는 디자이너로서 세상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지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그는 디자이너로서의 목표가 패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감과 행복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옷을 통해 한 사람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길 바란다.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자기표현을 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길 바란다.”

*허프포스트 일본판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